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장
CJ ENM
-CJ ENM은 앞으로 국내- 해외 사업 방식이 달라지는 건가.
"국내는 기존 체계를 부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 현재 유효한 콘텐츠가 무엇인지, 무엇이 사랑받는지 적용해 제작 라인업을 꾸릴 예정이다. 장르, 제작비, 타깃 등 사업 모델을 재구성할 것이다. 제작사와 창작자와 협업하는 부분도 포함이다. 한국이 성장에서 성숙 시장으로 넘어선 단계라고 봤을 때 성장 시장은 공들여 확장하겠고, 성숙 시장은 북미 주류 진입을 고려하고 있다.
해외 사업은 지역별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 성장 시장은 한국에서 쌓은 90년대의 노하우(인프라, 콘텐츠)를 그대로 이식해 전개할 예정이다. 현재 <쉬리> 때부터 시작했던 극장 배급, 라인업 단계를 밟아가는 중이다. 북미 같은 성숙 시장은 이미 강자도 새 비즈니스 시장을 찾고 있어 A24 같은 파트너와 협업해 의미 있는 작품을 진행 중이며 두 작품 정도가 크랭크인 예정이다."
-CJ ENM 투자배급 영화가 팬데믹 이후 큰 성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보다 북미나 해외 시장과 협업이 늘어나게 되나.
"한국 시장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려 한다. 시대정신에 맞는 소설을 픽업해 각본 작업에 돌입하려 한다. 예를 들면 <완벽한 타인> 같은 영화다. 시의성 있고 트렌드를 반영한 영화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개봉작은 대략 7년 전 기획된 거다. 현시점의 소비자가 미래에 좋아할 만한 영화를 예측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 또한 작업 중에 있다."
-앞서 원점에서 돌아가서 다시 세팅한다고 했다. 대기업의 프로세스에서 실현 가능한 계획인가.
"단순화하면 두 가지 방향이다. 블록버스터는 허들을 높이는 작업을 할 것이다.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두고 신뢰 기준을 높일 것이다. 과거 단선적으로 판단했다면 이제는 소비자와 동일하게 판단하려고 한다. 쉽게 말해 40대의 리더 중심으로 결정하던 방식을 버리고, 20대 신입사원부터 실제 관객층에 맞는 기준을 입체적으로 바꿔 라인업을 구축하려고 한다.
반대로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는 과감한 투자가 시도될 것이다. 기존 성공모델이 없지만 실험적인 작품에 도전할 것이다. <패스트 라이브즈>처럼 동양인 캐릭터가 나오는 한국적인 이야기의 영화, 톱스타 한 명 나오지 않아도 지금 시대에 명확한 가치를 가질 영화, 즉 요즘 유효한 콘텐츠를 선별하겠다. 신선한 소재와 창작자 발굴이 동시에 진행되며 과거 안전한 비즈니스 운영 방식을 버리고 트렌드가 금방 바뀌는 현 시장에서는 콘텐츠 자체를 보고 결정할 것이다. 그야말로 새로운 방식이어야만 한다."
-<기생충>의 성과 이후 북미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CJ ENM의 위상이나 기대효과를 실감하나. 관객은 제2의 <기생충>을 기대하고 있다.
"<기생충> 이후 뭘 더 해볼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북미 확장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나온 거다. <기생충>이 북미 주류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퀄리티를 증명했고, <오징어 게임>이 바로 등장하면서 연쇄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사업자로서 시도할 수 있는 것은 핵심 영역을 넓히는 일이다. 유태오 같은 좋은 배우가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고, 문화 다양성에 기반한 작품을 만들어 널리 알리는 기회로 만들도록 하겠다.
저희도 여러 모델이 있다. <기생충> 같은 완전한 한국 영화를 만들어 알리는 것도 있고, 저희 IP를 통해 할리우드 유명 배우를 기용해 한국의 스토리를 알리는 것도 포함이다. 한국 재능 있는 창작자가 미국 영화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오우삼 감독이 할리우드로 날아가 홍콩의 노하우와 독특한 액션을 <미션 임파서블 2>에서 펼친 사례처럼 말이다."
A24 인터내셔널 대표 사샤 로이드 "창작자 중심 정체성이 성공 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