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사투리'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영화 혹은 드라마 등장인물이 사용하는 사투리가 과장되거나 어색할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이다. 애매한 억양, 힘을 빼야 할 부분에 힘이 잔뜩 실린 악센트들이 현지인 귀에 딱 걸리는 순간, 이는 '미디어 사투리'로 판명 난다. 경상도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에서 등장인물이 일정한 톤으로 '했재', '안카나' 등과 같은 어미만 반복하는 걸 생각해 보면 된다. 

물론 사투리 교본으로 써도 될 정도로 현지 느낌를 잘 살린 콘텐츠도 차츰 쌓이고 있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와 쿠팡플레이 <소년시대>가 그 예다. <소년시대>의 경우 배우 대본 사투리 감수, 주연 배우 사투리 지도를 총괄한 책임자가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한편으로 궁금했다. 정품과 매우 유사한 가품도 결국 가품이듯 아무리 고증이 잘 된 사투리도 현지인이 듣기엔 어색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몇 가지 공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정서까지 구현한 사투리는 어디에서 들을 수 있을까?

최근 이 물음에 대한 답변 같은 콘텐츠가 유튜브에 나왔다.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이 '미디어 사투리 기강 잡으러 왔어예'는 제목의 콘텐츠를 올렸고, 업로드 6일 만에 100만 조회수(8일 기준 133만)를 달성했다. '사투리 1타 강사'의 탄생을 알린 셈이다. 
 
'사투리 1타 강사'의 탄생이 반갑다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사투리 강좌 콘텐츠 한 장면.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사투리 강좌 콘텐츠 한 장면. ⓒ 하말넘많

 
'사투리 1타 강사'의 이름은 채널 <하말넘많>의 강민지다. 채널 이름 <하말넘많>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의 줄임말로 강민지, 서솔 두 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여성을 위한 미디어를 만듭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여행 콘텐츠부터 게임 라이브 방송까지 각종 분야를 아우르는 게 채널의 큰 특징이다.

최근에는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엮어 <고려거란전쟁 요약>, <환승연애 입문 특강>같은 강의형 콘텐츠를 만들었고, <경상도 사투리 특강>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영상을 클릭하면 강사님이 화면 오른쪽부터 중앙으로 슥 걸어 들어온다. 정면을 향해 씩 웃어 보인 후 인사말을 건넨다.

"안녕하시소, 대구 경북 사투리 갈치러 온 강민지라예".

미디어 사투리 기강을 잡는다길래 얼마나 잘하나 싶어 들어왔는데 '안녕하시소'에서 바로 전체화면을 눌렀다는 댓글이 많은 공감을 샀다. 말 한마디로 신뢰를 쌓은 강사님은 또 이렇게 덧붙인다. 솔직히 자신이 하는 말, 쓰는 말이 사투리이기 때문에 굳이 강의까지 열어서 가르칠 게 없다는 거다.

<하말넘많>의 사투리 강의가 획기적인 건 기존 콘텐츠가 굳힌 사투리의 위상을 자연스럽게 깨버렸기 때문이다. '강의'란 모르는 것을 전문가에게 체계적으로 배우는 과정이다. 해외에 나갈 때 그 나라의 언어를 익히듯 사투리 또한 공부해야 하는 언어라는 사실을 이 콘텐츠는 당연하게 제시한다.

기초 회화로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를 먼저 배우는 것처럼 사투리 강의 또한 많이 사용하는 표현부터 짚어준다. 반가울 땐 "어여-"라고 인사하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갈 때 "욕보이소"라고 말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강의라니.

본인에게 숨 쉬는 법과 진배없는 사투리 사용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콘텐츠들이 시리즈로 업로드 되는 중이다. 사투리 듣기 고사 해설강의까지 챙겨간다면 구독버튼이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경상도 호소인과 함께하는 <메이드 인 경상도>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새로운 코너 <메이드 인 경상도>의 한 장면. 왼쪽부터 '경상도 호소인' 이용주, 울산 토박이 김민수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새로운 코너 <메이드 인 경상도>의 한 장면. 왼쪽부터 '경상도 호소인' 이용주, 울산 토박이 김민수 ⓒ 피식대학

 
사투리 강의에서 핵심만 쏙쏙 배웠으니 바로 사용할 수 있을까? 의욕만 앞서면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경상도 호소인' 이용주처럼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호소인'은 '호소하다'라는 동사에 '사람 인(人)'을 더한 신조어다).

대개 '실제로 그렇지 않지만 자신이 되기를 원하는 모습'을 '호소인' 앞에 붙여 사용한다. 이용주 역시 허무맹랑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자신이 경상도 토박이라고 일관되게 우긴다. '바퀴벌레'를 '바쿠쌉꿀빠'라고 하거나 '졸리다'를 '잠이 깔끼하다'고 말하는 식이다. 울산 토박이 김민수가 이용주를 어이없게 바라보는 표정에서 '저런 사투리는 없구나'라는 걸 알 수 있다. 

부산에서 태어나 3년 동안 살다가 호주로 유학간 이후 쭉 서울에서 산 이용주는 자신이 경상도 토박이라는 걸 인정받을 수 있을까. '경상도 호소인' 캐릭터를 확장해 탄생한 <메이드 인 경상도> 코너 속에 그 답이 있다.

용주는 울산, 대구 토박이들과 함께 경주, 부산, 포항 등 경상남도와 북도를 가로지르며 그 지역의 시장, 맛집 등을 탐방한다. 방언의 소멸이 곧 지역의 소멸을 뜻하는 상황에서 현지인들을 비집고 가짜 사투리가 드문드문 트이는 광경은 언어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투리 사용이 단순 유희가 아니라 지역의 문제와 연결될 때 지역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지평은 넓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지금껏 서울로 이주한 사람들에게 사투리란 버리고 교정해야 할 대상이었다. '표준어'가 가진 권위와 바른말이라는 인식이 빚은 결과다. 사실 표준어는 의사소통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임의로 만든 약속에 불과하지 않은가. 지역 사람의 생활방식이 반영된 효율적인 언어, 날 듯이 활발한 입말이 평평한 표준어에 다 담길 수 없는 이유다. 

그러니 현지인이 전면에 등장해 방언을 알리는 콘텐츠로 입과 귀가 트이는 경험이 더 잦아지면 좋겠다. 우리말은 방언까지 더해져야 완성된다. 지역의 문화와 정서를 지키는 토대로서 콘텐츠가 기능할 때 표준어 혹은 서울로 대표되는 보편과 중심이 아닌 이야기가 하나의 관점으로 제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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