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카를로비바리영화제에서 <나의 피투성이 연인> 대상을 수상한 대구 유지영 감독.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광주영화영상인연대에서 계간 형태로 발행하는 < Scene 1980 >은 2019년 11월 창간호 이후 지난 7월까지 14호를 발간했다. 영화잡지가 대부분 사라진 시대, 지역영화를 중심으로 비평과 정책, 다른 지역 소식 등을 담아내는 특별한 영화전문지는 신선함을 안겨줬다. 지역영화의 대내외적인 소통에 소중한 역할을 감당하는 중이다.
2021년 전북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장편영화 <희수>는 대구에서 활동하는 감정원 감독의 작품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을 향한 작은 지원이 이뤄낸 큰 결실이었다. 57회 체코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프록시마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장편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도 마찬가지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으로 대구에서 활동하는 유지영 감독은 지역영화의 비중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들 지역영화의 성과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사업이 이뤄낸 대표적인 성과들이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에서는 12억에 불과한 지원이 없어지면서 지금까지 이뤄낸 모두 성과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감정원 감독은 "지역영화를 키운 것은 영진위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사업과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인데, 정부 예산 삭감은 지역 영화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수진 < Scene 1980 > 편집장은 "지역영화 사업을 통해 잡지 발행이 가능했었는데, 갑자기 예산이 없어진다고 하면 계속 발행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겉모습만 증가, 실제는 대폭 삭감
2024년 영진위 예산(안)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국내 영화제 예산 절반 삭감에 반발해 부산, 전주, 부천영화제 등 국내 50개 영화제가 먼저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관객과 독립영화 단체 등의 후속 연대 항의 서명도 예고된 상태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영화제 지원 삭감 문제도 심각하다. 영진위 등에 따르면 2024년 국내·국제영화제 지원예산이 50억 2000만 원에서 내년에는 24억으로 52.2% 삭감될 예정이다. 기존 40개 영화제가 지원을 받았으나, 20개 정도로 절반 줄어들게 된다.
이는 박근혜 정권 당시의 블랙리스트보다 더 심각한 후퇴다. 2017년 예산에서 '국제영화제 예산'은 40억 대에서 25억으로 40% 정도 삭감됐다. 세월호 다큐 <다이빙벨> 상영으로 촉발된 부산영화제 사태 과정에서 당시 정권의 보복이었음이 드러났다.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에서 당시 청와대가 주도했음이 밝혀진 것이다. 당시 '국내영화제 지원예산의 경우 4억 2000만 원 정도였고. 둘을 합하면 29억이었다.
2024년 영진위 예산(안)은 여기서 한참 더 후퇴한 것으로, 기존 예산을 대폭 삭감하거나 아예 예산 자체를 없애버리는 게 기본이 됐다. 사실상 한국영화 특히 독립영화 말살 정책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그렇다고 영진위 전체 예산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비록 미미한 수준이지만 올해 850억에서 855억 정도로 5억 정도 늘었다. 문제는 올해 729억 전체가 영화산업 육성 및 지원 사업비로 책정됐다면 내년 예산에는 463억으로 270억 가까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80억 원이었던 영화투자조합 예산이 일반회계로 바뀌면서 250억으로 늘어났고, 로케이션 지원 등 신규 사업이 생기는 과정에서 그만큼 다른 지원사업 예산을 삭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