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은 오는 10월부터 음소거 스트리밍(볼륨을 0으로 설정하고 음악을 재생하는 행위)을 차트 집계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멜론은 오는 10월부터 음소거 스트리밍(볼륨을 0으로 설정하고 음악을 재생하는 행위)을 차트 집계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 pixabay

 
음원 차트들이 '음원 사재기' 몰아내기에 나섰다.

최근 대중음악 플랫폼 멜론은 오는 10월부터 음소거 스트리밍(볼륨을 0으로 설정하고 음악을 재생하는 행위)을 차트 집계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멜론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의 적용 대상은 TOP 100차트, HOT 100차트 그리고 일간, 주간, 월간, 연간차트로 가수의 음원 성적을 상징하는 대부분의 차트가 해당된다.

국내 유일의 대중음악 공인 차트인 '써클 차트'(구 가온차트) 역시 이를 비정상적인 음악 재생으로 간주하고 순위 집계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써클차트는 멜론을 비롯해 벅스, 지니뮤직, 플로, 애플뮤직, 유튜브뮤직 등 국내외 주요 음원 플랫폼들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집계하고 발표하는 차트다. 이에 따라 음소거 스트리밍은 국내 대부분의 음원 차트 집계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음원차트의 이번 조치는 그동안 논란의 중심이었던 '음원 사재기'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음원 사재기란 정상적으로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편법적인 방법으로 음원차트 순위를 조작하려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들은 차트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수십, 수백대의 기계로 동시에 음악을 재생하기 때문에 볼륨을 0으로 낮춰놓고 재생하는 경우가 많다. 멜론을 비롯한 음원차트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막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이후 갑작스럽게 음원 순위가 급상승한 몇몇 가수들이 '사재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이 듣지 않거나 알지 못하는 곡인데도, 순위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의구심에서 나온 의혹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식 조사에 나서기도 했지만 명확한 증거와 인과관계를 밝혀내지 못하고 유야무야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재기'는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 관계자들이 많다. 음원 차트가 일반 대중들의 기호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오직 차트만을 노린 '음소거 스트리밍'의 비중은 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이하 음콘협)가 주관하는 써클차트 측은 "음소거 이용량 데이터가 일주일간 평균 국내 스트리밍 이용량의 약 7% 이상으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정 국내 음악 서비스사들로만 한정해도 음소거로 재생되는 이용량이 1주일간 약 1억 회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해외 음원플랫폼의 데이터까지 포함시키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음콘협 관계자는 1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런 유형은 사실상 음악을 감상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차트 집계에서 제외하기로 판단했다"며 "국내 주요 음원서비스 플랫폼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을 때 무음 스트리밍에 대한 집계를 필터링한 상태로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음콘협이 나서자, 음원 플랫폼들도 합류하는 모양새다. 써클차트에 반영되는 데이터뿐만 아니라, TOP 100 등 자체 차트에서도 음소거 스트리밍 집계를 제외하겠다고 발표한 멜론에 이어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들도 집계 제외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멜론 관계자는 14일 <오마이뉴스>에 "소리가 나오지 않는 볼륨 0 상태에서의 음원 재생은 정상적인 음악 감상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내린 결정이며, 10월까지 이를 감지해내는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조치는 차트 공정성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업계에서도 대부분 공감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비정상적 음악 감상의 케이스를 제외함으로써 차트 정상화에 한걸음 더 다가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오랜 시간 국내 음악산업 및 K팝을 대표하는 지표로 자리해온 멜론차트가 한층 공정해지는 계기가 돼 멜론을 더욱 신뢰하며 찾아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비정상 이용 행위에 적극 대응하는 등 공정한 차트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음원 사재기 몰아낼 수 있을까...'글쎄'
 
 써클차트 캡처 이미지

써클차트 캡처 이미지 ⓒ 한국음악콘텐츠협회

 
그러나 이번 조치가 '사재기'를 몰아내는 데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사재기' 세력의 매커니즘은 알기 어렵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 순위를 높이기 위해 음소거 스트리밍을 마다하지 않는 아이돌 팬덤의 양상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기 때문.

'음원 사재기'는 보통 금전을 지급받은 브로커들이 자동으로 똑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특정 가수의 곡을 반복 재생 하면서 차트 순위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돌 팬덤은 돈을 받고 움직이는 브로커가 아니라, 대중음악의 소비자이기도 한 팬들이 직접 나선다는 점에서 다르다. 하지만 반복해서 같은 음악을 들어서 차트 순위를 높이려고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면모가 있다. 

더구나 팬들은 자체적으로 꾸린 조직인 '총공팀'(음원 순위를 총 공격한다는 의미)을 운영하며, 비용을 직접 모금하고 음원 순위를 한 단계라도 더 높이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이를 팬덤 전체에 공유한다. 팬들은 '총공팀'의 지시에 따라 멜론, 지니 뮤직, 벅스, 바이브 등 스트리밍 사이트를 한꺼번에 구독 결제하고, 컴퓨터와 휴대폰, 태블릿 PC, 과거에 사용하던 휴대폰 공기계 등까지 모두 활용하며 최대한 자기가 응원하는 가수의 음원을 많이 재생한다.

같은 음원은 하루에 단 1번만 스트리밍 수치로 집계되는 바이브와 플로의 경우 앨범의 전 곡을 한 번만 재생한다면, 100번이든 200번이든 모두 스트리밍 수치로 집계되는 멜론에서는 타이틀곡 위주로 재생하는 식이다. 팬들은 음원 플랫폼 사이트별로 다른 차트 정책을 모두 꿰고 있을 수밖에 없다. 

아이돌 팬덤은 이번 음원차트들의 '음소거 스트리밍' 집계 제외 조치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 듯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김모씨는 "어차피 벅스 등 음소거 재생을 이전부터 차트 집계에서 제외해 온 사이트들이 있었고, 거기에 맞춰서 스트리밍 전략이 짜여 있다. 그 사이트들이 늘어난 것뿐"이라며 "음량 조절을 따로 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거나 고장난 이어폰을 잘라서 꽂아놓는 방식으로 재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요즘 음원차트 점유율이 멜론에서 유튜브뮤직으로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멜론이 벌어들이는 수입의 상당 부분은 팬들이 떠받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 자꾸 아이돌 가수들의 음원을 배척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을 덧붙였다.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 역시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였다. 유명 아이돌 소속사 관계자는 1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이돌에게만 적용되는 집계방식은 아니지 않나. (무음 스트리밍 제외는) 모든 가수에게 동등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크게 (아이돌 가수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멜론과 써클차트의 이러한 움직임은 무의미한 조치일까.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는 20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빌보드뿐만 아니라 음원차트들이 규정을 계속 바꾸는 건 최대한 객관적이고, 실제로 대중이 이용하는 만큼 수치를 (차트에) 반영해야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사재기' 세력이나 팬덤이 원하는 건, (사람들이 듣는 것보다) 그 이상의 순위이기 때문에 틈새를 공략하려고 한다. 말하자면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라면서도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음소거 스트리밍의 존재를 그동안 음원차트들도 아마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음소거 스트리밍을 하기 위해) 그들이 멜론을 이용하고 멜론 차트의 순위를 높이는 것을 가장 신경쓰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멜론 점유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공정한 차트'라는 평가를 얻기 위해 그런 조치를 한 것이라고 본다. 물론 편법을 모두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건 의도적으로 (허점을) 파고드는 거니까. 나름대로의 '음원 사재기'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으로 실제 (음원에 대한) 수요가 아닌 허수를 상당수 걸러낼 수 있는 조치로 보인다."
음원차트 음소거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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