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은 오는 10월부터 음소거 스트리밍(볼륨을 0으로 설정하고 음악을 재생하는 행위)을 차트 집계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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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차트들이 '음원 사재기' 몰아내기에 나섰다.
최근 대중음악 플랫폼 멜론은 오는 10월부터 음소거 스트리밍(볼륨을 0으로 설정하고 음악을 재생하는 행위)을 차트 집계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멜론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의 적용 대상은 TOP 100차트, HOT 100차트 그리고 일간, 주간, 월간, 연간차트로 가수의 음원 성적을 상징하는 대부분의 차트가 해당된다.
국내 유일의 대중음악 공인 차트인 '써클 차트'(구 가온차트) 역시 이를 비정상적인 음악 재생으로 간주하고 순위 집계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써클차트는 멜론을 비롯해 벅스, 지니뮤직, 플로, 애플뮤직, 유튜브뮤직 등 국내외 주요 음원 플랫폼들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집계하고 발표하는 차트다. 이에 따라 음소거 스트리밍은 국내 대부분의 음원 차트 집계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음원차트의 이번 조치는 그동안 논란의 중심이었던 '음원 사재기'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음원 사재기란 정상적으로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편법적인 방법으로 음원차트 순위를 조작하려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들은 차트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수십, 수백대의 기계로 동시에 음악을 재생하기 때문에 볼륨을 0으로 낮춰놓고 재생하는 경우가 많다. 멜론을 비롯한 음원차트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막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이후 갑작스럽게 음원 순위가 급상승한 몇몇 가수들이 '사재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이 듣지 않거나 알지 못하는 곡인데도, 순위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의구심에서 나온 의혹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식 조사에 나서기도 했지만 명확한 증거와 인과관계를 밝혀내지 못하고 유야무야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재기'는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 관계자들이 많다. 음원 차트가 일반 대중들의 기호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오직 차트만을 노린 '음소거 스트리밍'의 비중은 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이하 음콘협)가 주관하는 써클차트 측은 "음소거 이용량 데이터가 일주일간 평균 국내 스트리밍 이용량의 약 7% 이상으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정 국내 음악 서비스사들로만 한정해도 음소거로 재생되는 이용량이 1주일간 약 1억 회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해외 음원플랫폼의 데이터까지 포함시키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음콘협 관계자는 1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런 유형은 사실상 음악을 감상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차트 집계에서 제외하기로 판단했다"며 "국내 주요 음원서비스 플랫폼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을 때 무음 스트리밍에 대한 집계를 필터링한 상태로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음콘협이 나서자, 음원 플랫폼들도 합류하는 모양새다. 써클차트에 반영되는 데이터뿐만 아니라, TOP 100 등 자체 차트에서도 음소거 스트리밍 집계를 제외하겠다고 발표한 멜론에 이어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들도 집계 제외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멜론 관계자는 14일 <오마이뉴스>에 "소리가 나오지 않는 볼륨 0 상태에서의 음원 재생은 정상적인 음악 감상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내린 결정이며, 10월까지 이를 감지해내는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조치는 차트 공정성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업계에서도 대부분 공감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비정상적 음악 감상의 케이스를 제외함으로써 차트 정상화에 한걸음 더 다가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오랜 시간 국내 음악산업 및 K팝을 대표하는 지표로 자리해온 멜론차트가 한층 공정해지는 계기가 돼 멜론을 더욱 신뢰하며 찾아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비정상 이용 행위에 적극 대응하는 등 공정한 차트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음원 사재기 몰아낼 수 있을까...'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