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 보스톤>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은 한국인 운동선수 최초 올림픽을 제패한 역사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를 달고 뛰어야 했기에 아픈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단상에 오른 그는 묘목으로 일장기를 가린 일로 인해 다시는 마라톤 선수로 활동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된다. 운동선수로서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당시 한이 남았던 그는 광복 후 런던올림픽에 지도자로 참여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손기정과 얽히는 인물이 육상 꿈나무 서윤복이다. 독립을 했지만 미군정 하에서 한국은 난민국가로 분류돼 있었다. 국민 대다수가 가난에 시달렸고 서윤복도 예외는 아니었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꿈-국가보다 돈이 우선이었던 그는 기정과 갈등을 겪는다. 두 사람의 갈등이 흥미로운 점은 민족의 문제와 개인의 문제를 절묘하게 엮어놨다는 점이다. 미시사와 거시사의 시점으로 동시에 역사를 바라본다.
태극기를 달고 뛰지 못한 기정의 한은 독립을 열망했던 민족의 한과 연결된다. 태극기를 달고 뛰는 윤복은 민족의 정체성 회복과 동시에 마라토너로서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보스톤 마라톤 대회의 하트브레이커 언덕과 윤복이 어린 시절 잿밥을 훔쳐 먹기 위해 달렸던 무악재 고개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가장 개인적인 경험을 민족의 역사로 끌어올리는 연출적인 확장을 통해 신파를 최소화한 게 눈에 띈다.
군더더기 없는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