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꼰대인턴'의 한 장면시니어 인턴으로 재취업 한 주인공이 과거를 떠올리며 고민하고 있다.
MBC
파격 인사를 단행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세대교체를 이유로 든다.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도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발탁되는 사람이 있으면 등 떠밀려 물러나는 사람도 있다. 무능하게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이들도 분명히 있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실력이나 경력을 떠나 나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는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역시 8개월 정도 두 살 어린 팀장과 일한 적이 있다. 능력 있는 입사 선배였기에 아무렇지 않았고 사이도 좋았다. 그런데 주변 사람이 문제였다.
"정말 괜찮아? 괜찮은 거지?"
"팀 옮겨 달라고 해."
"근데 팀장이 더 불편할 수도 있어."
주변에서 이상한 분위기를 조성해 몰아가는 바람에 졸지에 나이 많은 초라한 팀원이 되었다. 위로랍시고 내던진 '팀장이 불편하겠다'는 말에 그전에 없던 불편한 마음이 생겨났다. 40대 중반에 15년 다닌 회사를 나오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이직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MZ세대 팀장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나이에 제한을 둔 기업도 꽤 있었다. 이직한 회사의 팀에 필요한 나이대에 내 나이가 들어맞은 덕분에 무시무시한 허들을 넘을 수 있었다.
이직한 회사는 젊은 조직이다. 나보다 젊은 팀장이 대부분이다. 계열사에는 동갑 임원뿐만 아니라 동갑 대표이사도 있다. 조직에서 나이 때문에 눈치 보는 낡은 직장인이 되어가는 현실이 서글프다.
남들과 비슷한 나이대에 보직을 맡지 못하거나 진급에서 밀리면 후배가 상사가 되는 일도 벌어진다. 본인은 아무렇지 않아도 회사의 의도와 주변의 호들갑이 시너지를 발휘하면 직장생활은 꼬인다. 그래서 조용히 제 발로 나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한국에서 '법정 정년 60세'가 시행된 지 8년째다. 100세 시대다. 최근에는 정년 65세 연장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직장인들은 '정년'이라는 단어 자체를 실감하지 못한다.
'라떼'에 사로잡힌 전무님은 "너희들은 정년까지 다니려면 15년 이상 회사 생활해야 하잖아. 주도적으로 일 하면서 멀리 봐. 멀리"라는 말을 자주 한다. 시대는 변했다. 코 앞일도 모르는 게 직장인의 삶이다.
"우리 회사는 정년이 58살인데, 그때까지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중견기업에 다니는 한 친구가 말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20∼4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정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스스로 퇴직하고 싶은 나이'는 평균 60세였고, '실제 퇴직할 것으로 예상하는 나이'는 평균 53.1세였다. 젊은 세대의 약진에 밀려나는 기성세대가 처한 현실이자 많은 직장인의 미래 아닐까.
신입사원부터 시작해 직장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기에 지금의 상황이 크게 낯설지는 않다. 다만 경력과 연륜을 바탕으로 한 실력과 필요성이 아닌 나이 때문에 등 떠밀리는 경우가 늘어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결국 모두 떠나야 하는 직장이다. 떠나는 이들의 초라함과 서글픔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줄 수는 없을까. "알아서 퇴사하라"고 하지 말고 마음의 준비를 할 기회라도 줘야하지 않을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