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KBS 연기대상>의 한 장면 ⓒ KBS
지상파 3사의 연기대상이 모두 마무리 되었다. 지난해 12월 29일부터 매일 밤 진행된 시상식에선 각각 최수종(KBS), 남궁민(MBC), 이제훈, 김태리(이상 SBS) 등 시청자들이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인물들이 대상을 차지하며 이변 없이 마무리 되었다.
가장 마지막에 거행된 <2023 KBS 연기대상>(12월 31일)에선 KBS 2TV 드라마 <고려거란전쟁> 강감찬 역을 맡은 배우 최수종이 개인 통산 네 번째로 대상을 수상해, 유동근과 더불어 역대 공동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전날 30일 <2023 MBC 연기대상>에선 MBC 드라마 <연인> 남궁민이 2년 만에 대상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고, 29일 열린 <2023 SBS 연기대상>에선 SBS 드라마 <모범택시2> 이제훈, <악귀> 김태리가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매년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해온 연기대상이었지만 지난 한해 3사 드라마의 성취, 걸어온 길은 제각각 달랐다. OTT, tvN, JTBC 드라마의 강세가 수년째 지속되면서 지상파 드라마는 과거의 화려한 명성을 뒤로한 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어렵게 체면을 유지한 SBS와 MBC, 그리고 KBS의 지난 한해는 어땠을까? (순서는 시상식 일정의 역순)
KBS, 옛말이 된 주말-일일 연속극 불패 신화
▲ <2023 KBS 연기대상>의 한 장면 ⓒ KBS
불과 2, 3년 전만 하더라도 KBS의 주말 드라마는 시청률 30%가 익숙할 만큼 언제나 사랑받은 콘텐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중장년층 이상 연령대가 선호해온 이 드라마들도 급격한 하락세를 피할 수 없었다. <진짜가 나타났다> <효심이네> 등 올해도 주말 드라마를 선보였지만 화제성, 인기몰이 측면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KBS 1TV와 2TV 일일극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금토, 토일 드라마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다른 지상파, 종편, 케이블 채널과 달리 여전히 월화 드라마를 유지 중인 KBS는 상반기 방영된 <오아시스>를 제외하면 큰 성과를 냈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렇다보니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것조차 막막해 보였다.
지난 11월부터 시작된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마저 없었다면 2023년은 KBS에게 아쉬움 그 자체였다. 젊은 층은 일찌감치 OTT와 타사 드라마로 선택지를 바꾼지 오래인 데다 확실한 지지층이었던 중년의 시청자들도 더 이상 KBS를 택하지 않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2024년에 부진을 타개할 만한 기대작이 눈에 보이지 않아, 올해도 KBS 드라마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MBC, 남궁민-이세영 등 하반기 대약진
▲ <2023 KBS 연기대상>의 한 장면 ⓒ MBC
MBC 드라마의 2023년은 <연인>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등 금토 드라마들이 위기에서 구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상반기 방영된 <꼭두의 계절> <조선변호사> <넘버스: 빌딩숲의 감시자들> 등은 화제성, 시쳥률 모두 실망스러운 결과를 야기했다. 부진했던 2020년의 모습이 재현될 수도 있었지만 <연인>의 등장으로 MBC는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검은 태양>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남궁민의 열연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했던 MBC 금토 드라마는 반등했다. 이세영이 주연을 맡은 후속작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역시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만들면서 동시간대 시청률에서 타사 드라마를 앞지르는 등 모처럼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여세를 몰아 2024년 MBC 드라마는<밤에 피는 꽃> 이하늬, <원더풀월드> 김남주, <수사반장 더 비기닝> 이제훈, <우리집> 김희선, <이토록 친밀한 배신> 한석규 등 톱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코믹-액션-범죄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면서 과거 '드라마 왕국'의 명성 부활을 기대해볼만 하다.
SBS, 금토 드라마 선전... 뼈아픈 후반기 약세
▲ <2023 KBS 연기대상>의 한 장면 ⓒ SBS
2023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매년 유지된 SBS 드라마의 강세가 여전히 이어졌다. 특히 인기작의 산실로 평가되어 온 금토 드라마는 여전히 시청자들을 끌어모은 일등공신과 다름 없었다. <법쩐> <모범택시2> 등 권선징악으로 대표되는 단골 소재 작품들은 선전을 펼쳤고 메디컬 드라마의 모범 답안 <낭만닥터 김사부3>, 오컬트 장르의 대중화를 이끈 <악귀> 등은 OTT 못잖은 화제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무려 460억 원 이싱의 제작비가 투입된 김순옥 작가의 <7인의 탈출>은 막장 드라마다운 전개와 쏟아지는 비판 속에 시청률마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올해 3월 시즌2 방영을 앞두고 있지만 부진 탈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는 핵심 캐릭터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자아냈고, 현재 방영 중인 <마이 데몬>은 동시간대 방영되는 MBC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대비 약세다.
안보현-박지현을 앞세운 <재벌X형사>, 김동욱 주연의 코믹 수사물 <강력반> 등 SBS는 다시 금토 드라마의 약진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5년 만에 시즌2로 돌아오는 김남길 주연 <열혈사제2>(하반기 예정)는 가장 기대를 걸어볼 만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지성-전미도의 범죄 스릴러 <커넥션>, 박신혜-김재영의 판타지 로맨스 <지옥에서 온 판사> 등도 대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