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태> 복원판 상영회에 참석했던 정지영 감독, 하명중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박찬욱 감독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지난 11일 저녁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하명중 감독의 1986년 작품 <태> 시사회에는 250석 극장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관객이 몰렸다. 참석자 면면도 화려했는데, 봉준호, 박광수, 김대현 감독 등을 비롯해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 김종원 평론가, 전양준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양윤호 한국영화인총연합회장, 김선아 여성영화인모임 대표 등등 한국영화의 주요 인사들 상당수가 자리했다.
37년 전인 1986년 만들어진 영화에 국내 영화인들을 비롯한 관객들이 대거 몰린 이유는 숨겨진 걸작이라는 이야기가 퍼지면서였다. <태>는 앞서 지난 11월 25일 영상자료원에서 디지털 복원판이 공개된 이후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명중 감독의 제안에 영상자료원이 영화적 가치를 인정해 복원한 것이었는데, 다수 감독이 작품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박찬욱 감독은 "1980년대 한국영화사를 다시 쓸 작품"이라고 했고, 정윤철 감독은 "이런 한국영화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신선하고 영화적인 힘이 넘쳤다"며 "전두환 5공 정권의 검열로 묻혀버린 작품이었다"고 평가했다.
영상자료원에서 작품을 확인한 정지영, 이준익, 박찬욱, 정윤철 감독 등이 이렇듯 빼어난 수작을 묻히게 할 수 없다는 데 의기투합해 특별한 시사회를 마련한 것이었다. 사실 영상자료원에서 복원한 영화를 따로 극장을 빌려 상영하는 것 자체가 전례가 없을 정도여서, 유료시사회로 진행됐음에도 영화인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정윤철 감독은 "전두환 군사독재의 정권찬탈을 다룬 <서울의 봄>이 개봉하여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이 시기에, 당시 서슬 퍼런 군사 정권에 영화로 당당히 맞섰던 저항정신과 더불어 문화적 탄압으로 공개되지 못했던 강렬한 시네마틱 이미지의 힘을 늦게나마 극장 스크린으로 볼 수 있어 더 뜻깊은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화법 완화 틈새 뚫고 군사독재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