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SBS
사망 당일 새벽에도 민경씨가 새로운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던 스크린야구장까지 김씨가 나타나기도 했다. 남자친구는 민경씨의 안전을 우려하여 그녀를 집 앞까지 데려다줬지만, 놀랍게도 김씨는 이미 그녀의 집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민경씨와 미리 약속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유족과 친구들은 김씨의 스토킹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민경씨가 그럴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인근 CCTV를 확인한 결과, 민경씨가 추락하던 당시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민경씨는 창밖으로 떨어지기 직전까지 누군가가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자 김씨는 진술을 번복하여 민경씨가 떨어지는 순간에도 방에 함께 있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민경씨의 추락사에 대해 자신은 무관하다고 변명했다. 유족들은 민경씨의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스토킹을 했던 김씨가 민경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전문가들은 김씨의 심리에 대하여 "이 여성(민경씨)에게 버림받는 것에 대한 공포가 상당한 수준으로 고조가 되어 있다. 가해자의 평상시 성향으로 봤을 때 분노를 표출했을 가능성이 있다", "가해자가 없었다면 민경씨의 추락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민경씨의 추락사는 명백히 스토킹의 폐해와 폭력으로 인하여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
민경씨의 가족들은 민경씨가 이전에도 김씨로부터 여러 차례 자살 협박을 받았고, 참다못해 그녀도 "창 밖으로 뛰어내려 죽겠다"며 맞대응했더니 김씨가 비로소 행동을 멈췄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고 진술했다. 어쩌면 민경씨의 사망 당시 상황도 비슷했던 것이 아닐까.
CCTV에는 민경씨가 추락하기 전에 난간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심리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자살하려는 사람의 행동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분석하며, 민경씨가 굳이 난간에 매달리는 위험한 행동을 스스로 해야만 했던 정황을 두고는, "자살이라는 행동을 스토킹의 협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사용한 상황은, 그만큼 가해자로부터 심각한 폭력에 대한 위협을 느끼는 순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추정했다.
반면 김씨의 법률대리인은 사망 당일 폭행은 없었고, 연인간의 다툼이었다며 스토킹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경씨가 이전에도 김씨와 다툴 때 난간에 올라간 적이 있다며 망인에게 책임을 돌렸다.
한편 민경씨의 유족들은 경찰이 3번이나 거듭된 신고에도 피해자를 적절히 보호하려는 조치가 없었다며 지적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절차대로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관은 피해자 측이 세 번이나 신고했는데도 경찰이 상황을 제대로 몰랐다고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며, 가장 중요한 '피해자가 위험하냐, 안전하냐'라는 것을 판단하는 데 실패한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초래한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