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부터 10년 동안 인기리에 방영된 SBS '정글의 법칙'
지난 2011년부터 10년 동안 인기리에 방영된 SBS '정글의 법칙'SBS
 
최근 SBS 신규 예능 프로그램을 둘러싼 잡음이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지난 17일 SBS는 올해 하반기 방영 예정인 새 예능 프로그램 <정글밥>의 제작을 공식화했다. 해외 오지의 식문화를 경험하고 소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삼고 배우 류수영을 중심으로 서인국, 배유람 등이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논란이 발생했다. 오지 탐험 예능의 대가이자 10여 년 이상 SBS 대표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 출연했던 코미디언 김병만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7일 < OSEN >과의 인터뷰에서 "SBS에 굉장히 서운하다. 팽 당한 기분"이라며 "<정글의 법칙>을 계속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정글의 법칙>은 아예 끝낸다는 얘기도, 재개한다는 얘기도 없다. 사실 목숨줄을 빨리 끊어줬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2011년 첫 방송된 <정글의 법칙>은 정글 오지에서 생존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2021년 5월 이후 방영 중단된 상태다.

김병만 vs. SBS의 첨예한 갈등
 
 정글의 법칙' 스핀오프로 지난 2022년 방영된 '오지의 법칙2'(사진 맨 위), 지난해 방영된 SBS '녹색아버지회'
정글의 법칙' 스핀오프로 지난 2022년 방영된 '오지의 법칙2'(사진 맨 위), 지난해 방영된 SBS '녹색아버지회'SBS
 
​<정글의 법칙>은 지난 10년간 명실상부 SBS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코로나 19로 인해 해외 촬영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제작이 중단되었지만, 2022년 국내로 시선을 돌려 <오지의 법칙>이라는 이름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SBS와 김병만 모두에게 '정글'은 모범적인 협력 요소처럼 비칠 정도였다.

​그런데 신규 예능 <정글밥> 제작 소식이 전해졌고, 김병만의 출연 소식은 없었다. 이에 김병만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2월 SBS 예능 담당 고위 간부와 담당 PD를 만났고 그 자리에서 체험과 힐링을 주제로 삼은 스핀오프 예능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BS는 19일 공식 입장을 통해 "<정글밥>은 지난해 8월 <녹색 아버지회> 스리랑카 촬영 당시 현지 시장에서 산 식재료를 이용해 즉석에서 한국의 맛을 재현해 내는 류수영을 보고 영감을 얻은 제작진이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이미 올해 1월 말 편성을 확정 짓고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병만이 2월에 제안하기 한 달 전에 이미 준비 중이었다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의 협업 관계, 씁쓸하게 막 내리나
 
 지난 2011년부터 10년 동안 인기리에 방영된 SBS '정글의 법칙'
지난 2011년부터 10년 동안 인기리에 방영된 SBS '정글의 법칙'SBS
 
양측의 입장 대립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사안이기도 하다. <정글의 법칙>이 오랜 기간 사랑 받으면서 예능계에 '정글=김병만'이라는 하나의 공식이 성립되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특정 단어가 어느 개인의 점유물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브랜드처럼 각인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인물의 공헌이 있었던 덕분이다.  

공식적으로 종영되지 않은 상태였던 <정글의 법칙> 부활을 기대했던 주인공 김병만의 입장이라면 서운한 감정을 느낄 법하다. 앞선 2월의 만남이 공식적인 미팅이 아니었다고 SBS 측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1월 해외 정글 소재 신규 예능 제작이 확정되었다면, 이 자리에서 전후 사정 설명을 오랜 기간 함께한 동료인 김병만에게 해줬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지금과 같은 감정싸움 발생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글을 소재로 예능을 만든다고 해서 무조건 김병만이 출연해야 한다는 법은 분명 없다. 편성권 및 출연자의 선정은 엄연히 이를 제작하는 방송사의 권한이라는 것 또한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다만 '정글'이 포함된 제목과 콘셉트는 김병만이라는 이름이 지닌 그림자를 피하기 어렵다는 부담감도 함께 존재할 것이다.

프로그램 신규 제작을 공식화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SBS에 헌신해온 한 예능인의 노고에 조금이나마 고마움을 표시했다면 아마 이러한 갈등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아쉽게도 김병만과 SBS의 10여 년 협업 관계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채 끝을 맺었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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