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받은 이성진 감독

2024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받은 이성진 감독 ⓒ 에미상

 
한국계 감독과 배우들이 활약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원제 BEEF)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을 싹쓸이했다. 

<성난 사람들>은 15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피콕 극장에서 열린 2024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TV영화(Limited Or Anthology Series Or Movie) 부문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감독상과 작가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캐스팅상, 의상상, 편집상까지 받으며 8관왕에 올랐다.

감독상과 작가상을 받은 한국계 이성진 감독은 무대에서 "처음 LA에 왔을 때 돈이 없어서 어렵게 살았다"라며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 63센트라서 은행에 가서 1달러를 저금하겠다고 하니까 '정말 1달러 저금하시는 거예요'라고 물어보더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어떤 확신도 없었고, 제가 에미상을 받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라며 "이 자리에 서보니까 정말 대단한 사람들과 함께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작품 초반 등장인물의 자살 충동은 내가 겪었던 감정들을 녹여낸 것"이라며 "이 작품을 보고 자신의 어려운 경험을 털어놔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는 느낌이었다"라고 털어놨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 ⓒ 넷플릭스

 
그는 "가끔은 세상이 사람들을 갈라놓으려는 것처럼 느낀다. 이 시상식에서도 누군가는 트로피를 받고, 누군가는 아니다"라며 "이런 세상에 살다 보면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다거나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고 사랑받을 가능성조차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난 사람들>을 만들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조건 없이 사랑해 준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가 제작해 작년 4월 공개한 10부작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인생이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남녀 주인공이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난폭 운전에 화가나 서로에게 복수하며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 코미디다.

이성진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신호 대기 중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뀐 것을 몰랐는데 백인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지르며 난폭운전까지 했던 일에 영감을 얻었다"라며 "그때 화를 내준 운전자에게 고맙다"라고 농담한 바 있다. 

<성난 사람들>은 이성진 감독이 연출과 제작, 각본을 맡았으며 남자 주인공 스티븐 연을 포함해 데이비드 최, 조셉 리, 영 마지노 등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여자 주인공도 중국계 미국인 배우 앨리 웡이 맡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 ⓒ 넷플릭스

 
스티븐 연은 <블랙 버드>의 테런 애저턴, <다머>의 에반 피터스, <위어드>의 대니얼 래드클리프 등 경쟁 배우들을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트로피를 받은 스티븐 연은 "이런 영광과 축복이 주어진 것에 감사드린다"라며 "나를 지켜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지지해 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그는 남자 주인공 캐릭터인 '대니'에게 고맙다면서 "편견과 수치심은 외로운 것이지만, 연민과 은혜는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한다"라고 강조했다. 

봉준호 감독의 첫 넷플릭스 영화 <옥자>와 이창동 감독의 <버닝> 등 한국 작품에도 다수 등장한 스티븐 연은 2020년 윤여정과 함께한 영화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시청 시간 10위 안에 5주 연속 이름을 올리며 흥행한 <성난 사람들>은 여러 시상식을 휩쓸면서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앞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함께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스티븐 연과 앨리 웡이 남녀 주연상을 받았고,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 여우조연상(마리아 벨로)을 수상했다.

'TV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은 지난 2022년 <오징어 게임>이 감독상(황동혁)과 남우주연상(이정재) 등 6관왕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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