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 손 모양' 논란이 인 게임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홍보 영상 중 한 장면.

'집게 손 모양' 논란이 인 게임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홍보 영상 중 한 장면. ⓒ 넥슨

 
게임업계의 만연한 '페미 사상 검열', 이번에는 집게손가락이 시험대에 올랐다. 23일 넥슨은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여성 캐릭터인 엔젤릭버스터 홍보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는 캐릭터가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 담겼는데, 찰나의 순간을 두고 일부 남초 사이트 이용자들이 '남혐' 의혹을 제기했다. 캐릭터가 여러 안무를 선보이며 0.1초 동안 취한 동작이 '집게 손 모양'이라는 것이다.

남초 사이트 이용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집게 손 모양'은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남성 혐오의 상징이자 오랫동안 페미니즘 검증 수단으로 사용됐다. 2021년에는 GS리테일, 전쟁기념관, 동서스타벅스 RTD, 카카오 뱅크 등 무언가 집거나 가리키는 포즈를 위해 홍보물에 '집게 손 모양'을 사용한 기업들이 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기업들은 모두 사과문을 게재하였고 일부는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2021년 '집게 손 모양' 사태에 대해 CNN은 '왜 한국 기업은 손 제스처에 불안해하나'라는 기사를 올리며 안티 페미니즘이 원인이라 진단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반복적인 '페미 사상 검열'로 지적된 게임 업계에서 '집게 손 모양'이 또 터졌다. 어쩌다 집게 손 모양은 남성 혐오의 상징이 되었는가?
 
0.1초 동안 스친 손가락 모양이 남성 혐오?

'집게 손 모양' 논란은 0.1초, 한 프레임 동안 취한 동작에서 시작했다. 23일 넥슨은 게임 캐릭터 엔젤릭버스터의 홍보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서 캐릭터는 노래하고 춤추며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 유기적으로 이어진 프레임 속 찰나를 캡처하면 '집게 손 모양'을 취한 캐릭터가 나온다. 즉, 캐릭터가 의도적으로 '집게 손 모양'을 취한 것이 아닌 춤 추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인 셈이다.

그러나 찰나의 '집게 손 모양'에 대해 일부 남초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개인의 사상을 몰래 끼워 넣은 것 아니냐'며 제작자가 의도적으로 남성 혐오 메시지를 넣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또한 해당 영상을 제작한 외주 업체 '스튜디오 뿌리'의 다른 작업물 속 '집게 손 모양'을 찾아내며 '회사가 페미'라고 비난했고 소속 애니메이터의 SNS 속 페미니즘 지지 발언을 문제 삼았다.

26일 넥슨은 "많은 유저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표명했다. 연이어 '스튜디오 뿌리'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해당 직원의 작업을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블루아카이브, 에픽세븐, 아우터플레인, 이터널 리턴 등 '집게 손 모양'이 발견된 주요 게임들도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해당 사과문이 게임업계에 만연한 '페미 사상 검증'에 동조하는 게임사의 단면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8일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등과 함께 게임문화 속 페미니즘 혐오몰이를 규탄하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넥슨은 일부 유저의 집단적 착각에 굴복한 집게 손 억지 논란을 멈춰야 한다'며 '넥슨코리아의 무책임하고 무지성적인 방침을 엄중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여성단체의 반발에 '살해 예고'가 뒤따랐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해당 기자회견을 앞둔 새벽, "넥슨 앞에서 페미니즘 시위하면 다 죽이겠다"는 살인 예고 글이 접수되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기자회견 현장에 기동대와 특공대를 배치했다. 남성 혐오를 상징한다는 '집게 손 모양' 사태는 게임업계 내 여성 혐오를 반대하는 여성들을 향한 공포로 이어졌다.
 
반복적인 '페미 검열', 기업은 사과만 한다

'페미 검열'은 게임업계의 고질병이다. 26일 '집게 손 모양'으로 사과한 넥슨은 2016년에도 '페미 논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성우 김자연씨가 SNS에 'Girls do not need a prince(공주에게 왕자가 필요하지 않다)'라는 문구가 담긴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려 논란이 일자 교체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넥슨의 사과문이 '게임업계 내 여성혐오 몰이의 단초를 만든 것'이라며 비판하였다.

지난 7월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를 개발한 게임 개발사 '프로젝트 문'은 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과거 SNS에 불법 촬영 규탄 시위를 지지하는 게시글을 공유해 논란이 일자 계약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직원을 향한 악의적인 비난에 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이 사실상 부당 해고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혐오 표현을 지양하고 해당 표현이 공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특정 표현을 '혐오 표현'이라 지적하고 이를 검열하기 위해서는 해당 표현이 왜 혐오 표현인지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검열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입막음이 되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여성 혐오의 대표적인 표현인 '된장녀', '김치녀'는 여성의 자유로운 소비를 억압했으며 여성의 소비가 남편, 혹은 남성 애인에 의해 이뤄진다는 가부장적 편견을 재생산했다. 어린이 혐오 표현인 '잼민이', '0린이'는 아이의 서툶과 미숙함을 들어 그들을 불완전한 존재로 여겨지게 하였다. 노인 혐오 표현인 '노시니어존', '틀딱충'은 노인을 사회 속 부정적 존재로 낙인시키고 소외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그' 손가락은 누구를 억압하는가? 평범한 손 모양이 혐오의 상징이 되었고, 대기업들은 사과했으며, 사회는 더욱 검열했다. 어쩌면 '집게 손 모양' 논란은 혐오의 정의를 잘못 짚었다. 혐오 표현에는 사회적 억압과 편견이 담겨 있으며, 이로 인해 실질적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김치녀'도, '잼민이'도, '틀딱충'도 사회를 자정시키지 못했지만, '집게 손 모양'은 가능했다.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집게 손'의 힘,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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