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일> 스틸 이미지

영화 <아가일> 스틸 이미지 ⓒ 유니버설픽쳐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4)으로 영화 팬들을 매료시킨 매튜 본 감독이 4년 만에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지난 7일 국내 개봉된 <아가일>은 그동안 본 감독이 가장 관심을 기울였던 스파이 첩보 액션과 코미디를 적절히 버무린 작품이다.

매튜 본은 마블 코믹스 원작 <엑스맨> 시리즈의 부활을 주도했고 화려함과 잔혹함이 뒤섞인 <킹스맨> 시리즈로 자신만의 장르를 구축했던 인물이다. <아가일> 또한 본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던 관객에겐 분명 반가운 선물일 것이다.

코믹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영상미의 액션 신만 보더라도 <킹스맨>의 자양분을 대거 이어받았음을 단번에 체감할 수 있다. <아가일>은 베스트셀러 첩보 소설가의 작품이 현실로 이어진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이와 같은 극의 설계는 <아가일>의 강점이자 동시에 약점으로 작용한다.

첩보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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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가일> 스틸 이미지

영화 <아가일> 스틸 이미지 ⓒ 유니버설픽쳐스

 
엘리(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분)은 <아가일> 시리즈를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신간이 출간될 때마다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흥미진진한 소설은 당연히 후속편을 기다리게 만들었고, 이제 막 최종회의 탈고도 끝마친 상태다. 그런데 열린 결말로 꾸민 엔딩이 뭔가 찜찜하다.

미리 원고를 받아본 어머니 루스(케서린 오하라 분)의 재촉 속에 챕터 하나를 더 추가하려고 하지만 좀처럼 내용이 완성되지 않는다. 이후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올라탄 기차에서 엘리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지저분한 용모의 한 남성 에이든(샘 록웰 분)이 엘리의 앞자리에 앉았고 그는 공교롭게도 <아가일>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책 속 사진을 보고 엘리의 정체를 알게 된 에이든은 자신이 진짜 첩보원이라고 소개하면서 그가 이제 스파이들의 표적이 되었다고 경고한다. 곧바로 에이든과 엘리를 공격하는 정체 불명 괴한들이 떼지어 등장한다. 간신히 에이든의 도움 속에 기차에서 탈출한 엘리는 믿을 수 없는 존재인 에이든에게 자신의 목숨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을 눈으로 목격한 엘리는 이제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매튜 본 특유의 유머 감각, 음악 선곡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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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가일> 스틸 이미지

영화 <아가일> 스틸 이미지 ⓒ 유니버설픽쳐스

 
<아가일>은 소설과 현실의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되는 독특한 구성으로 전반부를 채워나간다. 엘리가 만든 멋진 첩보원 캐릭터 아가일(헨리 카빌 분)은 다분히 제임스 본드, 에단 헌트(미션 임파서블)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이상적인 캐릭터다. 여심을 흔드는 매력적인 용모, 화끈한 액션 등 우리에게 익숙한 스파이의 전형이다.

반면 현실 세계로 돌아오면 180도 다른 인물이 목숨을 걸고 악당들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 면도도 하지 않은 채 지저분한 외모로 등장한 에이든은 엘리가 상상했던 소설 속 멋진 스파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두 사람의 대비되는 화면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아가일>은 마치 엘리가 창조한 2개의 평행우주가 공존한 듯한 인상을 심어준다.

이러한 구성은 기존 첩보 영화의 익숙할 설정을 뒤집는 제법 흥미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쉴 틈 없이 이들을 노리는 악당들과의 혈투는 매튜 본 특유의 유머 감각이 가미되면서 코믹함을 극대화시킨다. 'You're The First, the Last, My Everything' (배리 화이트), 'Do You Wanna Funk'(패트릭 코웰리 Feat. 실베스터) 등 1970, 1980년대를 빛낸 디스코 명곡들의 등장은 <킹스맨>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듣는 즐거움까지 제공한다.

킹스맨과의 세계관 결합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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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가일> 포스터 이미지

영화 <아가일> 포스터 이미지 ⓒ 유니버설픽쳐스

 
<아가일>은 그동안 매튜 본 감독이 해왔던 작업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기대감과 우려가 위태롭게 공존하는 형국이다. 극의 중반부 이후, 현실 세계의 이야기로 질주하는 <아가일>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전개다. 물론 등장인물들의 반전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 또한 다양한 스릴러물을 경험한 관객이라면 다소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이렇다보니 막판 통쾌함으로 채워져야 할 후반부는 힘이 떨어지고 한계에 도달하고 만다. 오랜 파트너였던 폭스 대신 애플 스튜디오와 손 잡은 탓일까. 잔혹함의 수위가 낮아진 점 또한 기존 매튜 본 특유의 매력을 상당 부분 감소시킨다(기자 주: 이 작품은 <킬링 플라워 문> <나폴레옹>과 마찬가지로 극장 개봉 후 애플TV+에서 독점 스트리밍될 예정이다).

<킹스맨>의 핵심 배우들인 사무엘 L. 잭슨, 소피아 부텔라 등의 깜짝 출연, 쿠키 영상 속 짧은 이야기는 <아가일>과의 세계관 결합의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제작비 2억 달러짜리(한화 약 2600억 원) 대작답지 않은 미국 현지 흥행의 부진(개봉 첫 주말 1800만 달러 매출)은 향후 후속편 등장의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매튜 본 감독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아가일>은 전작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에 뒤이어 그의 아픈 손가락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아가일 매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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