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MVP 원주 DB 이선 알바노 밝은 표정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국내선수 MVP에 선정된 원주 DB 이선 알바노가 트로피에 입을 맞추며 기념 촬영하던 중 웃음 짓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농구 원주 DB의 이선 알바노가 KBL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안았다. 4월 1일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알바노는 농구 기자단 투표 결과 전체 111표 중 50표를 받으며 팀 동료 강상재(47표)를 단 3표 차이로 제치고 올해 프로농구 최고의 별에 등극했다.
미국계 필리핀 국적의 아시아쿼터 선수인 알바노는 1997년 출범한 한국 프로농구에서 한국 국적이 아닌 선수로는 첫 정규리그 MVP의 영예를 안았다. 그동안 KBL은 원년 이래 외국인 선수들의 압도적인 기량을 고려하여 정규리그 MVP는 국내 선수에게만 자격을 허용하고, 외국인 선수 MVP제도를 별도로 분류하여 시상해왔다.
하지만 KBL은 지난 시즌부터 같은 외국인 선수이기는 하지만, 아시아쿼터 선수들에 한하여 국내 선수들과 동등한 수상 자격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프로농구에 새로운 볼거리를 부여하고 국내 선수들의 경쟁의식과 동기부여를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지난 시즌 울산 현대모비스의 아시아쿼터 선수였던 론 제이 아바리엔토스가 KBL 최초로 비한국 국적 출신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는 알바노가 최초로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하며 2년 연속으로 아시아쿼터가 KBL 역사에 새로운 한 획을 긋게 됐다.
'DB 정규리그 우승' 이끈 주역 알바노
알바노는 태국, 독일 리그 등을 거쳐 2022-23시즌 원주 DB에 입단하여 한국농구와 인연을 맺었다. 첫 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며 53경기에 출전하여 13.3점, 5.1어시스트, 1.4스틸이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2년 차를 맞이한 올시즌에는 더욱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며 DB의 백코트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허웅이 KCC로 이적하고 두경민이 잦은 부상과 이적요청으로 전력 외로 분류되면서 알바노가 사실상 메인 볼핸들러와 슈팅가드를 넘나들며 고군분투했다.
알바노는 54경기 전 경기에 출장하며 15.9점, 6.6어시스트(전체 2위) 1.5스틸을 기록했다. 시즌 최종전에서 이정현(고양 소노)에게 역전 당하지 않았더라면 어시스트왕까지 차지할 뻔했다. 하지만 올해 최고의 리딩가드이자 지난 시즌 6강 진출조차 실패했던 DB를 한 시즌만에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 단연 알바노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사실 투표 전까지만 해도 알바노가 MVP 투표로 가장 유력했던 상황만은 아니었다. 알바노와 같은 팀 내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팀동료 강상재, 개인성적이 월등했던 이정현 등과 함께 MVP 후보에 오르며 자칫 표가 분산될 수도 있었지만, 의외로 표심은 결국 시즌 내내 가장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 알바노의 공헌도를 택했다. 알바노의 수상은 그동안 MVP 투표에서 변수로 지적되던 인기투표로의 변질이나 국내-외국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벗어난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있는 이변이었다.
수상이 확정되자 알바노는 "큰 상을 받게 되어 정말 영광이다. 팬과 팀 동료들,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앞으로도 늘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코트에 서겠다"며 주변에 영광을 돌렸다.
국내 선수들보다 더 뛰어난 기술과 일대일 능력을 갖춘 필리핀 선수들의 약진은 아시아쿼터 효과의 성공을 보여주는 모범사례라고 할 만하다. 알바노, 아바리엔토스, 렌즈 아반도, 샘조세프 벨란겔 등이 한국 무대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개인기술이 좋은 필리핀 출신 듀얼가드들의 주가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또한 이들은 고액연봉을 받는 국내파 가드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몸값으로 효율적인 영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성비'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하여 현재 외국인 선수제도가 없는 여자농구에서도 아시아쿼터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