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 믹스더블 컬링 종목으로 나서는 이채원 선수.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 믹스더블 컬링 종목으로 나서는 이채원 선수. ⓒ 이채원 선수 제공

 
컬링 스톤을 잡은 지 2년 밖에 되지 않은 선수, 그리고 아홉 살 때부터 브룸과 스톤을 잡고 자유자재로 아이스를 누볐던 선수. 많은 것이 다를 법한 두 선수가 이번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서 '듀오'로 나선다.

중학교 3학년 때 컬링에 입문해 빠르게 실력을 키워나간 이채원(세현고) 선수, 그리고 오랜 컬링 경력을 바탕으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서도 연달아 스킵으로 활약했던 이지훈(서울체고)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많은 면이 다른 두 선수이지만,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기대하는 마음만큼은 똑같다.

선수촌에서 훈련을 마친 뒤 전화 인터뷰에 나선 두 선수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꽉 찬 경기장에서 처음으로 경기를 하기에 기대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27일 열리는 첫 경기에 앞서 담금질을 하고 있는 두 선수를 만났다.

"중1 때는 거절했던 컬링... 올림픽은 상상도 못했어요"

이채원·이지훈 선수는 17일 진천선수촌에 입촌했다. 모두 생애 첫 선수촌 입촌이다. 이채원 선수는 "태릉과 의정부에서 훈련를 하다가 얼마 전에 입촌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흘 남짓의 준비 시간이 남은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더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훈 선수도 "같은 학교 친구들과 선수촌에서 함께 준비하고 있는데, 연습 경기가 잘 풀려서 자신감이 붙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이어 "평소에는 학교와 컬링장 거리가 먼데, 선수촌에서 준비하면 컬링장이랑 숙소, 헬스장이 한 곳에 모여 있어서 편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채원 선수는 초등학생 때, 늦어도 중학교 입학 때부터 컬링을 해온 다른 선수들과 달리 중학교 3학년 때 컬링에 '입문'했다. 이채원 선수는 "원래 중학교 입학할 때도 '컬링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는데, 그때는 '공부를 해야 한다'며 거절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체육 선생님이 다시 한 번 '컬링을 한 번 체험이라도 해보라'고 권하셨는데, 컬링장 체험을 갔다가 정말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청소년 올림픽까지 나갈 줄 알았으면 중학교 1학년 때 컬링을 할 걸 그랬나 싶더라고요." (이채원)

여전히 자신의 기초가 부족한 점을 알고 있기에 경기 경험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이채원 선수. 특히 다른 고교 팀들이 한국선수권과 같은 대회에 나가서 강릉시청 '팀 킴'이나 경기도청 '5G'와 맞붙는 것을 보면서 내심 부럽기도 했단다. 

이지훈 선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컬링을 시작했다. '컬링을 해 볼 사람을 모집한다'는 말에 컬링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왔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수명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2학년 당시 선수 부족으로 1년 정도 대회를 못 나갔던 적이 있다. 그 때가 '컬러 인생'에서 가장 어려울 때였다고 이지훈 선수는 회상했다. '10년 차 선배' 이지훈 선수가 보는 이채원 선수는 어떨까.

"1년 반 밖에 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까지 한다는 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은 연습을 할 때마다 코치님께서 채원이를 집중적으로 보고 계세요. 조금 더 연습 잘 해줘서 경기 나설 때 함께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지훈)

"어려웠던 선발전... 믹스더블 결승이 가장 힘들었죠"

