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분, 울산 HD 마틴 아담의 프리킥 헤더 첫 골 순간
심재철
서쪽 끝 바닷가 인천에서 동쪽 끝 바닷가 울산에 가려면 고속도로를 기준으로 잡아도 400km가 훌쩍 넘는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 홈 구장을 쓰고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를 제외하고는 K리그1 연고지 기준으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팀들인데,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 이들 울산 HD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만나면 좀처럼 상대를 놓아주지 않는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이 게임 시작 전 순위로 맨 꼭대기층 울산 HD(2위)와 바닥층 인천 유나이티드 FC(12위)가 이런 명장면들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K리그1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도 모자라 2023-24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라 있는 강팀 울산 HD를 상대로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믿기 힘든 3-3 점수판을 만들어낸 것이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7일 오후 4시 30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2024 K리그1 울산 HD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3-3으로 아쉽게 비기고 9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인천 유나이티드 '박승호', 울산 상대로만 두 번째 골
시즌 초반이면서도 양 팀은 핵심 멤버들 부상이 아쉬운 입장이었다. 홈 팀 울산 HD는 엄원상과 고승범이 빠져 있고,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신진호, 김도혁, 김보섭, 델브리지 모두가 시즌 개시도 못한 형편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 하는 축구장이기에 두 팀은 A매치 휴식기 직전 게임에 모든 것을 걸고 뛰었다. 특히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발목을 다쳐 실려나간 김현서 대신 김성민을 들여보낸 것 말고는 교체 카드를 더 쓰지 않을 정도로 시즌 첫 승리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첫 골은 홈 팀 울산의 프리킥 세트 피스로 나왔다. 이동경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을 골잡이 마틴 아담이 오프 사이드 라인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며 이마로 돌려넣은 골(33분)이었다. 그런데 울산 홈팬들의 미소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6분 만에 어이없는 수비 실수로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동점골이 나온 것이다. 국가대표 센터백 김영권이 조현우 골키퍼에게 백 패스한 공이 너무 짧아서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잡이 무고사에게 짤렸고 제르소에게 연결됐다가 다시 넘어온 공을 무고사가 침착하게 오른발로 차 넣었다.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순간들은 이번 시즌 최다 골 게임을 예고한 듯 1만 5233명 축구팬들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후반 시작 후 4분만에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역전 골이 나왔으니 호랑이굴은 더 술렁거릴 수밖에 없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수 오반석부터 시작된 역습이 김성민을 거쳐 무고사까지 어이지는 흐름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김영권을 따돌린 무고사의 왼발 슛이 조현우 골키퍼에게 막히기는 했지만 바로 앞 세컨드 볼을 박승호가 빠르게 달려들어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밀어넣었다. 지난 해 11월 24일 울산과의 홈 게임에서 데뷔 골을 터뜨렸던 박승호가 개인 통산 2호골도 울산을 상대로 넣었으니 보통 인연은 아니다.
전반 첫 번째 동점골이 6분만에 나온 것에 이어 후반 두 번째 동점골도 5분만에 나왔으니 피치 위 선수들은 물론 모든 관중들도 시선을 어디에 둬야하는지 모를 정도였다. 54분에 울산 미드필더 보야니치가 날카로운 왼발 중거리슛으로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왼쪽 기둥을 때렸는데 그 틈을 타고 달려든 이동경이 빈 골문에 왼발 골을 밀어넣은 것이다.
다시 기세가 오른 홈 팀 울산은 63분에 설영우의 오른쪽 크로스로 마틴 아담의 결정적인 헤더 슛을 이끌어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새 골키퍼 이범수가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내기는 했지만 바로 앞에 떨어진 공을 마틴 아담이 오른발로 가볍게 차 넣은 것이다. 49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2-1 역전골도 놀라운 순간이었지만 마틴 아담의 3-2 재역전 골도 모두를 놀라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울산 홈팬들은 펠레 스코어 그대로 게임이 끝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시즌 첫 승리가 절실한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이대로 물러설 팀이 아니었다. 70분에 인천 유나이티드 FC 무고사의 기습 헤더 슛이 세 번째 동점골로 들어가는 줄 알았지만 조현우 골키퍼가 기막히게 쳐냈고, 곧바로 이어진 제르소의 세컨드 볼 오른발 슛까지 조현우가 막아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