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팀의 숙원이었던 '코리안 몬스터'의 국내 복귀를 이뤄냈다.

한화 이글스 구단은 22일 류현진과 계약기간 8년, 총액 17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류현진은 계약 후 "한화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구단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때부터 꼭 한화로 돌아와 보답하겠다 생각했고 지금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팬 여러분께 올 시즌에는 최대한 길게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류현진은 KBO리그 통산 98승 52패 1세이브 1238탈삼진 평균자책점 2.80, 빅리그 통산 78승 48패 1세이브 934탈삼진 ERA 3.27의 기록이 말해주듯 말이 필요 없는 한국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다. 류현진의 가세가 한화의 전력에 엄청난 보탬이 될 것은 따로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8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한화가 최고의 투수와 8년간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류현진은 오는 3월 말이 되면 만 37세가 되는 베테랑 투수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오른쪽)은 장고 끝에 한화와 8년170억 원의 조건에 계약을 체결하며 11년 만에 KBO리그로 복귀했다.
류현진(오른쪽)은 장고 끝에 한화와 8년170억 원의 조건에 계약을 체결하며 11년 만에 KBO리그로 복귀했다.한화 이글스
  
2명 제외하고 전원 은퇴한 류현진의 동기들

류현진이 프로에 입단한 2006년 KBO리그에는 류현진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던 유망주 투수들이 대거 프로의 문을 두드렸다. 그 중에서도 광주동성고의 한기주(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는 '선동열 이후 최고의 재능'으로 평가 받으면서 2024년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역대 신인 최고 계약금(10억 원)을 받고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한기주는 입단 당시만 해도 류현진보다 훨씬 큰 기대를 모았던 초특급 유망주였다.

루키 시즌 10승을 올린 한기주는 2년 차 시즌부터 마무리로 변신해 2년 동안 51세이브를 기록하며 KIA의 차세대 에이스로 순조롭게 성장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한기주는 마운드보다 재활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고 2013년과 2014년에는 어깨부상으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결국 한기주는 2017년 11월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삼성에서도 1승 3홀드를 추가하는 데 그치며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한화는 2차 1라운드로 류현진을 지명하기 전, 1차 지명을 통해 천안북일고의 에이스 유원상을 데려왔다. 한기주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유원상 역시 5억5000만 원이라는 엄청난 계약금을 받을 정도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유원상은 한화에서 활약한 5년 동안 '만년 유망주'의 껍질을 깨지 못했다. 유원상은 LG트윈스 이적 후 불펜투수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지만 16년 동안 35승 53패 8세이브 66홀드 ERA 5.07의 평범한 성적을 남기고 은퇴했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류현진보다 먼저 지명됐던 나승현(롯데 자이언츠 1군 매니저)도 루키 시즌엔 롯데의 마무리 투수로 16세이브를 기록하며 '거인 마운드의 미래'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나승현은 루키 시즌의 16세이브 이후 은퇴할 때까지 단 하나의 세이브도 추가하지 못했고 잦은 투구폼 변경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2015 시즌이 끝나고 유니폼을 벗었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무대에 뛰어든 류현진의 동갑내기들 중에서 현재까지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40개)을 보유하고 있는 김상수(롯데)와 키움 히어로즈의 전천후 불펜 원종현뿐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입단 당시의 기대를 채우지 못하고 조금은 빠르게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국내 복귀를 결심한 류현진 역시 앞으로 8년 동안 좋은 활약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제 한화의 '괴물'은 더이상 젊지 않다

사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메이저리그 출신 토종 투수는 류현진이 처음이 아니었다. 2005년 뉴욕 메츠에서 활약한 '대성불패' 구대성과 빅리그 124승에 빛나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 역시 한화 유니폼을 입고 대전 한밭야구장 마운드에 오른 바 있다. KBO리그에 익숙했던 구대성은 복귀 후에도 64세이브를 추가하며 좋은 활약을 했지만 박찬호는 2012년 23경기에서 5승 10패 ERA 5.06의 평범한 성적을 남기고 선수생활을 마쳤다.

박찬호가 17년의 미국생활과 1년의 일본생활을 마치고 한화와 계약하면서 KBO리그에 진출했을 당시의 나이는 만 38세로 올 시즌 류현진보다 단 한 살이 많았다. 한화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11년 동안 활약하면서 자신의 청춘을 불태운 30대 후반 투수에게 8년 계약을 안겨준 것이다. 만약 류현진이 공개되지 않은 옵트아웃을 행사하지 않고 계약기간을 모두 채운다면 만 44세가 되는 2031년까지 한화에서 활약하게 된다.

물론 류현진이 한화, 그리고 한국야구를 상징하는 대형스타인 만큼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류현진의 KBO리그 복귀를 반기고 있다. 하지만 17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한화 구단과 팬들은 류현진의 가세로 인한 한화 전력의 급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한화 팬들은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류현진이 가세한 올 시즌 한화가 가을야구 진출 또는 그 이상의 성적을 올려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실제로 한화는 KBO리그에서 적응을 마친 두 외국인 선수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 그리고 작년 시즌을 통해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른 문동주로 이어지는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류현진이라는 거물투수가 가세하면 한화의 선발진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또한 1997년생의 외국인 투수 산체스를 비롯해 김범수, 김기중, 황준서 등 팀 내 젊은 좌완들이 배우게 될 노하우까지 더하면 '류현진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개막 후 만 37세의 류현진이 언제까지 뛰어난 구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함부로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한화로서는 류현진이 40대 노장 투수가 되기 전에 가을야구 진출을 비롯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승부를 걸어야 한다. 류현진이 계약기간 동안 20대 초·중반이던 시절처럼 매년 200이닝과 200탈삼진 내외를 책임지며 '당연히' 두 자리 승수를 올려줄 거라 믿는 것은 무리한 기대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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