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전주국제영화제 <침몰 10년, 제로썸>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우측부터 윤솔지 감독, 권영빈 변호사,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김영오씨
성하훈
4일 상영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윤솔지 감독은 의문을 갖게 된 출발점은 "사고 직후 영상에 찍힌 바닷 위로 솟은 긴 막대 모양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도 등장하지만 영상 속 바다 위로 솟아오른 쇠막대는 잠수함의 잠망경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다.
윤솔지 감독은 "구조가 늦어진 부분에 관심을 갖다가 침몰 원인에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잠수함 충돌설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외력설을 너무 극단적으로 배제하는 분위기"라며 "왜 이런 의문을 갖는지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규명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은 당시 청와대가 국가 지정기록물로 처리해 30년 동안 공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 해결을 다짐하며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진상규명에 있어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영화에 등장하기도 하는 권영빈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도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침몰 원인에 대해 배가 문제여서라고 한다면 구조실패를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유가족 추천으로 1기 특별조사위원회와 선체조사위원회에서 활동했는데, 외부충격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영화는 참사 현장에 유가족의 접근을 통제하고 구조작업을 보이지 않게 하려고 바지선을 움직였다는 현장 유가족들의 증언 등을 되짚어 본다. 사고 당일 해군 초계기와 링스 헬기가 등장하고, 말로만 구조작업을 이야기했을 뿐 실제로는 참사 당일 저녁 구조작업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은 현장에서 유가족들을 태우고 현장에 나온 선장이 한탄하는 내용 등이 등장한다.
큰 배가 작은 배의 측면과 충돌했을 때 작은 배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실제 사고 영상을 보여주기로 하고, 군사기밀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군의 답변, 참사 직후 미국 오바마 대통령 한국 순방 발언, 미 대사관의 움직임을 조명하며 여러 의심 정황을 제기하고 있다.
▲<침몰 10년, 제로썸>의 한 장면전주영화제 제공
풍부한 인터뷰로 채워진 <침몰 10년, 제로썸>은 조타장과 잠수사 등의 증언을 비롯해 공개되지 않았던 참사 희생자 인양 모습을 비추면서 10년 전의 아픔을 되새긴다. 외력설이든 내부 요인이든 가능성을 닫지 말고 풀리지 않은 의문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해 볼 수 있지 않겠냐는 게 감독의 생각이다. 윤솔지 감독은 "객관적인 자료들로만 영화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권영빈 변호사는 "세월호 10주년이 됐으나 이렇게 10년이 넘도록 진상규명이 안 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며 "박근혜 핵심 측근 중 처벌 받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합헌이었던 법률이 시대가 바뀌면 위헌으로 바뀌듯이 문제의식 있는 분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희생자 유민양의 아버지인 김영오씨는 "관객이 보고 판단하면 될 것 같다"며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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