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장면
CJ ENM
영화가 보여주는 천박사의 모습은 과장되어 있다. 아무런 힘이 없어 보이고 괴짜처럼 보이는 그는 무당이었던 할아버지의 기운을 물려받아서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악귀와 대결에 좀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천박사의 모습은 과장되어 있지만 그가 가진 내면의 힘과 능력은 어느 정도 이해할만한 범위 안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악귀와 싸우면서 크게 다치지 않고 대등하게 대결을 벌이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문제는 천박사가 유경(이솜)의 의뢰를 받은 이후 악귀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아무리 천박사의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수십 명이 천박사와 동료를 공격하는데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천박사의 그늘이 공개되면서 천박사의 유머는 힘을 잃고, 옆에 있는 민배만이 망가지며 고군분투한다. 그래서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의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유머도, 액션도 힘이 떨어진다.
천박사가 본인의 그늘을 드러내지 않고 진지하게 악귀의 존재에게 다가가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가 평생 가지고 있던 목표였고, 그의 슬픔을 해소할 수 있는 복수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가 점점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는 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주변의 도움 없이 악귀 우두머리인 범천(허준호)과 대등하게 대결을 벌인다. 영화에서는 그 대결을 마지막에 넣어 두었지만 천박사의 강력한 힘과 그가 가진 무기의 절대적인 힘이 마지막 두 인물의 싸움을 시시하게 만든다.
흥미가 떨어지는 이야기와 캐릭터
천박사 역을 맡은 강동원은 과거에 <전우치>나 <군도>에 등장해서 조금은 비현실적인 상황에 맞는 이미지를 보여준 적이 있다. 도술을 쓰는 존재로 등장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과거의 작품들처럼 이번 <천박사 퇴마 연구소>에서도 가벼우면서도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 등장한다. 나머지 등장인물들에 비해 천박사라는 캐릭터는 꽤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천박사는 밝지만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이 영화 안에서 가장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