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공자>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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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마녀>의 최우식과 이름을 공유하는 '귀공자'의 서사를 쌓아 올려 피카레스크 장르를 완성했다. 둘은 전혀 다른 캐릭터지만 박훈정 유니버스에 속 김선호가 맡은 귀공자는 최우식의 초능력자가 아닌 정체불명의 암살자다. 마르코 주의를 돌며 '친구'라는 말로 악인과 선인의 불분명한 태도를 보인다.
겁 없이 돌진하지만 화려한 액션보다는 기본에 충실함을 선보인다. 슈트 차림을 고수하는 것처럼 딱 떨어지는 듯 보이나 예측 불가한 말과 행동으로 두려움을 유발한다. 부잣집 도련님, 신사처럼 보이지만 순간 지질해지며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킨다. 한마디로 무어라 설명하고 단언할 수 없는 신비주의다.
자칭 프로라 여기지만 스타일이 흐트러지는 것, 구두에 빗방울이 튀기는 것, 새 차에 흠집이 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파괴적인 살인 본능과 액션, 총기에 능하지만 작은 상처에도 엄살떠는 성격은 웃음을 유발한다. 전반적으로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가 진해질 때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해맑은 광인의 얼굴은 오히려 살기를 더한다. 나사 빠진 킬러, 위트 있는 살인마. 그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캐릭터의 탄생이다.
코피노를 주인공 삼아 계급사회 속 차별을 드러냈다. 마르코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자격지심에 시달린다. 어머니 덕에 어릴 적부터 한국말을 배우며 한국 사람처럼 행동하게끔 커왔지만 한국에는 가본 적도 없는 현지인이다. 본적도 없는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에 이끌리지만 이용당한다는 걸 안 순간 배신감에 몸서리친다.
그들을 다루지만 깊지는 않다. 대신 마르코를 취하려는 각자의 사정에 따른 잔혹한 인간 본성만 남겨 두었다. 돈이 전부인 재벌 2세의 욕심, 가난자를 핍박하는 권력의 민낯을 파고든다. 말끝마다 무시하며 환멸 당하는 존재는 또 다른 소수자로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씁쓸한 현실이다.
누아르 장르에 충실한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