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인천 삼산 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올스타전이 K스타의 37-36 승리로 막을 내렸다. 매년 올스타전이 그렇듯 올해 올스타전에서도 선수들의 기량을 겨루기 보다는 세리머니 등 팬서비스가 더욱 관심을 모았고 4득점과 함께 팀 동료 폰푼 게드파르드의 머리모양을 따라 한 V스타의 표승주가 MVP에 선정됐다. 특히 표승주는 프로 데뷔 14시즌 만에 출전한 첫 올스타전에서 뜻 깊은 MVP를 수상했다.

4라운드가 끝난 후 각 구단들이 가졌던 약 열흘 간의 꿀맛 같은 휴식과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다 함께 웃을 수 있었던 올스타전은 모두 끝났다. 이제 30일부터는 정규리그 우승과 봄 배구 진출, 그리고 어느 팀에게는 치욕적인 연패의 사슬을 끊기 위한 마지막 12경기가 시작된다. 당사자들에게는 시즌 후반 상당히 힘들고 긴장되는 시간이지만 배구팬들에게는 더 없이 흥미로운 시간들이다.

7개 구단 중에서 후반기 일정이 중요하지 않은 구단은 없다. 후반기 12경기의 결과에 따라 구단의 역사와 팬들의 기억 속에서 성공한 시즌이 될 수도 있고 실패한 시즌으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후반기를 맞는 의미와 각오가 더욱 특별한 선수와 구단은 따로 있다. 과연 배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후반기 V리그 여자부의 관전포인트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빅유닛의 딸', 위기의 흥국 구해낼까 
 
 흥국생명의 새 외국인 선수 윌로우 존슨은 30일 도로공사와의 경기를 통해 V리그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흥국생명의 새 외국인 선수 윌로우 존슨은 30일 도로공사와의 경기를 통해 V리그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흥국생명은 전반기가 끝난 지난 21일 지난 시즌부터 함께 했던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와 결별하고 새 외국인 선수 윌로우 존슨을 영입했다. 사실 3라운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던 옐레나의 부진한 성적과 경기를 대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고려하면 중도교체는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하지만 대체 선수가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랜디 존슨의 딸 윌로우 존슨이 될 거라 예측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191cm의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윌로우는 빠르면 10대 시절부터 프로리그에서 활동하는 유럽이나 중남미 선수들과 달리 프로리그 활동경력이 현저하게 짧은 편이다. 따라서 윌로우의 기량은 윌로우가 V리그에서 첫 선을 보일 30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후반기 첫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기량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베일에 싸여 있다는 점에서 배구팬들의 궁금증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흥국생명 입장에서 윌로우의 후반기 활약은 매우 중요하다. 2라운드까지 11승1패로 선두를 달리던 흥국생명은 옐레나의 부진이 시작된 3라운드에서 3승3패, 4라운드에서 4승2를 기록하며 선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승점 차이가 8점으로 벌어졌다. 여기에 3위 GS칼텍스 KIXX에게도 7점 차이로 추격을 허용하고 있어 5,6라운드에서 새 외국인 선수 윌로우가 부진하면 선두 추격은커녕 2위 자리를 지키기도 힘들어질 수 있다.

윌로우의 활약과 흥국생명의 후반기 성적은 '배구여제' 김연경의 다음 시즌 행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시즌 초반 단독선두를 질주하던 흥국생명이 외국인 선수의 부진으로 이번 시즌에도 챔프전 우승에 실패한다면 국내 복귀 후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김연경은 현역 지속여부에 대해 고민에 빠지게 될 수 있다. 여전히 최고의 실력과 함께 V리그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김연경의 은퇴는 아직 배구팬들이 떠올리기 싫은 그림이다.

3위 GS에 도전장 던진 정관장-기업은행
 
 전반기를 3위로 마친 GS칼텍스는 후반기 3위 사수는 물론이고 내심 2위 등극까지 노리고 있다.

