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듄: 파트2>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듄>을 요약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다양한 인물, 복잡한 관계만큼 고유 명사도 많아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순한 해석을 거부하는 이야기는 일찍이 여러 감독이 영상화를 시도했다가 고배를 마시고 쓸쓸히 물러나야 했다. 방대한 원작의 세계관을 한정된 시간에 압축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에너미> <컨텍트> <블레이드 러너 2049>를 통해 각색 노하우를 발휘한 드니 빌뇌브 감독은 <듄>을 완성하게 되었다.
원작은 60년 전에 쓰였지만 마치 예언 소설 같다. 베트남전, 이라크전처럼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세력이 토착민을 이기지 못한 패배의 역사뿐만 아닌, 환경재앙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환각, 수명연장, 향신료, 우주여행 등에 쓰이는 스파이스 통제권을 놓고 싸우는 전쟁은 오늘날의 석유파동이 떠오른다.
또한 정치와 종교가 유착되었을 때 벌어질 위험성의 경고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잔혹한 미래가 보이지만 이를 막을 수 없어 폴은 무력해지고 예언 능력으로 비참한 삶을 맞이한다. 원작자는 폴이 영웅으로 비치길 꺼렸던 만큼 <듄: 메시아>를 통해 독재자의 출현을 경계했다. 무앗딥, 마디, 우슬, 퀴사츠 해더락 등으로 불리지만 정작 본인은 정체성이 흔들리는 고통에 휩싸인다.
겉만 봐서는 스페이스 오페라 같지만 환경문제와 독재자의 출현을 지적하고 있다. 천천히 풀어가는 느림의 미학과 숭고한 음악, 자연의 위험과 위엄의 공존을 수려한 미장센으로 담았다. 물이 귀한 사막 행성 아라키스는 훗날 지구의 종말을 보는 듯하다.
인간의 무분별한 행동 하나가 그 세계를 망칠 수 있다는 상호 연결 체계가 듄의 숨겨진 또 하나의 메시지다. 아라키스를 테라포밍하려고 했던 인물의 오랜 의지가 느껴진다. 파트 1의 카인즈 박사(샤론 던컨 브루스터)의 과업과 파트 2의 시체의 물을 모아 저장탱크를 만든 스틸가처럼. 먼 미래 세대에는 반드시 초록의 행성을 만들어 주겠다는 생태학적 잠재력이 <듄>에 담겨 있다.
신·구 캐릭터의 무르익은 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