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방영된 tvN '아파트 404'의 한 장면.

지난 1일 방영된 tvN '아파트 404'의 한 장면. ⓒ CJ ENM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아파트 404>에서 블랙핑크 제니가 5년여 예능 공백을 무색케하듯 판을 제대로 뒤집는 데 성공했다. 지난 1일 방영된 <아파트404> 2화 '사라진 여학생' 편은 지난 1986년 발생했던 실화를 토대로 추리와 코믹, 버라이어티 게임을 접목시켜 재구성했다. 이번 방영분에서 가장 돋보인 활약을 펼친 멤버는 단언 제니였다.

예리한 눈썰미와 자신의 신분을 숨긴 대반전의 주인공으로 나서면서 다른 멤버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쳤기 때문이다. 베테랑 유재석부터 예능 막내 이정하까지 허망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을 만큼 2회에선 제니는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추리력과 엉뚱함이 결합되면서 2018년 11월 방영되었던 SBS <미추리 8-100> 이후 모처럼 출연한 예능에서 제니는 '스타'의 출연이라는 단순한 화제성을 넘어 왜 이 프로그램에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스스로 입증해냈다.

불법 과외, 1986년의 키워드​
 
 지난 1일 방영된 tvN '아파트 404'의 한 장면.

지난 1일 방영된 tvN '아파트 404'의 한 장면. ⓒ CJ ENM

 
이날 <아파트 404>가 이동한 시간은 막바지에 도달한 1986년이었다. 그리고 두 팀으로 나눠 몇가지 게임, 힌트 등을 통해 사라진 김OO 학생을 찾아야 하는 것이 이번 회차의 중요 내용이었다. 몇가지 영상과 자료 힌트를 통해 제일 먼저 주제를 파악한 건 그 시절을 경험했던 유재석이었다. 다름 아닌 '불법 과외'가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이야 각종 학원, 개인 교습 등을 통해 과외과 일반화된지 오래지만 지난 1980년 7월 30일부터 1989년 2월 2일까진 사회 부조리 척결 차원의 일환으로 재학생을 상대로 한 전문 강사, 선생님, 학생 등의 과외 수업이 일체 불허되었다. 이와 관련된 김OO 학생이 과외 때문에 실종된 것으로 생각한 멤버들은 허술하고 때론 당황스런 게임을 치르면서 좀차 확실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사건 해결을 방해하는 요소가 등장한다. 다름 아닌 마피아다. 이번 사건에선 '불법 과외를 신고한 학부형'이라는 이름으로 제작진이 임무를 부여한 멤버가 정체를 숨긴채 미션을 수행하면서 '선한 시민'의 활동에 훼방을 놓는 것이다.

4명의 마피아... 깜쪽 같이 신분 숨긴 제니​
 
 지난 1일 방영된 tvN '아파트 404'의 한 장면.

지난 1일 방영된 tvN '아파트 404'의 한 장면. ⓒ CJ ENM

 
'지하실'이라는 힌트를 얻은 멤버들은 그 즉시 아파트 지하 공간으로 내려가 고교생 김미영 학생을 발견하지만 정작 실종된 주인공이 아니었다. 당사자는 다름아닌 대학생 과외 선생이던 김지은이었다. 양심에 가책을 느낀 나머지 경찰에 자수하려고 했지만 이를 알고 협박한 학부형 때문에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한가지 더 알게 된 사실이 공개된다. 마피아 역할을 맡은 '학부형'은 1명이 아니라 무려 4명이라는 것이다. 일찌감치 신분이 들통난 오나라를 비롯해서 차태현, 양세찬 등 3인의 실체는 확인되었다. 나머지 1인의 정체가 묘연한 가운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선 "선한 주민 2명은 오후 3시까지 옥상에 차려진 기자회견장으로 와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 됩니다"라고 방송을 내보낸다.

​가장 핵심 힌트였던 장부를 통해 일단 이정하는 선한 시민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마지막 1인을 선택해야 하는 과정에서 끈질기게 자신을 강조한 제니가 이정하와 함께 단상에 올라섰지만, 제니의 정체는 다름 아닌 '학부형'이었다. 감쪽같이 신분을 감추는 데 성공하면서 아번 미션을 승리로 정식했다.

최적의 캐스팅 스스로 입증​
 
 지난 1일 방영된 tvN '아파트 404'의 한 장면.

지난 1일 방영된 tvN '아파트 404'의 한 장면. ⓒ CJ ENM

 
<아파트 404>는 지난 1회 많은 것을 담다보니 이에 따른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눠진 바 있었다. 초반 프로그램 적응이 이뤄지지 못한 멤버들을 향해 날선 의견도 등장했고 제니 역시 이를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2회 들어 가장 발 빠르게 적응하면서 게임을 주도한 인물은 제니였다.

​정체를 감추면서 때론 사건 해결의 힌트를 찾아내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 제니는 빠른 상황 판단력과 재치, 추리력을 동원하면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여준다. 단순히 '월드스타'의 출연이라는 화제성에 국한되지 않고 본인 스스로 이 프로그램에 가장 최적인 멤버임을 입증한 것이다. 

<미추리> 시즌1 외엔 고정 예능 출연이 전무했고 초대손님으로 등장한 것조차 많지 않았지만 '젠득이'라는 별명마냥 예능에 최적화된 캐릭터를 단 2회차 만에 마련해 <아파트 404>의 든든한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똑부러진 제니가 존재감을 드러내자 이와 대비되는 허술한 행동으로 웃음을 선사한 신예 이정하도 함께 부각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

출발과 동시에 익숙한 예능 틀의 반복이라고 지적받는 <아파트 404>지만 돌이켜보면 <미추리> 시리즈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쳤었다. OTT도 없었고 유튜브 예능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 고작 3% 수준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나름의 화제성을 마련하면서 지지층을 확보했다. 그 연장선상에 놓인 <아파트 404> 역시 초반 회차에선 비슷한 경로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제니가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치면서 프로그램은 점차 확실한 자기 색깔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아파트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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