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화면 갈무리
KBS
'막장' 전개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범죄가 아니냐", "엔딩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다" 등 비판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고, 프로그램 게시판 또한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이다", "주말 드라마에 '감금'이 말이 되냐" 등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가족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주말 드라마인 만큼 더욱 소재가 적합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드라마 소재로 사용된 '감금'은 현실 속 여성들이 고통받고 있는 범죄다. 지난해 교제 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1만 3939명, 2020년 대비 55.7% 증가한 수치였다. 약한 처벌 수위와 관련 법의 부재에 시급한 사회 범죄로 떠오른 교제 폭력이지만, <미녀와 순정남>에선 에피소드 소재로 쓰인 셈이다. 단순히 자극적이란 이유로 여성 캐릭터를 감금하는 전개는 교제 폭력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피해자들의 상처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다.
또한 극 중 여성 톱배우가 떠밀려 누드 촬영에 임하는 장면은 실제 촬영 현장에서 여성 배우의 동의 없이 노출 장면을 강행하던 악습과 여성의 신체를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성 상품화를 무비판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지난 회차를 통해 <미녀와 순정남>은 시청률이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더 많은 것을 잃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단골소재 '업둥이'가 불편하다
▲KBS2 <미녀와 순정남>의 한 장면.KBS2
<미녀와 순정남>은 차별적인 표현에 얽힌 내용도 내보냈다. 13화에서 도라는 필승과 사랑에 빠졌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고 미자가 필승의 집에 찾아가 "당장 헤어지라"고 종용한다. 이에 필승의 할머니는 "필승이가 업둥이라서 꽃뱀 X과 사랑에 빠졌다. 친아들이라면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고 말한다.
흔히 주말 드라마에서 '업둥이'는 자주 쓰이는 소재다. 이미 <왔다 장보리> <최고다 이순신> <하나뿐인 내편> 등에서도 다뤄졌다. 드라마 속 '업둥이'의 범주는 넓다. 불륜처럼 옳지 않은 일로 낳은 자식부터 우연히 주워서 키웠거나 불임으로 인해 입양한 경우까지 포함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업둥이'가 되면 그들은 불결한 존재로 묘사된다.
캐릭터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기 위해 "쟤가 업둥이라서 그렇다"고 말하거나, 도덕적으로 방탕한 인물이 알고 보니 '업둥이'라는 식의 에피소드는 자칫 혼외 자식과 입양아를 향한 편견을 가중할 수 있다. <미녀와 순정남>의 필승은 우연히 집 앞에 놓였다가, 입양된 경우다. 그런 그에게 "업둥이 주제에 그동안 키워준 은혜도 모른다", "업둥이 티가 난다" 등의 묘사는 혈연관계로 이어지지 않은 자식들에 대한 현실 속 차별을 반복할 뿐이다.
그 밖에도 여성 캐릭터를 "꽃뱀 X"이라 칭하거나, 모욕적인 시어머니와 친어머니에게 반발하는 며느리와 딸을 '남편'과 '장남'이 제압하는 식의 가부장적 구도가 눈에 밟힌다. 이 모든 걸 '막장'이라 칭하고 넘어간다면, 편견과 차별을 흥행 요소로 삼는 '막장'의 시대는 결코 자정될 수 없다. <미녀와 순정남>, 이제라도 더 나은 도파민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