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1987년 6월에 대한 강력한 복선
역사가 증명하듯 어쨌든 성공한 쿠데타를 완벽하게 처벌할 수는 없었다. 아직도 전두환 시대가 좋았다, (쿠데타와 광주학살 빼고)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는 말이 나온다. 패자에게 마음을 주는 언더독보다 승자의 편에서 영광을 누리는 밴드웨건들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쿠데타의 마지막 9시간 동안 육군참모총장이 납치되고 최전방을 지켜야 할 전차부대와 공수부대가 서울로 진입한다. 군사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을 <서울의 봄>은 그래픽으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마치 전략게임처럼 빠르게 이뤄지는 공수 전환은 두 사람의 지략대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어떻게 쿠데타가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왜 쿠데타를 막지 못했나' 물으며 이런 우려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간다.
쿠데타를 막지 못한 이유는 육군본부에 모여있던 '똥별'들 때문이었다. 수수방관, 책임회피, 판단 오류, 안일주의가 누적되어 결국 육군본부를 버리고 투항하는 최악의 결론을 낳았다. 그렇다고 쿠데타 세력이 치밀한 전략을 세운 것도 아니다. 대통령의 재가부터 받겠다는 계획이 꼬여 총격전이 일어나고 사상자가 발생한다. 단 한 번의 올바른 판단, 단 한 번의 실수만 있었어도 5공화국에서 벌어진 비극이 역사에 새겨질 일은 없었다.
아쉬움과 한숨으로 가득한 영화에서 그래도 인상 깊었던 것은 2공수여단의 서울 진입을 막는 방법이었다. 수적으로 밀리고 시간도 없던 이태신은 묘수를 떠올린다. 퇴근길 시민들을 이용해 한강 다리들을 봉쇄하는 거다. 한강 다리에서 정체된 시민들 덕분에(?) 2공수여단은 탱크를 돌려 행주대교까지 돌아간다. 아군의 지원을 받지 못한 이태신은 기어이 행주대교를 건너오는 탱크들을 몸으로 막는다.
영화적 각색이 가장 강하게 들어간 부분이지만 폭력을 앞세운 탱크부대의 발을 묶어놓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으로 보이지만 무엇보다 강한 시민들. 그리고 굳건한 신념을 가진 소수의 의인이라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영원히 권력을 누릴 것 같은 신군부도 결국 1987년 6월에 막을 내려야 했던 역사에 대한 복선으로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