▲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SBS
대외적으로는 평범해보이고 사회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젊은 청년들이, 어쩌다가 스스로 집 정리를 하지 못하고 쓰레기집으로 만드는 상황이 일어난 것일까.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청소업체들을 따졌을 때 어마어마한 숫자의 쓰레기집 방치 가정들이 치워지고 있다. '이런 데가 세상에 있다고?' 신기하게 볼 것이 아니라, 지금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과연 청년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제작진은 현재 실제 쓰레기집에서 살고있다는 여러 청년들을 직접 만나봤다. 30대 독신 여성 이하나(가명)씨는 입구부터 꽉 들어찬 택배상자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안방에는 켜켜이 쌓인 옷가지와 오래전에 먹은 음식물들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하나씨는 기껏 돈을 들여 구매한 물품들을 개봉하지도 않고 방치한 경우가 허다했다.
그녀는 2020년 봄부터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심각한 무기력 상태에 빠지며 약 4년여간을 집에서 누워서만 보냈고 쓰레기도 그때부터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과연 하나씨에게는 4년 전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또다른 30대 여성 김은지씨(가명) 씨의 집 역시 내부에 거대한 쓰레기 산이 펼쳐져 있었다. 은지씨는 부모님이나 지인들에게도 집 주소를 공개하지 않아 몇년째 쓰레기 집의 비밀을 모르고 있다고 한다. 은지씨는 몇 번 이나 쓰레기를 정리하려고 시도했지만, 남의 눈에 띄는 것이 두렵고 창피해 바깥으로 배출하는 것을 포기했다고 고백했다.
은지씨는 언제부터인가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번아웃(Burnout) 증상이 왔다고 밝혔다. 번아웃은 어떤 일에게 과도하게 몰두하거나,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무기력증과 우울감이 생기는 증상을 의미한다.
2023년 청소년정책연구원이 18-2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번아웃 증상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우가 전체 응답자의 무려 18.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번아웃과 저장장애의 연관성에 대하여 "물건을 버릴 때는 이것을 버릴지 안 버릴지 판단하는 의사결정과정이 필요하다. (번아웃을 겪은 사람들은) 이런 의사결정과정조차도 노동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20대 여성 이지안씨(가명) 역시 반려묘와 함께 쓰레기집에 거주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울증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했다. 어머니는 목숨을 건졌지만 이후로도 내내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제대로 돌봐주는 사람없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지안 씨는 이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병원에 가보고 싶다고 부친에게 호소했지만 가족 중에 정신과를 다니는 사람이 있는 게 싫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한다.
지안씨는 성인이 되어 스스로 정신과를 다니면서 한동안 상태가 개선되는 듯했으나, 모종의 이유로 병원을 다니지 않고 약을 끊으면서 다시 상태가 악회되었다. 그녀의 양팔에는 스스로 자해를 여러 번 저지른 상처들로 가득했다.
놀랍게도 생일 때마다 자실을 시도했다는 지안씨는 "태어난 것 자체가 별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축하해 줄 사람도 없다"고 쓸쓸하게 이야기하며 "어차피 죽으면 되는데 왜 청소를 왜 해야하지 싶다"고 털어놓았다.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는 지안씨의 상태에 대해 "몸을 괴롭히는 게 마음이 덜 힘들어지니까. 자해를 대체하여 더 기분을 낫게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심리전문가는 "우울증은 쓰레기집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 쓰레기집이란 '나의 공간'을 훼손하는 것이고, 이는 곧 '자해'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진단했다.
노인들의 쓰레기집과 젊은이들이 다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