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센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은 작년 12월 20일에 개봉한 <크레센도>의 확장판이다. 현재 6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준결승에서 선보인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공연 영상(67분)과 미반영분(15분)을 추가해 풀버전으로 극장 최초 공개했다.

혜성처럼 나타난 임윤찬의 깊고 넓은 음악 세계와 어린 나이라고 믿을 수 없는 철학, 예술성, 기교, 열정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개봉 당시 놓쳤다가 공연 실황이 추가된 확장판으로 만났는데 연주 67분 동안 현장에 있는 듯 생생했다.   

카메라만 15대, 총 178분. 18살 천재 피아니스트의 탄생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과정이 짜릿하다. 영화는 공연이 아닌 경연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준다. 직접 공연에 참여한 듯 내밀하고 세밀한 이야기를 담았다. 백 스테이지의 생생한 상황, 연습과 경연 외의 여가를 보내는 모습, 은밀한 속마음을 들킨 참가자의 인터뷰로 화면을 꽉 채운다.
 
음악으로 하나 된 평화
  
 영화 <크레센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스틸

영화 <크레센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스틸 ⓒ 오드 AUD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천재이자 예술가, 미국의 영웅, 국제적인 아이콘이자, 인도주의자로도 알려진 반 클라이번을 기리기 위한 경연 대회다. 세계 3대 콩쿠르(쇼팽, 퀸 엘리자베스, 차이콥스키)와 견주는 북미 최고의 콩쿠르다. 1962년부터 4년마다 그의 고향 미국 텍사스 포스워스에서 개최됐다(만 18세에서 30세 이하만 출전 가능하다).
 
그는 냉전의 절정기였던 1958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첫 번째 국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당시 23살이었던 반 클라이번은 냉전 시대 1회 대회 최초 우승자이자 미국 출신 피아니스트로 주목받았다.
 
영화는 3주 동안 미국 텍사스에 모여 30명부터 시작해 총 6명으로 좁혀지는 최종 단계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독특한 점은 연주 순서를 랜덤추첨으로 정할 수 있다는 것. 인터뷰는 원하는 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성사됐으며 연주에 방해되지 않도록 연주자들의 리얼리티한 표정과 피땀눈물을 절묘하게 담았다. 

각자의 나라, 이념 등은 다르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하나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이 고무적이다. 특히 러시아(안나 게뉴시게)와 우크라이나(드미트리 초니) 참가자가 한 경연에 참가해 나란히 동메달과 은메달을 딴 상황은 어떤 영화보다도 감동적이다. 전쟁 상황 속 음악이 가교 역할을 한 셈. 안나 게뉴시게의 연주가 끝나고 드미트리 초니와 포옹하는 장면은 치유, 화합의 장을 펼쳐보인다.

메달을 향한 경쟁보다는 성장
 
 
 영화 <크레센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스틸

영화 <크레센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스틸 ⓒ 오드 AUD

 
영화는 콩쿠르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만의 의미를 강조한다. 설립 목표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젊은 음악가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둘째는 더 많은 대중과 클래식을 향유하고자 하는 것. 60년 대회 역사상 최연소 기록의 우승자로 기록된 임윤찬은 '함께 공유' 모티프에 부합하는 스타다.

우승자에게는 상금 외의 3년간 커리어 관리, 예술적 지원, 홍보 지원 등 체계적인 관리가 제공된다. 우승의 기쁨을 만끽할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쫓겨 여행과 연주로 남은 시간을 채워간다.
 
특히 임윤찬이 참가했던 제16회 콩쿠르는 팬데믹으로 한 해 미뤄져 2022년 진행됐다. 갓 18세를 넘긴 임윤찬이 극적으로 합류하게 된 것이다. 시련, 좌절, 역경을 딛고 놀라운 기교를 선보인 전 세계의 피아니스트 사이에서 수수한 더벅머리의 임윤찬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처럼 보였다.
 
조용한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임윤찬은 때로는 아이처럼 사뿐사뿐, 때로는 성난 야수처럼 성큼성큼 피아노와 대화를 시도한다. 그때마다 다채로운 표정과 몸짓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우승 직후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저 음악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영상은 유튜브 조회 수 1300만 회를 기록했다. 점차 클래식은 소수의 예술로 인식되며 잊히고 있지만 인터넷의 힘을 빌려 대중과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임윤찬은 콩쿠르의 취지, 팬데믹 상황, 전쟁과 평화를 아우르는 그 해 기념비적인 우승자였다. 음악밖에 모르는 소년이지만, 피아노 앞에만 서면 360도 달라지는 눈빛이 매력적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18세의 예사롭지 않은 낯빛이 오래 잔상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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