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을 마지막으로 27년여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SBS 파워FM의 간판 프로그램인 '최화정의 파워타임'.

6월 2일을 마지막으로 27년여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SBS 파워FM의 간판 프로그램인 '최화정의 파워타임'. ⓒ SBS

 
수십 년 동안 정오를 지킨 라디오 프로그램이 사라진다. 이에 앞서 20년 넘는 기간 동안 아침의 여유로운 시간을 지켰던 라디오 프로그램도 사라졌다. 한 방송사의 라디오 채널이 '1등 라디오'가 될 수 있었던 이 프로그램들을 위해 방송국은 예의를 지켰다.

6월 2일을 마지막으로 SBS 파워FM이 개국했던 1996년부터 진행자도, 프로그램도, 방송 시간도 변함 없이 이어졌던 정오 프로그램인 '최화정의 파워타임'이 사라진다. 28년간 진행했던 최화정씨가 하차하기 때문.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2001년부터 청취자와 아침을 함께했던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은 피할 수 없는 폐지라는 길을 청취자에게 납득케 하는 동시에 지난 방송의 추억을 되살리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28년 방송 되돌아 보는 특집 꾸민 '최파타'
  
 진행자 최화정 씨의 하차를 앞두고 '최파타 사진관'을 꾸민 SBS 파워FM의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인 '최화정의 파워타임' 홈페이지.

진행자 최화정 씨의 하차를 앞두고 '최파타 사진관'을 꾸민 SBS 파워FM의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인 '최화정의 파워타임' 홈페이지. ⓒ SBS

 
'최화정의 파워타임'은 SBS 파워FM이 개국한 다음날인 1996년 11월 15일 방송을 시작한 이래 만 2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켜왔던 방송이었다. SBS 라디오가 MBC, KBS, CBS 등 기라성같은 라디오 방송국에 이은 후발주자로 시작했지만, '1등 라디오'가 되기까지의 세월을 지켰던 이정표이기도 했다.

이유야 어쨌든, SBS 파워FM을 즐겨듣던 많은 애청자들에게 충격인 소식이었다. 아무리 하차 소식을 빠르게, 진중하게 전한다 한들 청취자들은 '내 시간을 지키던 루틴'이 사라진다는 충격으로 상처가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 '떠나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청취자들이 갖는 상처를 깊지 않게 한 제작진의 배려도 돋보였다.
 
우선 방송 마지막 2주는 28년의 방송을 되돌아보는 콘셉트인 '최파타 패밀리 위크'로 꾸며졌다.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자주 출연하곤 했던 배우와 가수들이 출연했고,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코너들도 부활시켰다.  

2010년대 '최화정의 파워타임'의 매일 사연 소개 코너로 진행되었던 '나이스 초이의 파워블로그'가 오래간만에 청취자들을 찾았고, 육중완밴드 멤버의 입담으로 재미를 주었던 '장미쌀롱', 연애 고민을 해결해주는 코너인 '목동연애연구소', 쇼호스트 동지현과 이민웅씨가 출연해 케미를 뽐내던 '공유 라디오 좋아유'가 돌아와 청취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최화정의 파워타임'이 보낸 역사를 알 수 있게끔 기획한 프로젝트도 빛났다. 종영 소식이 알려진 이후 공식 홈페이지에는 '최파타 사진관' 코너가 마련됐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최화정씨가 출연자와 촬영한 사진, 라디오 부스 안에서의 모습 등은 청취자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긴 시간 동안 사랑받았던 프로그램의 상징과 같았던 코너들을 다시 한번 만나고, 오랫동안 만났던 프로그램의 추억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최파타'는 이별을 아쉬워하는 청취자의 마음을 헤아려줬다. 이별에 최선은 없다지만, 아쉬움이 덜 남는 방법을 택한 셈이다.

