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기에서 황선홍 감독이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전문가와 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사태가 예상치 못한 이변이라기보다는, "우려했던 상황이 끝내 현실이 된 것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황선홍호는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만 해도 퍼펙트 우승으로 대회 3연패를 달성했고, 이번 U-23 아시안컵 개막 전 열린 전초전 성격의 2024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정작 이번 U-23 아시안컵은 준비 과정부터 미흡했다. 황선홍호는 이번 대회에서 핵심전력인 양현준, 김지수, 배준호 등 유럽파 선수들이 모두 소속팀의 반대로 차출이 불발되며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는 올림픽 진출이 걸린 대회를 앞두고 팀의 경쟁력을 가다듬는데 전념해야 할 사령탑 황선홍 감독에게 지난달 A대표팀 임시 사령탑 역할을 맡기는 무리수를 뒀다. 황 감독은 주축 선수들의 갈등을 봉합하고 태국 원정 경기를 승리(3-0)로 이끄는 등 임시 감독으로서는 선방했지만, 정작 본업인 올림픽팀의 완성도는 챙기지 못한 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황선홍 감독의 전술과 리더십, 경기운영 방식에도 문제가 많았다. 황선홍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3연승으로 조 1위를 차지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사실 내용은 내내 그리 좋지 않았다. UAE전에서는 밀집수비에 고전하다가 후반 추가시간 터진 이영준의 극장골로 기사회생했고, 중국전은 전반 중반까지 상대에게 수많은 득점찬스를 내주며 압도당하다가 김정훈 골키퍼의 선방쇼로 위기를 넘겼다. 일본전은 양팀 모두 8강행을 이미 확정지은 상황에서 주력 선수들을 빼고 로테이션으로 임한 경기였고, 역시 내용상으로는 크게 밀리다가 역습 한방으로 운좋게 거둔 승리였다.
결과적으로 연이은 행운의 꾸역승은 토너먼트에서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왔다. 8강전은 한번 지면 그대로 끝장인 단판승부라는 점에서 조별리그나 4강-결승보다도 어쩌면 더 중요한 경기였다. 그런데 황선홍 감독은 인도네시아와 8강전에서 이영준-정상빈-강상윤 등 핵심선수들을 벤치에 대기시키는 이해할 수 없는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이는 누가 봐도 인도네시아의 전력을 얕봤다고 밖에는 볼수 없는 선택이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상 인도네시아가 한 수아래로 꼽힌 것은 사실이고, 4강에서 우즈벡VS 사우디(우즈벡이 4강진출) 승자와의 총력전을 대비하려는 포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오산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이미 조별리그에서 호주를 잡았을만큼 만만치 않은 팀이었고, 한국을 상대로도 거침없는 공세를 이어갔다.
조별리그부터 불안감을 드러냈던 한국의 수비는 계속해서 흔들렸다. 한국은 전반에 인도네시아에 주도권을 내주고 2-1로 역전까지 허용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황선홍 감독은 부랴부랴 주전들을 투입했지만, 이번엔 믿었던 공격수 이영준이 거친 플레이로 퇴장당하는 대형사고를 저지르며 상황은 더욱 꼬였다. 여기에 후반에는 황선홍 감독마저 심판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했다.
수적열세에 감독까지 잃은 총체적 난국 속에서 한국은 정상빈의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갔지만 끝내 승부차기에서 무릎을 꿇었다. 조별리그에서 한국에 패하여 조 2위로 밀렸던 일본은 8강에서 더 까다로운 상대였던 홈팀 카타르를 꺾고 4강에 오르며 대조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한국축구에게는 모든 면에서 지난 2월 카타르 AFC 아시안컵에서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끌었던 A대표팀이 겪었던 비극의 재림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이번 올림픽 본선진출 실패로 지도자 커리어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황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멤버이자 한국축구의 레전드 공격수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지도자로서는 포항 시절 2013년 K리그-FA컵 2관왕 이후로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병역혜택이라는 메리트가 걸려있어서 유럽파와 와일드카드까지 최정예멤버 소집이 가능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압도적인 전력을 바탕으로 성적을 내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전력상의 이점이 없고 변수가 많은 U-23 아시안컵에서는 황 감독의 부족한 전술적 역량과 고집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황선홍 감독은 축구협회가 발표한 차기 A대표팀 감독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만일 23세 이하 대표팀이 올림픽 본선진출에만 성공했다면, 황 감독이 A대표팀 정식 감독으로 선임될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황선홍호가 40년만의 올림픽 본선진출에 실패하면서 A대표팀 감독 선임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졌다.
후폭풍은 축구협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