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경기도 광주시에 거주하던 5세의 우정선 양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느덧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녀의 행방은 묘연하다. 생존해있다면 어느덧 25살의 성인이 되어있을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27일 방송된 SBS 시사고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백골과 네발자전거 - 우정선 양 실종 사건'에 대하여 조명했다.
 
2023년 4월 남한산성에서 단체로 등산을 하던 대학병원 의사들은 우연히 뜻밖의 물체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사람의 두개골로 추정되는 백골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발굴작업을 진행한 결과, 놀랍게도 시신은 무릎 아래를 제외하고 전신이 그대로 매장되어 있었으며, 미취학 아동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시신의 상태와 매장 위치-방식 등을 고려할 때 '범죄은폐를 위한 매장'의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지만, 백골의 정확한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DNA을 비롯한 결정적인 핵심 증거물들이 남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했다. 다만 백골이 어린 아이의 것으로 추정되면서 관할지역의 장기실종아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 사람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그 주인공은 2004년 9월 19일, 경기도 광주에서 실종된 우정선 양이었다. 당시 가족과 주변인들은 정선 양에 대하여 하나같이 '똑똑하고 말을 잘하는 아이, 애교가 많고 붙임성이 좋았던 소녀'로 회상했다. 어느날 정선 양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맞벌이를 하던 부모님이 이혼하고 동생과 함께 큰집에 맡겨진지 약 한 달 만이었다.
 
사건 당일, 원래 주말은 엄마가 정선 양을 데리러 오는 날이었으나 그날은 직장에 사정이 새겨서 오지 못했고, 정선 양은 다음날인 일요일 큰 엄마가 운영하던 식당 앞 공터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었다고 한다. 큰엄마가 기억하는 정선 양의 마지막 모습은 급하게 휴지를 들고 나가던 장면이었다. 정선 양은 타고 있던 자전거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초기에 용의자로 거론된 것은 한 50대 남성 박 모씨라는 인물이었다. 해당 남성은 정선 양이 사라지기 며칠 전부터 동네에 나타나 인근 마트에서 막걸리를 구매하여 혼자 마셨다고 한다. 정선 양과는 종종 자전거를 밀어주고 과자를 사주며 친분을 쌓았다. 정선 양이 실종 당일날 휴지를 들고나간 것도 박 씨에게 주기 위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신원을 확보했지만, 그는 범행을 철저히 부인했다. 박씨는 오토바이 절도 및 무면허 운전 혐의로 구속된지 한 달 만에 풀려난 전과자로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은 유력한 심증에도 불구하고 정작 박 씨가 정선 양을 유괴한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하며 무혐의로 풀려났다.

제작진은 현재 박씨의 근황을 추적했지만 가족들도 모를 만큼 행적이 묘연했다. 다만 2008년 이후 정선 양의 실종과 관계될만한 동종전과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박씨의 진범 유무와 별개로, 정선 양의 행방과 생사를 알고 있을 범죄자가 반드시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수사 경찰은 똑똑하고 말도 잘했던 정선 양이 길을 잃어버렸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정선 양을 데려간 범인이 존재한다면, 죽을 때까지, 죽어서도 편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남한산성에서 발견된 백골은 과연 우정선 양이 맞을까. 제작진은 백골이 유기된 시기가 정선 양이 실종된 2004년이라고 단정할만한 뚜렷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백골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국과수의 도움을 얻어 백골과 정선 양의 치아 상태를 비교 분석했다. 백골과 정선 양은 모두 어금니에 충치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신경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된 정선 양과 달리, 백골에게서는 치과 치료를 받았다면 발견되어야했을 인공충전재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경찰은 백골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정선 양의 어머니에게 DNA 채취를 요청했다. 감정 결과 백골과 정선 양 어머니의 미토콘트리아 DNA를 대조한 결과 역시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백골이 정선 양과는 동일인이 아닐 가능성이 유력해진 것이다.
 
또 하나의 미스터리는 정선 양과 함께 사라진 자전거의 행방이었다. 범인의 목표가 정선 양이었다면 굳이 거추창스럽게 자전거까지 한꺼번에 가져가야할 이유가 잘 설명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정선 양이 자전거를 타다가 우연히 교통사고를 당했고, 범인이 범행을 숨기기 위해 자전거까지 은폐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경찰은 대대적인 인원을 동원하여 주택과 인근하천, 고물상까지 샅샅이 수색했지만 자전거의 행방은 정선 양처럼 끝내 묘연했다.
 
전문가들은 "사고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사고 발생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을 밝히며 "짧은 시간 동안에 정선이와 자전거가 모두 전혀 목격되지 않았다는 것은, 인근에 남의 눈에 보이지 않게 은닉, 감금할 수 있는 그런 위치, 장소, 시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실종에 관여되어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라고 범인의 신상을 분석했다.
 
또한 범행을 위한 조건으로는 "자기 거주지가 확실하고 가족과 함께 거주하지 않으며 필요에 따라 차량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 아동을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려면 자기가 관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사람"일 것으로 추정했다. 용의자 박씨의 경우, 이러한 조건들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유력한 용의자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선 양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은 버스 정류장이었다. 하지만 정선 양이 버스에 타는 모습을 목격한 이들은 없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버스정류장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서 버스에 탔다고 단정할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선양의 모친은 정선 양과는 주로 승용차로 이동했고 버스를 탄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더구나 정선 양이 버스를 탔다면 당연히 남겨졌어야 할 자전거가 발견되지 않은 이유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정선 양이 사라진 지역 일대는 광장에서 엄마의 집까지 무수한 주택과 골목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범인은 그중 어느 한 곳에서 거주지를 두고 있는 인물로 정선이와 자전거를 함께 데려갔을 가능성이 있다.

아이가 만일 백주대낮에 납치되었다면 왜 목격자는 하나도 없었을까. 상담심리전문가 김태경 교수는 아동 유괴-납치의 특성을 설명하며 "아이를 유괴할 때 놀래키거나 겁줘서 데려가지 않는다. '토끼 볼래? 강아지 볼래?' 이런 방식으로 달래서 접근하는데 그렇다면 아이는 (범인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기억 못 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목격자가 없는 이유를 분석했다.
 
이어 김 교수는 "너무 빨리 용의자를 특정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연루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된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한 경찰 초기수사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제작진은 25살의 성인이 되었을 정선 양의 현재 모습을 인공지능의 나이변환 데이터로 구현하여 공개했다. 정선 양의 부모님은 오랜 세월 딸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정선 양의 부친은 "내가 할 말이 어디 있겠냐. 내가 죄인"이라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모친은 "잘 자라줬으면 고맙고,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엄마가 있어야 할 자리가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으로 제작진은 흔적없이 사라진 우정선 양의 행방과, 아직 신원을 밝혀내지못한 남한산성 백골의 이름을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남기며 시청자들에게도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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