한 달 남짓, 긴 이별 시간 나눴던 '아침창'
 
 지난 3월 방송을 마친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는 청취자들과의 긴 이별 시간을 가지면서 종영에 '연착륙'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월 방송을 마친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는 청취자들과의 긴 이별 시간을 가지면서 종영에 '연착륙'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 SBS

 
지난 3월 17일, 역시 24년 간의 방송을 마치고 종영한 SBS 파워FM의 간판 아침 프로그램인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아침창')은 '최화정의 파워타임'과 비슷한 듯 다른 방법으로 청취자들과의 이별에 있을 충격을 줄였다. 바로 종영 한 달 남짓 전에 DJ가 직접 종영 사실을 알린 것. 

김창완은 지난 2월 19일 직접 짓는 오프닝 멘트를 통해 '한 달 뒤에 방송이 종영되고, 일정 기간 후에 SBS 러브FM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라고 청취자들에게 알려 왔다. 보통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행자 하차와 관련된 사안을 청취자에게 2주 남짓 전 알리던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특히 김창완씨가 하반기 SBS 러브FM으로 옮긴다고는 하지만, 방송국의 결정으로 24년 남짓 함께한 곳에서 내려오는 만큼 청취자의 아쉬움은 배가 되었을 터. 그래서 '아침창'은 DJ 김창완의 진행 성향에 맞으면서도, 청취자와의 예의를 지키는 이별의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라디오의 마무리를 위해 특별한 기획을 준비하기보다는 기존의 코너 등을 유지하면서도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청취자와 DJ가 서로 나눌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런 김창완도 마지막 생방송에서 '집사 복장'으로 방송에 임하며 청취자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아침창'의 잔향은 라디오 전파를 넘어서도 이어졌다. 김창완 DJ가 직접 손으로 쓴 라디오 원고, 그리고 그가 청취자의 고민에 답한 내용을 엮은 저서 '찌그러져도 동그라미'가 출간된 것이다. "준비된 어른이 되기보다는 새로운 어른이고 싶다"는 그의 말이 휘발되는 전파 속 목소리를 넘어 활자로까지 이어진 셈이었다.

런칭도 좋지만, 종영 연착륙을 잘 부탁해
 
 라디오는 마무리되었지만, '아침창'에서 건넨 그의 목소리가 활자로 남은 책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가 남았다.

라디오는 마무리되었지만, '아침창'에서 건넨 그의 목소리가 활자로 남은 책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가 남았다. ⓒ 웅진지식하우스

 
라디오는 한정적인 매체다. 방송시간은 당연히 24시간으로 한정되어 있고, 주파수 역시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새 프로그램의 런칭도, 훌륭한 진행자의 합류도 좋지만, 그런 새 프로그램을 만들고 새 DJ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이미 있던 시간대를 지키던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역시 라디오는 연속적인 매체다. 시간을 따라 물 흐르듯이, DJ가 청취자와 함께한다는 동질성이 있다. 한 채널, 한 프로그램을 듣는 것을 운전이나 업무를 할 때, 휴식할 때의 루틴으로 삼는 청취자들도 많다. 그래서 청취자들 중에는 한 채널을 이어 듣거나, 매일 특정한 프로그램을 즐겨 듣는 '열성 애청자'가 많다.

그렇기에 라디오 프로그램을 종영할 때는 얼마나 연착륙하는지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이어 듣는 데 도움이 될 터다. 하지만 개편 사실을 종영 직전에야 알려주거나, DJ가 인사도 하지 못하고 프로그램이 종영되는 사례가 라디오에서는 유독 많았고, 이는 청취자의 이탈로 이어지곤 했다.

SBS 파워FM이 오래 진행했던 두 프로그램의 진행자에게, 그리고 애청자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예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SBS 파워FM이 '1등 라디오'라는 기치를 직접적으로 내거는지 알 수 있었던 이별이었다. 
SBS파워FM 최화정 김창완 최화정의파워타임 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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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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