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오리지널 영화가 익숙하지 않았던 20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극장개봉시기를 놓친 영화들이 찾았던 새로운 활로 정도로 보였다. 2020년에 넥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사냥의 시간>과 <콜>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승리호>와 <카터> <정이> <길복순>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차례로 주목을 받으면서 넥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도 관객들에게 작품을 선보이는 하나의 창구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1월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황야>는 현 시점에서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보증수표'라고 할 수 있는 마동석의 신작으로 더욱 화제가 됐다. 실제로 마동석이 주연은 물론이고 제작과 각색에도 참여한 <황야>는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롯해 <부산행> <신과 함께: 인과 연> <백두산> <헌트> 등 많은 영화의 무술감독을 맡았던 허명행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여기에 < D.P. >의 원작자 김보통 작가가 각본작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5일 전에 공개된 <황야>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크게 나뉘고 있다. 마동석 스타일의 화끈한 액션은 여전하지만 인물들의 서사가 부족해 몰입에 방해가 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긍·부정이 크게 갈린 관객들의 평가와 달리 <황야>는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월드 순위 1위에 오르며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플릭스 패트롤 월드 순위 기준). 마동석의 액션이 여전히 세계시장에서 잘 통하고 있다는 뜻이다. 

피로감 주기 시작한 마동석표 액션
 
 데뷔 초부터 꾸준히 보여주던 '마동석표 액션'은 2017년 <범죄도시>로 완성됐다.

데뷔 초부터 꾸준히 보여주던 '마동석표 액션'은 2017년 <범죄도시>로 완성됐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마동석은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 또는 '장르가 마동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영화계에서 액션이라는 장르를 통해 자신만의 확실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범죄도시> 시리즈로 대표되는 마동석의 '원펀치 액션'은 악역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 실제로 영화에서 엄청난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보여주던 <범죄도시>의 빌런 장첸(윤계상 분)과 강해상(손석구 분), 주성철(이준혁 분)은 마석도를 만나면 얌전한 고양이가 된다.

2000년대 중반 영화에 데뷔했을 때부터 한결 같은 '액션외길인생'을 걸었던 마동석은 <부산행>으로 자신의 매력을 보여줬고 2017년 기획과 제작, 주연을 맡은 <범죄도시>를 통해 원톱 흥행배우로 올라섰다. <부산행>부터 <범죄도시3>까지 8년 동안 무려 4편의 천만 영화를 배출한 마동석은 2021년 할리우드에 진출해 마블 히어로 영화 <이터널스>에서 파워를 담당하는 캐릭터 길가메시를 연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동석은 <범죄도시> 이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기 직전이었던 2019년까지 약 2년에 걸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무려 12편의 영화를 개봉시키는 엄청난 다작을 감행했다. 특별출연으로 이름을 올린 <신과 함께: 죄와 벌>과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을 제외하더라도 10편이나 되는 작품 숫자다. 엄청난 겹치기 출연으로 '또경영'으로 불리던 시절의 이경영을 떠올리게 하는 다작이었다(심지어 마동석은 10편 모두 주연이다).

하지만 마동석이 아무리 '대세 배우'라 해도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같은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10편이 개봉한다면 그것이 매번 관객들에게 통할 리 없다. 실제로 마동석은 <범죄도시> 직후에 개봉했던 코미디 영화 <부라더>와 화려한 캐스팅의 <신과 함께: 인과 연>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백두산>, 박정민과의 케미가 돋보였던 <시동> 정도를 제외하면 많은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며 쓴맛을 보고 말았다.

특히 마동석의 주먹 하나만 믿고 만들어졌다고 해도 큰 과장이 아니었던 <챔피언>과 <동네 사람들> <성난 황소> 등은 뻔한 스토리와 예상가능한 전개로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그렇게 2019년까지 엄청난 다작을 하던 마동석은 마블영화 <이터널스>를 기점으로 자신의 대표작 <범죄도시> 시리즈를 제외하면 신중하게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강한 남자'로서 자신의 이미지가 과하게 소비되는 것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월드랭킹 1위 등극
 
 마동석은 <황야>를 통해 여전히 자신의 액션이 세계 관객들에게 통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마동석은 <황야>를 통해 여전히 자신의 액션이 세계 관객들에게 통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 넷플릭스

 
마동석이 액션배우로서 자신의 노하우를 모두 갈아 넣어 만드는 <범죄도시> 시리즈는 2022년에 개봉한 2편이 1269만, 2023년에 개봉한 3편이 1068만 관객을 동원하며 '쌍천만 영화'에 등극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하지만 <범죄도시2>와 <범죄도시3> 사이였던 2022년 11월에 개봉한 <압꾸정>은 전국 60만 관객으로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물론 <압꾸정>은 2020년에 촬영해 2년 후에 개봉한 영화였다).

따라서 26일에 공개된 마동석의 첫 넷플릭스 영화 <황야> 역시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게 사실이다. <황야>는 <범죄도시2>의 결과가 나오기 전이었던 2022년 2월부터 5월까지 촬영을 한 작품으로 허명행 무술감독의 실질적인 장편 연출 데뷔작이었다. <황야>는 2023년에 개봉한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촬영 당시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이었다.

<황야>는 공개 후 국내 관객들 사이에서 호평과 혹평이 엇갈렸다. '마동석 스타일'의 호쾌한 액션과 미치광이 빌런으로부터 소녀를 구해내는 스토리도 오락영화로 괜찮았지만 이야기가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마동석이 출연한 다른 영화들처럼 그의 '원맨쇼 액션'으로 진행될 거라면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너무 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황야>는 국내의 영화추천서비스 '왓챠피디아'에서 2.1의 낮은 평점을 받았다.

하지만 세계 관객들의 평가는 달랐다. <이터널스>를 통해 해외관객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마동석의 액션은 국내 관객들이 <부산행>을 처음 봤을 때처럼 세계 관객들에게 신선하고 통쾌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실제로 <황야>는 미국의 영화평론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86%, 관객점수 82%로 국내와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았다. <황야>는 넷플릭스 월드차트에서도 1월 31일 현재 4일 연속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황야>는 개봉 후 4일 연속으로 80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4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게다가 <황야>는 K-콘텐츠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뿐 아니라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에서도 1위를 기록했고 미국과 영국에서도 TOP 10에 오르며 선전하고 있다. <황야>로 세계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마동석은 오는 5월 자신의 대표작 <범죄도시4>를 선보일 예정이다.
 
 2022년에 촬영해 2024년1월에 공개한 <황야>는 공개 2일 만에 넷플릭스 월드랭킹 1위에 등극했다.

2022년에 촬영해 2024년1월에 공개한 <황야>는 공개 2일 만에 넷플릭스 월드랭킹 1위에 등극했다. ⓒ 넷플릭스

 
마동석 황야 허명행감독 장르가마동석 월드랭킹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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