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간판' 권순우(당진시청)가 충격적인 이변의 희생양이 된데 이어, 부적절한 행동으로 경기 후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권순우는 지난 9월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단식 2회전에서 타이의 카시디트 삼레즈에 1-2(3-6/7-5/4-6)로 패배했다. 프로테니스협회(ATP) 랭킹에서 권순우는 112위, 삼레즈는 636위로 무려 500계단 이상이나 차이가 난다.
 
야심차게 금메달에 도전했던 권순우는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뒤 첫 경기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16강에도 오르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지난 8월 유에스(US) 오픈 복귀전 이후로 6전 전패의 수렁에 빠져있다.
 
하지만 패배보다 더 큰 문제는 권순우가 경기 이후에 보여준 행동이었다. 끝내 패배로 경기가 종료되자 분을 이기지 못한 권순우는 자신의 라켓이 부서질 때까지 코트 바닥과 의자에 내리치는 과격한 행동을 일삼았다. 상대 선수인 삼레즈가 권순우의 자리까지 걸어와 악수를 요청했지만 쳐다보지도 않고 외면했다. 머쓱해진 삼레즈는 결국 관중들에게만 인사를 하고 돌아서야 했다.
 
테니스는 흔히 '신사의 스포츠'라고 불리운다. 실제로 역사적인 기원도 상류층 귀족들의 유흥문화에서 비롯되었다. 축구-농구같은 다른 구기종목에 비하여 신체접촉이 없는 대신 상대를 존중하고 페어플레이를 강조하기 위한 다양한 불문율이 존재한다. 경기 후 네트를 사이에 두고 서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는 에티켓도 그중 하나다. 또한 치열하게 경기를 펼치고 나서는 결과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승복하는 것은 굳이 테니스만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맨십의 기본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권순우는 이런 스포츠맨십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 권순우의 비매너 행동에 당시 현장에서도 야유가 터져나왔다. 개최국인 중국과 삼레즈의 모국인 태국의 SNS에서는 권순우의 관련 영상이 퍼져 단숨에 수백만이 넘는 조회수를 돌파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스포츠키다 테니스 등 주요 해외 외신들들도 권순우의 행동을 비중있게 보도하며 "권순우는 경기에서도 매너에서도 졌다"고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 해외 누리꾼들은 권순우가 과격한 행동을 일삼은 이유에 대하여, 금메달을 따면 병역혜택을 얻을수 있는 기회를 놓친데 대한 아쉬움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권순우에 대한 여론이 싸늘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팬들은 그동안 성실하고 예의바른 선수로만 알려졌던 권순우의 돌발행동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권순우의 행동이 '국제망신'으로 규정하며 스포츠 정신을 모르는 선수는 국가대표로 나설 자격이 없다는 혹평이 쇄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권순우의 행동을 변호하는 반론들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몇몇 외신들은 권순우가 평소와 다르게 흥분한 진짜 이유에 대하여 "삼레즈가 먼저 비매너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삼레즈가 경기 중 '오프셋(Offset) 트릭'을 많이 사용했으며, 첫 세트가 끝난 뒤 10분 동안 화장실을 가고,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메디컬 타임아웃을 신청하는 등 도발적인 행동을 일삼으며 권순우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또한 대한테니스협회 측은 권순우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26일 "권순우가 오전 태국 선수단 훈련장에 찾아가 상대 선수에게 사과했다. 상대도 괜찮다고 했으며 서로 잘 풀었다"는 후일담을 밝혔다. 대한테니스협회는 권순우의 행동에 대한 징계 여부는 아직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순우는 이번 해프닝을 뼈아픈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권순우는 그동안 매너 문제나 개인사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는 선수다. 하지마 단 한번의 실수나 판단착오만으로도 공들여 쌓아온 명예와 이미지가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 될 수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권순우에게 이번 대회가 단지 개인이 아닌 '국가대표' 자격으로 나섰다는 점을 더 무겁게 인지했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국가대표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섰다면, 본인의 태도와 매너가 곧 한국의 이미지가 된다는 책임감이 필요했다. 오늘날의 많은 팬들은 국가대표라면 단지 메달만이 아니라 걸맞은 품격과 스포츠 정신을 기대한다.
 
다행히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고 경기는 또 계속되어야 한다. 메달 여부를 떠나 권순우가 앞으로 한 명의 훌륭한 테니스 선수이자 국가대표로 다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번의 쓰디쓴 경험을 귀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권순우 테니스 라켓 비매너 국가대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