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연출한 셀린 송 감독.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연출한 셀린 송 감독. ⓒ CJ ENM


 
 
"어느 술자리에서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경험하는 기분이었다."

12세에 미국으로 이민,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이후 극작가로 활동한 셀린 송은 확신에 찬 어투로 인연을 말했다. 그의 자전적 경험을 다룬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지난해 베를린영화제를 비롯해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을 때 그런 의문이 들 법하다. 인연의 끈을 놓지 않은 채 과거의 사람을 찾는 과정이 과연 얼마나 보편성이 있는 것인지 말이다.
 
보란 듯이 데뷔작인 이 영화로 셀린 송은 미국 아카데미 레이스 중이다. 작품상과 감독상 두 부문에 후보로 오른 그는 "정말 영광스러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특별한 지금의 상황을 표현했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배우 유태오가 첫사랑을 찾아 뉴욕행을 택한 해성을 연기했고, 작가의 꿈을 안고 뉴욕에 머물고 있는 나영을 배우 그레타 리가 맡았다. 알려진 대로 셀린 송 또한 오프 브로드웨이(Off-Broadway, 500석 미만 극장) 극작가로 경력을 쌓고 있다가 이번 작품을 내놓게 됐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후 말대로 평단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서툴지만 또박또박 한국어로 셀린 송은 취재진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했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인연이란 개념은 한국에서는 다들 이해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을지는 잘 몰랐다. 그 개념을 다들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행복했다. 이야기를 처음 떠올린 건 제가 살고 있는 뉴욕 이스트빌리지라는 동네의 어느 바에서였다. 유년 시절 친구가 놀러와서 제 남편과 같이 만났는데, 두 사람의 말을 제가 통역해주면서 뭔가 제가 어떤 연결점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사람과 달리 전 그들 각자와 대화가 되잖나. 내 안에 있는 역사와 이야기로 두 세계를 해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한 방에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게 나만 그런 건가 싶어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그런 경험이 있다더라.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같은 자리에서 같이 존재하는 것 같은 경험 말이다. 그래서 확신을 갖고 쓰게 됐다."

 
셀른 송 감독은 <패스트 라이브즈>의 보편성을 언급했다. "비록 태평양을 건넌 한국 이민자의 이야기지만, 누구나 어딘가에 두고 온 삶이 있을 것"이라며 그는 "마치 다중 우주 같은 것이다. 판타지 영화 속 영웅이 아니더라도 살면서 여러 시간대를 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다들 공감해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통의 사람들이 느끼는 비범한 순간들이 있다. 그걸 인연으로 말하고 싶었다. 인연이란 게 지나가는 관계일 수도, 특별한 관계일 수도, 혹은 지나가 버리지만 특별한 관계일 수도 있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 물론 열두 살에 이민 간 제가 말하는 인연이 정답이 아닐 수 있지만, 왜 어떤 상대와 대화할 때 이유 없이 말이 통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잖나. 그런 경험은 문화나 언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것들이라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의 얘기, 특히 현실에 발붙이고 있으면서도 환상의 경험을 담기 위해 캐스팅과 로케이션이 중요했다. 영화에 각각 담긴 미국 뉴욕과 대한민국 서울의 풍광을 두고 셀린 송 감독은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으로 찍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로케이션 담당 스태프를 전적으로 신뢰했다"고 전했다.
 
"파리에 사는 사람에게 너의 파리는 어떤 곳인지 물으면 에펠탑이라고 답하진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카페나 식당을 말하지. 이처럼 그 도시 안에 살고, 그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영화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울을 촬영할 때도 로케이션 담당자분이 좋아하는 술집 등을 물어보면서 서울답게 담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유태오 배우와 일한 건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뛰어난 배우다. 오디션에 임해주셔서 지원 테이프를 보는데 해성 이미지에 맞다고 생각했다. 이후 세 시간 넘게 통화로 오디션을 봤다. 이미지도 잘 맞았지만 무엇보다 찰흙처럼 변화무쌍한 변신이 가능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사에 얘기한 후 제가 전화를 다시 걸어서 함께 하자고 말했는데 그날 밤 한국에서 유태오 배우가 신인상을 받더라(웃음)."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 ⓒ A24


 
아울러 셀린 송 감독은 "<기생충> 덕분에 수많은 비영어 영화, 특히 한국어 영화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며 "<패스트 라이브즈> 또한 <기생충>이 길을 잘 열어주었기에 지금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이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 큰 요즘이란다. 감독의 부친이 영화 <넘버3>로 잘 알려진 손능한 감독이다. 셀린 송 감독은 "아버지를 비롯해 온 가족이 이번 아카데미 행보에 기뻐해주시고 응원해주셨다"며 "한국엔 3월 6일 개봉인데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많은 분들이 작품을 좋게 봐주시면 좋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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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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