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부부는 한 집에서 지내면서도 각방을 쓰고 있었고 아침에 마주쳐도 별다른 대화 한마디 없이 냉랭한 분위기를 풍겼다. 아내는 남편에게 말 없이 아침밥을 차려주고 인사도 없이 출근길에 나섰다.
35년간 거의 매일같이 아침을 챙겨줬다는 아내는 어느날 하루는 피곤하여 늦잠을 잤는데 돌아온 것은 "이게 미쳤나?"라는 남편의 폭언이었다는 일화를 밝혔다. 배려없는 언행에 크게 상처받은 아내는 올해 5월 이후 남편과 그나마도 소원하던 대화를 아예 단절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아내는 "오만 정이 떨어졌다. 말하기가 싫다"라며 진저리를 쳤다.
택시운전을 하는 남편은 서먹한 아내와는 달리, 승객들과는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눴다. 남편은 사실 아내와도 대화를 하고 싶다면서도, "따로 생활한 지 오래되다 보니 이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잘 안 나오게 된다"는 속내를 밝혔다. 반면 아내는 "남편은 내 이야기를 한 번도 다정하게 들어준 적이 없다. 남편의 말을 듣고 '과연 나는 이 집에서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내의 고생을 몰라주는 남편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남편은 아내가 폭언으로 상처받았던 그날에 대하여 "기억이 정확히 안 난다"고 얼버무렸다. 오은영은 "아내가 안 나오면 어디가 아픈가라고 걱정하는 게 우선이다. 아내 입장에서는 '나는 밥이나 차려주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내 입장을 생각 못했다고 솔직히 인정한 남편에게 오은영은 "지금부터는 역지사지로,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시라"고 당부했다.
한편 남편의 불만은 아내의 과도한 음주였다. 식당에서 일하는 아내는 매일같이 한 병씩 음주를 한다고 인정했다. 남편은 아내가 피곤하다고 하면서도 매일 술을 마신다면서 도가 지나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1995년부터 생활비를 못 받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아내는 혼자 돈을 벌어서 아이 양육비와 생활비를 충당해왔다고 주장하며, 남편은 일을 구해서 생활비를 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고.
이에 남편은 생활비를 안 준 사실은 인정하면서 그 이유로 "당시에는 아내가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벌었다. 택시를 처음 할 때는 박봉이라 아내가 원하는 생활비를 줄 수 없었다. 대신 큰 목돈이 들어가는 일은 내가 다 냈다"고 해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내는 남편이 생활비를 안 준 대신 꾸준히 돈을 모아 집을 장만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자택을 공동명의로 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명의로 등록했다고 주장했다. 지나온 세월의 노력을 인정받고 싶었던 아내는 또 한 번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남편은 공동명의를 해달라는 말 자체를 못 들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남편은 아내가 공동명의로 해달라는 말을 들었다면 처음부터 해줬을 것이라며, 어차피 자신이 죽으면 아내와 자식들에게 유산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은영은 생활비 공방에 대하여 양측의 입장을 모두 분석한 뒤, "남편이 감당한 것은 전체 생활비의 10% 정도이고 아내가 90%다. 그런데 남편은 '내가 다했다. 다줬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35년간 생활비의 90% 이상을 감당한 아내의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한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딸의 결혼식 비용이나 자택의 공동명의 문제 등에 있어서도 부부는 서로 다른 기억을 주장하며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오은영은 부부의 근본적인 문제로 "한이 맺히고 상처가 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서로 기억이 다르니까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지도 못하고 끝난다"고 지적했다. 아내가 공동명의를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노력에 대해서 인정을 받고 싶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며 아내의 입장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한 남편의 문제점을 짚었다.
엄마가 맞는 모습 보고 자란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