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전반기가 끝난 후 외국인 선수 교체를 통해 승부수를 던졌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구단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옐레나 므라제노비치와 결별하고 새 외국인 선수로 191cm의 신장을 가진 미국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윌로우 존슨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윌로우는 흥국생명 입단이 확정된 후 "한국의 전통적인 명문구단 핑크스파이더스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뛰게 돼 영광"이라며 "한국리그의 수준이 기대되고 핑크스파이더스를 우승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윌로우는 2023년 5월 트라이아웃 당시 통산 303승 166패 평균자책점 3.29 4875탈삼진에 사이영상 5회 수상에 빛나는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랜디 존슨의 셋째딸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아버지처럼 왼손을 사용하는 윌로우는 이미 지난 20일 입국을 마쳤고 빠르면 오는 30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후반기 첫 경기를 통해 V리그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191cm의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윌로우 존슨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대투수 랜디 존슨의 셋째딸이다.
191cm의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윌로우 존슨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대투수 랜디 존슨의 셋째딸이다.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부진과 태도문제 겹치며 중도퇴출

극심한 부진에 태도 문제까지 겹치면서 퇴출됐지만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출신의 옐레나는 2021-2022 시즌부터 V리그에서 활약했던 뛰어난 외국인 선수였다. 세르비아와 그리스, 프랑스, 러시아 ,튀르키예 리그에서 활약하던 옐레나는 지난 2021-2022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KPS 체믹 폴리스)와 야스민 베다르트(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에 이어 3순위로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에 지명됐다.

2021-2022 시즌 인삼공사는 FA 최대어 이소영을 영입하고도 7개 구단 중 4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옐레나는 32경기에 출전해 39.44%의 성공률(5위)로 672득점(5위)을 기록하면서 외국인 선수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 특히 196cm의 큰 신장을 활용해 세트당 0.58개의 블로킹(8위)을 기록하며 한송이와 정호영, 박은진 등 장신 미들블로커가 즐비한 인삼공사 내에서 가장 많은 블로킹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델라이네 몬타뇨와 발렌티나 디우프(부스토 아르시치오) 같은 '역대급' 외국인 선수를 거느리고 있던 인삼공사는 옐레나의 활약에 만족하지 못했고 결국 재계약을 포기했다. 2022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다시 V리그의 문을 두드린 옐레나는 3순위로 흥국생명의 선택을 받았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1년 만에 V리그로 돌아온 만큼 김연경과 함께 '쌍포'로 활약해 줄 선수로 장신공격수 옐레나가 낙점된 것이다.

옐레나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36경기에 모두 출전해 42.79%의 성공률(4위)로 821득점(3위)을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비록 도로공사와의 챔프전에서는 체력이 떨어지면서 공격성공률이 40.55%로 떨어졌지만 챔프전 5경기에서 기록한 135득점은 양 팀 선수들 중 가장 많은 득점이었다. 그렇게 흥국생명 준우승의 주역이 된 옐레나는 이번 시즌에도 흥국생명과 재계약하며 세 시즌 연속 V리그에서 뛰게 됐다.

옐레나는 이번 시즌 1라운드 41.58%의 성공률로 129득점, 2라운드 45.42%의 성공률로 142득점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하지만 3라운드부터 성적이 떨어진 옐레나는 4라운드에서 34.84%의 성공률로 98득점에 그치는 부진에 빠졌다. 여기에 경기에 임하는 불성실한 태도로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에게 지적을 당했고 결국 흥국생명은 21일 대체 선수 윌로우를 영입하면서 옐레나와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실망스런 대체외인 활약, 윌로우는 다를까

사실 시즌 중 외국인 선수 교체를 좋아하는 구단은 거의 없다. 일단 기존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가 호흡을 맞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트라이아웃 제도에서는 트라이아웃을 신청한 선수 중에서 대체선수를 골라야 하기 때문에 좋은 선수를 영입할 확률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흥국생명 역시 과거 여러 이유로 세 번에 걸쳐 외국인 선수를 시즌 도중에 교체한 적이 있는데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2015-2016 시즌에 활약하던 테일러 심슨이 시즌 후반 오른발 족저근막염 부상으로 시즌아웃됐다. 갑작스런 외국인 선수 이탈에 어려움을 겪던 흥국생명은 아웃사이드히터나 아포짓 스파이커가 아닌 미들블로커 알렉시스 올가드를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하지만 김수지와 김나희가 있는 흥국생명에서 알렉시스는 필요한 자원이 아니었고 알렉시스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플레이오프 2경기서 14득점을 기록하고 한국생활을 마감했다.

2016-2017 시즌 타비 러브의 활약에 힘입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흥국생명은 2017-2018 시즌 테일러를 다시 지명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문제아' 테일러는 2017-2018 시즌에도 허리와 고관절 부상을 핑계로 단 7경기만 뛰고 흥국생명을 떠났고 흥국생명은 크리스티나 킥카를 대체선수로 영입했다. 크리스티나는 20경기에서 36.99%의 성공률로 438득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흥국생명은 2017-2018 시즌 최하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흥국생명은 2020-2021 시즌 김연경과 이재영, 이다영(볼레로 르 꺄네)까지 국가대표 주전선수 3명이 한 팀에 모인 '슈퍼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가 어깨부상으로 중도 퇴출됐고 흥국생명은 브라질 출신의 젊은 공격수 브루나 모라이스를 대체선수로 영입했다. 하지만 모라이스는 흥국생명이 기대했던 기량과는 거리가 멀었고 흥국생명은 챔프전에서 GS칼텍스 KIXX에게 3연패를 당하며 우승이 좌절됐다.

이처럼 흥국생명이 대체 선수로 재미를 본 적이 없었던 만큼 윌로우에게도 큰 기대를 하면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도로공사에서 활약하며 챔프전 MVP에 선정된 캐서린 벨(베이거스 스릴)처럼 대체선수로 들어와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사례도 얼마든지 있었다. 분명한 사실은 흥국생명이 전반기 막판 침체됐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새 외국인 선수 윌로우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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