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화란(禍亂)은 재앙과 난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누구나 추구하는 미래를 향해 힘껏 돌진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건 짊어지고 가야할 현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의붓아버지와 자신이 지켜야 한다고 여기는 의붓여동생까지 모두 껴안으려던 연규는 그 무게감에 무너진다. 재난과도 같은 현실 속에서 소년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지옥이 되고자 한다.
송중기가 맡은 치건은 이런 연규의 구원자이자 파괴자가 된다. 연규처럼 이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치건은 조직의 중간 보스다. 반으로 갈라진 귀와 온몸에 난 흉터는 치건이 살아온 거친 삶을 짐작하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진 치건의 무기는 송중기의 앳된 외모에서 오는 소년미다. 그는 연규가 자신과 같은 이 동네의 아이들처럼 성장하길 원하지 않는다. 여전히 어린 시절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는 연규를 구해 자신의 영혼이 구원받길 원한다.
그러나 연규가 가난과 폭력의 대물림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자 악마가 된 자신처럼 지옥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익히게 하고자 한다. 연규와 치건은 서로에게 치명적인 관계가 되는 사약 브로맨스를 형성한다. 그저 손바닥만 더럽히면 될 줄 알았던 연규는 피를 묻히고 진흙탕을 뒹굴어야 하는 가장 잔혹한 어른들의 세계와 마주하며 지독한 성장통을 겪게 된다. 그에게 치건은 양을 이끄는 목동이 아닌 맹견을 키우는 사냥꾼처럼 인식된다.
명안의 구덩이에서 연규를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던 치건은 이미 어둠에 빠진 연규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어주고자 한다. 다만 감정적으로 깊게 빠져들면서 자신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는 연규의 행동까지 품어주고자 한다. 같은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점 외에도 현실의 위험을 끌어안으려고 한다는 점, 여전히 미래라는 구원의 가능성을 품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어쩌면 서로의 과거이자 미래라 할 수 있는 관계성을 형성한 두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