전반기를 3위로 마친 GS칼텍스는 후반기 3위 사수는 물론이고 내심 2위 등극까지 노리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정규리그 5위까지 가을야구 티켓이 주어지는 KBO리그, 상위 4개 팀이 크로스 토너먼트를 통해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여자프로농구와 달리 V리그는 정규리그 성적에 따른 준플레이오프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정규리그 3위와 4위의 승점 차가 3점 이하일 경우에 한해 3위의 홈구장에서 단판으로 준플레이오프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는 7개 구단 체제에서 중위권 순위싸움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2021-2022 시즌부터 7개 구단 체제가 된 여자부에서는 아직 준플레이오프가 열렸던 시즌이 없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3위 GS칼텍스가 4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에게 7점, 5위 IBK기업은행 알토스에게 10점을 앞서고 있기 때문에 후반기 성적에 따라 순위가 뒤집히거나 준플레이오프가 성사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배구팬이라면 시즌 막판까지 중위권 3팀의 경기와 승점 획득과정을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2021-2022 시즌까지 상위권에 있다가 지난 시즌 5위로 떨어진 GS칼텍스가 반등에 성공한 가운데 정관장과 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봄 배구에 진출을 향한 의지가 매우 강하다. 특히 정관장은 2016-2017 시즌을 끝으로 지난 시즌까지 6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만약 이번 시즌에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다면 정관장의 플레이오프 연속 실패 시즌은 7시즌으로 늘어나게 된다. 고희진 감독과 정관장 선수들의 어깨가 매우 무거운 이유다.

이정철 감독(SBS 스포츠 해설위원) 시절 6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했던 기업은행 역시 최근 5시즌 동안 단 한 번 밖에 봄 배구 진출을 하지 못했다. 특히 기업은행은 지난 2021년 12월 '명장' 김호철 감독을 영입했고 이번 시즌엔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모두 1순위 지명권을 따내는 행운도 있었다. 그럼에도 세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다면 기업은행을 지칭하던 명문이라는 타이틀은 '과거형'이 될 것이다.

역대 최다연패 불명예 위기에 놓인 페퍼
 
 페퍼저축은행은 4번만 연속으로 더 패하면 V리그 역대 최다연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우게 된다.

페퍼저축은행은 4번만 연속으로 더 패하면 V리그 역대 최다연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우게 된다. ⓒ 한국배구연맹

 
2021년 9월에 창단해 2021-2022 시즌 처음으로 리그에 참가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는 4라운드까지 2승22패의 성적으로 승점 8점을 기록했다. 당시만 해도 확실한 주전세터가 없어 전 소속팀에서 출전경험이 거의 없었던 이현과 구솔이 번갈아 가며 세터로 활약했고 아웃사이드히터로 선발한 루키 김세인(정관장)이 주전 문슬기를 보좌하는 백업 리베로로 활약했다. 한마디로 팀이 정비되지 않은 어수선한 상태였다는 뜻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페퍼저축은행은 어느덧 창단 후 세 번째 시즌을 맞게 됐고 이고은 세터와 오지영 리베로, 박정아 등 국가대표 출신의 이름 있는 선수들이 차례로 팀에 합류했다. 외국인 선수 역시 현대건설을 상위권으로 이끌었던 뛰어난 기량과 풍부한 경험을 겸비한 야스민 베다르트가 가세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시즌 4라운드가 끝난 현재 24경기에서 2승22패에 창단 첫 시즌 만도 못한 승점 7점에 머무르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작년 11월 10일 GS칼텍스와의 2라운드 첫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를 거둔 후 내리 17연패를 당하고 있다. 이는 페퍼저축은행의 구단 역사상 최다연패 타이기록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연패기간 동안 승점을 2점 밖에 따내지 못했고 4라운드에서는 6경기를 치르면서 3번의 셧아웃 패배를 포함해 승점을 단 1점도 추가하지 못했다. 멤버구성은 훨씬 좋아졌지만 선수들은 여전히 패배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다.

오는 31일 선두 현대건설과 5라운드 첫 경기를 앞두고 있는 페퍼저축은행은 이 경기에서 패하면 구단의 단일시즌 최다연패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재 연패가 이어지고 있는 기세(?)만 보면 지난 2012-2013 시즌 KGC인삼공사가 세웠던 V리그 단일시즌 최다연패(20연패)를 경신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페퍼저축은행이 V리그 역사의 불명예 기록을 남기기 전에 길었던 연패의 수렁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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