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스틸컷.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완벽한 외모를 지닌 바비 때문에 굳어진 미의 기준과 이로 인해 여성들이 짊어져야 했던 부담을 이유로 공격을 받는다. 더해서 그동안 들러리 역할을 해오던 켄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바비를 탓하자 말 그대로 멘탈붕괴에 빠진다. <바비>는 다소 난잡한 작품이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 주된 갈등인 성 갈등을 바비와 켄의 대립구조에 대입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감독이자 각본가인 그레타 거윅은 휴머니즘이란 코드를 적극 내세운다. 독특한 소재에 컬트적인 표현을 택했지만 영화가 난해하지 않은 이유는 타율이 높은 유머에 갈등을 봉합하는 적절한 장치를 택했다는 점에 있다. 초기 바비가 여자아이들에게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줬던 거처럼, 현재의 바비도, 켄도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주체성과 이를 위한 사유를 강조한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말에는 다양성도 포함된다. 각기 다른 외모를 지녔지만 이름은 같았던 바비와 켄들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란 가능성을 보여준다. 바비, 켄과 달리 유일무이한 인형 앨런과 임신부 인형이라 인기를 얻지 못해 출시가 중단되었던 미지 역시 바비랜드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그 어떤 존재가 되어도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휴머니즘의 기반을 탄탄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