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요르단전 전날 동료들과 다투다 손가락 탈구영국 대중지 더선이 14일(한국시간) 손흥민이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저녁 후배들과 언쟁 과정에서 손가락이 탈구됐다고 보도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회 기간에 선수들이 다툼을 벌였다는 보고를 받았다"라며 "일부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치러 가려는 과정에서 손흥민과 마찰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서 손가락에 테이핑한 손흥민 모습.
연합뉴스
사령탑인 클린스만은 이미 부임 초기부터 빈번한 기행과 근무태만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아시안컵이 끝난 직후에는 미국으로 돌아가버리며 무책임한 행태로 일관해 축구팬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여기에 감독의 태업도 모자라, 선수들간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축구대표팀은 전례없는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모습이다.
물론 이전에도 국가대표팀에서 선수들간의 언쟁이나 내분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프랑스나 스페인같은 세계적인 팀들도 개성 강한 선수들끼리의 갈등은 종종 벌어진다. 하지만 선후배간의 규율과 단합을 중시하는 한국축구계, 그것도 대표팀에서 스타급 선수들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구체적인 실명과 내용까지 상세하게 보도되었다는 것. 또한 축구협회도 그 사실을 순순히 인정한 경우는 모두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건이다.
특히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손흥민과 이강인은 현재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손흥민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며 무려 14년째 태극마크를 달고있는 베테랑이다. 그리고 이강인은 한국축구사상 유일무이한 U20 월드컵 골든볼(MVP) 출신으로, 손흥민에 이어 장차 한국축구의 에이스 자리를 물려받을 후계자로 꼽혀왔다. 그런데 함께 대표팀을 이끌어가야 할 두 선수가 중요한 국제대회 기간에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갈등을 빚었다는 사실에, 팬들은 안타까움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국가대표팀에서 일부 자기중심적인 젊은 선수들이나 유럽파의 행태를 둘러싸고 종종 제기되던 우려가 결국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팀은 2000년대 후반 이후 해외파의 숫자가 점점 증가하고 개인주의와 스타의식이 강한 신세대 선수들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국내파와 유럽파의 갈등, 선수단 내 파벌설, 감독에 대한 항명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논란들이 속출한 바 있다.
대표적인 사태가 2013년 당시 유럽파였던 기성용이 최강희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공개 SNS에서 수차례 조롱한 '뒷담화' 논란, 2014년 홍명보호에서 특정 파벌만 우대했다는 '의리축구' 논란 등이 있었다.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난 감독이었던 허정무나 파울루 벤투 시절에는 특별한 잡음이 나오지 않았지만, 불과 클린스만 체제 1년 만에 또다시 이런 사태가 불거졌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한편으로 이번 사태가 남긴 또다른 의미는, 클린스만이 한시라도 더 빨리 경질되어야 하는 이유를 한 번 더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클린스만의 그나마 몇 안 되는 장점으로 꼽힌 것이 선수단을 포용하고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끄는 '치어리더십'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하여 클린스만호에는 기강과 질서도 없고 내부 분위기가 엉망이었다는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만일 클린스만이 감독으로서 선수단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었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었던 사건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축구협회가 치부라고 할 수 있는 선수단 내분을 신속히 인정한 것을 두고, 최근 쏟아지고 있는 '클린스만 경질론-정몽규 회장과 협회 책임론'에 '물타기'를 하고 아시안컵 부진의 책임을 선수들에게 전가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사인의 파장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에 관련된 선수들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해명해야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일각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들도 사람인데 때로 언쟁이나 의견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게 아니냐'고 감싸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이 사건은 사석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국가대표팀 소집기간, 그것도 타이틀이 걸린 국제대회의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둔 시점이었다.
국가대표팀은 나라를 대표하여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곳이고, 그래서 더 단합과 희생정신이 요구된다. 과거와 달리 선후배간의 엄격한 규율이나 강압적인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자율속에서도 원칙과 책임은 필요하다. 개성이나 자기 주장도 팀이라는 질서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용인되는 것이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이번 사태에 연루된 선수들이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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