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을 하나원큐에 내준 BNK가 하루 동안 세 건의 FA계약을 성사시켰다.

BNK 썸 구단은 18일 공식 SNS를 통해 FA가드 박혜진과 계약기간 3년에 연봉총액 3억 2000만 원(연봉 2억 7000만 원+수당 5000만 원), 포워드 김소니아와 계약기간 3년에 연봉총액 4억 원(연봉 3억 원+수당 1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BNK는 이어 FA자격을 얻었던 '어시스트 여왕' 안혜지와도 계약기간 4년에 연봉 총액 3억 1000만 원(연봉 2억 8000만 원+수당 3000만 원)의 조건에 재계약했다. 
 
박혜진은 "저를 고향으로 불러주신 회장님과 구단주께 감사드리며 이제는 BNK 박혜진으로 코트에서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드릴테니 더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소니아는 "저를 BNK로 이끌어 주신 박정은 감독님과 프런트의 노력과 끈기, 열정에 감동 받았다"며 "협상과정에서 회장님과 구단주님의 농구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느껴져 이적 생각이 없던 제 결정이 바뀌었다"고 이적 이유를 전했다.

우승반지 9개 가드와 득점왕 출신 포워드 영입
 
 BNK와 계약한 박혜진은 현역 선수 중 독보적으로 많은 9개의 우승반지를 보유하고 있다.

BNK와 계약한 박혜진은 현역 선수 중 독보적으로 많은 9개의 우승반지를 보유하고 있다. ⓒ BNK 썸

 
2008-2009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 우리WON에 입단한 박혜진은 지난 16년 동안 한 번도 우리은행을 떠나지 않고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박혜진은 우리은행의 왕조시대를 이끌며 무려 9개의 우승반지와 5번의 정규리그 MVP, 3년 연속 챔프전 MVP 등 현역 선수로서  최고의 실적들을 올렸다. 박지수(KB스타즈) ,김단비(우리은행) 정도를 제외하면 현역선수 중 박혜진의 커리어에 비할 선수는 거의 없다.

화려한 공격력과 클러치 능력에 가려진 박혜진이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바로 뛰어난 수비다. 박혜진은 중요한 경기마다 상대 에이스를 전담 수비할 정도로 뛰어난 수비능력을 갖추고 있다. 박혜진은 이번 시즌 KB와의 챔프전에서도 '3점슛 여왕' 강이슬을 전담 수비했다. 정규리그에서 35.5%의 확률로 72개의 3점슛을 적중시켰던 강이슬은 챔프전에서 박혜진의 수비에 막혀 4경기에서 16%의 확률로 4개를 성공시키는데 그쳤다.

박혜진은 이번 시즌 17경기에서 9.1득점을 기록하며 유망주의 티를 벗지 못했던 2011-2012 시즌 이후 12년 만에 한 자리 수 득점에 머물렀다. 아무리 박혜진이 부상에 시달리고 정규리그보다는 봄 농구에 초점을 맞추고 시즌을 치렀다 해도 9.1득점과 3점슛성공률 29.3%, 자유투성공률 76.7%는 박혜진의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따라서 건강회복과 그에 따른 성적향상 여부가 새 시즌 BNK의 박혜진에게 눈 여겨 볼 대목이다.

2021-2022 시즌 우리은행에서 16.82점으로 팀 내 득점 1위(전체 6위)를 기록했던 김소니아는 2022년 우리은행이 김단비를 영입하면서 보상선수 지명을 받아 신한은행 에스버드로 이적했다. 김소니아는 이적 첫 시즌 18.9득점 9.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WKBL 최초로 '보상선수 득점왕'을 차지했다. 김소니아는 이번 시즌에도 28경기에 출전해 16.5득점 9.1리바운드로 신한은행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FA자격을 얻어 BNK와 계약했다.

김소니아는 이번 시즌 득점왕을 차지했던 2022-2023 시즌보다 개인기록은 다소 떨어졌지만 3점슛 성공률은 34.6%(8위)로 상승했다. 특히 56개의 3점슛 성공은 강이슬에 이어 리그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김소니아가 BNK에서도 신한은행에서의 마지막 시즌처럼 많은 3점슛을 성공시킬 수 있다면 BNK는 이소희와 박혜진, 김소니아로 이어지는 막강한 '양궁부대'를 구성할 수 있다.

팀의 약점 메울 수 있는 과감한 투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쳐 BNK로 이적한 김소니아는 리그에서 가장 투쟁심이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쳐 BNK로 이적한 김소니아는 리그에서 가장 투쟁심이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다. ⓒ BNK 썸

 
사실 FA시장 초반만 하더라도 BNK의 상황은 썩 좋지 못했다. 이번 시즌 팀 내 득점(17.47점)과 리바운드(10.43개) 1위, 출전시간 2위(36분 24초)를 기록했던 주전센터 진안이 하나원큐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크지 않은 신장(178cm)에도 뛰어난 파워를 앞세워 골밑에서 위력을 발휘하던 리그 최고령 선수 김한별이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만약 김한별의 은퇴가 결정되면 BNK는 이번 시즌에 비해 17.79개의 리바운드가 빠져 나가는 셈이다.

하지만 BNK는 리그에서 가장 터프하고 투쟁심 강한 포워드로 꼽히는 김소니아를 데려 오면서 진안과 김한별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김소니아는 지난 네 시즌 동안 평균 9.17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박혜진 역시 최근 세 시즌 동안 평균 6.61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했을 정도로 포지션 대비 리바운드 능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다. 어쩌면 BNK의 리바운드 공백은 우려했던 것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BNK의 최대약점으로 꼽혔던 부분은 바로 가드진의 작은 신장이다. BNK는 이번 시즌까지 164cm의 안혜지와 170cm의 이소희가 가드진을 구성했다. 물론 공격을 할 때는 뛰어난 스피드와 돌파력을 통해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수비를 할 때는 어쩔 수 없는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신장이 좋은 상대가드가 안쪽에서 포스트업을 시도하거나 밖에서 외곽슛을 던질 때는 BNK 가드진의 스피드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다가올 2024-2025 시즌에는 BNK에 리그 최고의 에이스 수비수 중 한 명인 박혜진이 가세한다. 상대의 외곽이나 골밑 공격이 부담스러울 때는 박혜진을 투입해 단숨에 미스매치를 없앨 수 있다. 물론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안혜지와 이소희, 박혜진으로 이어지는 뛰어난 가드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팀 전력을 극대화할지는 전적으로 박정은 감독의 전술과 선수기용에 달려 있다.

베테랑 박혜진과 김소니아를 영입하고 '패스마스터' 안혜지를 잔류시키면서 BNK는 단숨에 2024-2025 시즌의 디크호스를 넘어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실제로 박지수와 박지현(우리은행)의 해외진출이 이뤄진다면 전력이 대폭 상승한 BNK를 제어할 팀이 쉽게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번 시즌 최하위로 추락하고 '분노의 투자'를 통해 거물 FA 3명과 계약한 BNK가 다음 시즌 원하는 만큼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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