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가 감독대행 체제를 마치고 마침내 강혁 감독을 2대 정식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구단은 지난 2월 26일 공식 채널을 통해 "강혁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했다. 새로운 출발점에 선 강혁 감독에게 많은 응원과 지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강혁 신임 감독은 1990-200년대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가드 중 한 명이자 '투맨게임'의 달인으로 명성을 떨쳤다. 삼일상고와 경희대를 졸업하고 1999년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수원 삼성(현 서울)에 입단한 강혁은, 12년간 삼성에서 선수생활을 보내며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꾸준히 활약했다. 전천후 가드였던 강혁은 2000-01시즌 식스맨상(최우수후보상), 2003~04 시즌부터 4시즌 연속 수비 5걸에 선정되었으며, 정점이었던 2005~06시즌에는 팀의 두 번째 우승을 이끌며 챔피언결정전 평균 17.3점, 6.5어시스트로 MVP까지 선정되기도 했다.
다만 말년에는 삼성의 원클럽맨으로 남지 못하고 가스공사의 전신인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로 트레이드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 삼성은 김상준 신임감독 체제에서 팀 개편을 선택하면서 노쇠했다고 평가받은 강혁을 정리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삼성에 치명적인 실수가 됐다. 삼성은 그해 최하위로 추락하면서 몇년 간 암흑기에 접어든 반면, 강혁을 얻은 전자랜드는 6강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선수 시절의 강혁은 내로라하는 스타플레이어들도 얻기 힘든 진귀한 기록을 남겼는데, 바로 '현역 전 시즌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성공률 100%'라는 업적이다.
강혁이 선수로 뛰고 있던 시절, 삼성은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놓쳐본 적이 없다. 유일하게 플레이오프에 탈락했던 2001-02시즌에는 마침 군복무 때문에 상무에 있었다. 2011-12시즌에는 강혁이 트레이드되자마자 삼성은 8년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기록이 깨지며 꼴찌로 추락했다. 그리고 이러한 플레이오프 개근 행진은 전자랜드에서도 계속됐다.
말년의 강혁은 전자랜드에서 두 시즌을 소화한 후 주장까지 역임하고 명예롭게 은퇴했다. 이후 지도자로 변신하여 모교 삼일상고와 창원 LG 코치를 거쳤고 2020-21시즌을 앞두고는 8년 만에 전자랜드로 다시 돌아와 코치와 감독대행에서 마침내 정식 감독의 자리까지 올랐다. 가스공사로서는 13년전 전자랜드 시절의 트레이드 한번으로 두고두고 본전을 뽑은 '신의 한수'가 된 셈이다.
강혁은 전자랜드가 한국가스공사로 인수된 이후에도 코치로 꾸준히 자리를 지켰다. 2022-23 시즌을 끝으로 구단과 갈등을 빚던 유도훈 감독이 계약기간 1년을 남기고 성적부진으로 경질되자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구단은 정식 감독이 아닌 '감독대행'이라는 애매한 직위를 통하여 검증기간을 뒀다.
2023-24시즌 현재 가스공사는 17승 26패(.395)로 7위를 기록중이다. 11경기를 남겨둔 현재 6강 막차인 6위 울산 현대모비스(23승 19패)와는 무려 6.5게임 차이다. 사실상 올시즌 플레이오프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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