선수들은 지난 9월 열렸던 청소년 올림픽 파견 대표팀 선발전에서 우승, 청소년 올림픽에 출전했다. 선발전은 4인조 믹스드 컬링 부문이 먼저 열렸는데, 여기서는 두 선수가 아쉽게 결선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절치부심 끝에 2인조 믹스더블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이지훈 선수는 "사실 남자 선수들과 여자 선수들의 시간이 맞지 않아서 한 두 번 정도 합을 맞추고 시합에 들어갔었다. 걱정했는데 다행히 실전에서 합이 잘 맞아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채원 선수는 "사실 선발전에 나올 때까지만 해도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지훈 선배도, 주변에서도 많이 도와주셔서 잘할 수 있었다. 믹스드 선발전 때는 결선에서 강원 팀과 만나서 떨어졌었다. 되게 강한 친구들로 알고 있는 데, 비등비등하게 패배해서 더 아쉬웠다"고 회상했다.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믹스더블 종목에 출전하는 이지훈 선수.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믹스더블 종목에 출전하는 이지훈 선수. ⓒ 이지훈 선수 제공

 
믹스더블 경기에서 이채원-이지훈 조의 진가가 드러났다. 매 경기 활약을 펼치며 결승까지 진출했는데, 결승에서는 믹스드 선발전 때까지만 해도 같은 팀으로 뛰었던 '친구'끼리 맞붙는 대진이었다. 이채원 선수는 "원래 같은 팀이어서 우리가 우승할 때는 의식이 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가장 중요한 '믹스더블 파트너'는 어떻게 정했을까. 이지훈 선수는 "사실 포털 사이트의 사다리 타기로 정했다"는 귀여운 대답을 내놨다.

"믹스드 팀, 잘 해줘서 우리에게 기운 팍팍 주길"

이채원 선수 본인이 느끼기에도 아직은 부족함이 많다. 이채원 선수는 "선수촌에서도 기초를 많이 고치고 있다. 사실 스톤이 나가는 라인을 보는 것도 맞추고 있고, 지난번에 KTV 방송에 나왔을 때도 국가대표인 경기도청의 설예은·설예지 선배님들이 스톤 릴리즈 할 때의 습관을 많이 고쳐주셨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채원 선수에겐 '패기'가 있다. 이채원 선수는 "응원 소리가 들리는 경기도 생애 처음이라 기대되고, 외국 선수와 경기하는 것도 설렌다. 그래서 강릉에서는 내가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쏟아내고 싶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채원 선수에게는 목표도 있다. 그는 "이번 청소년 올림픽을 시작으로 세현고 팀으로도 주니어 대표 선발되어서 태극마크도 달아보고 싶고, 열심히 해서 유니버시아드도, 성인 대표팀도 모두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지훈 선수도 자신의 목표를 정조준했다. 이지훈은 "금메달을 따내고 싶다. 같은 조에 있는 체코나 캐나다가 대비해야 할 상대이지만, 좋은 성적을 거둬서 결승까지는 꼭 가자는 마음으로 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사람들이 많고 관중이 많으리라고 예상한다. 부담감은 많이 느끼지 않겠지만 처음 보는 광경이니 떨릴 것 같다. 강릉컬링센터에서 경기할 때는 늘 관중석이 비어 있었는데, 이번엔 꽉 찰 것 같다. 경기장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떨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지훈 선수는 "사실 올림픽에 나간다는 게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19일에 열리는 개회식에 가도 실감이 안 날 것 같다. 다음주에 강릉 선수촌에 가야 '아, 내가 청소년 올림픽에 나가는구나' 싶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일부터는 의성고·의성여고 선수들이 먼저 경기에 나선다. 이지훈 선수는 "사실 장유빈 선수에게 먼저 연락이 와서, 너도 화이팅 하라고 방금도 연락했다. 먼저 기 받아가서 좋은 성적 거두고, 그 기운 나에게도 넘겨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두 선수의 각오를 물었다. 이지훈 선수는 "무조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좋은 성적 거둘테니 꼭 지켜봐 주시고, 많이 응원해달라"며 응원을 부탁했다. 이채원 선수도 "온 국민을 대신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 만들겠다"고 각오했다.

이채원, 이지훈 듀오는 오는 27일부터 2월 1일까지 경기를 펼치며 이번 올림픽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한 살 차이 듀오'가 이번 올림픽에서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기를 응원하며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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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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