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이로운 사기>
TVN
6월 20일까지 TV에서는 기묘한 대결이 벌어졌었다. 바로 '김동욱 vs. 김동욱'? 앞서거니 뒤서거니 김동욱이 주연인 작품들이 KBS2와 TVN에서 동시에 방영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후 8시 50분부터 시작되는 <이로운 사기>와 오후 9시 45분부터 시작되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몇 십분의 분량이 겹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4% 남짓 시소를 타던 두 드라마의 시청률은 범인이 밝혀지며 두 주인공이 현재로 돌아오는 마지막 회차에 이르러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5%를 넘기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선방한 반면, <이로운 사기>는 3%로 고전하게 되었다. OTT를 통해 시청하는 세상에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그래도 본방 사수하는 고정 시청층의 고뇌가 느껴지는 시청률의 수치가 아닐까. 이제는 평일 TV드라마에서 4%대라면 안정적 시청층을 확보했다고 보여지는 수치인데, 그런 면에서 '김동욱'이 주연이라면 4% 대의 시청률은 고정층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보여진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이로운 사기>, 두 드라마는 전혀 다른 시대와 다른 소재로 펼쳐지는 이야기임에도 두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이 김동욱이라서? 물론 동일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왔으니 그렇겠다.
다른 듯 닮은 이야기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2021년에서 이른바 '타임머신'을 타고 1987년으로 간 두 남녀의 이야기이다. TV 앵커에, 편집자로 나름 사회인으로서 번듯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윤해준(김동욱 분)은 윤해준대로, 백윤영(진기주 분)은 백윤영대로 저마다 삶의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1987년 우정리라는 마을로 이어지고 과거로 돌아간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그곳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의 미로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14회에 이르기까지 범인이 누군지 오리무중이라 시청자들을 애태웠던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 김동욱은 1987년으로 날아간 TV 앵커역을 맡았다. 냉철하고 직선적인 캐릭터이다. 반면, <이로운 사기>에서 김동욱은 그와 반대로, '과공감' 변호사이다. 어린 시절부터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정도가 도를 넘어, 걸핏하면 눈시울부터 붉어지는 남자, 그래서 이명과 두통 등 신체적인 증상에 시달려 병원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남자이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이로운 사기>, 두 드라마 모두 이른바 '스토리' 중심의 드라마이다. 그저 오며가며 볼 수 있는 내용의 드라마가 아니란 뜻이다. 시간을 거스른 두 남녀 앞에 펼쳐지는 연쇄 살인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주요한 범인의 힌트를 놓치게 된다. 마찬가지로, 정목이라는 단체를 통해 키워진 이른바 '키드'라는 아이들이 10여 년이 흘러 어른이 되어 다시 모여 복수를 펼치는 <이로운 사기> 역시 과연 '회장'이 누구인가라는 추리를 향해 서사가 달려간다.
거기에 관계의 서사마저 층층이 겹쳐진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 멀쩡한 앵커인 줄 알았더니, 갓난 아이를 버리고 떠난 엄마, 정신적 학대를 일삼는 할아버지, 유일하게 애정을 느끼게 하는 아버지는 일 년에 한 번이나 올까 말까. 그런데 과거로 돌아가니 그들이 그곳에 있다.
<이로운 사기>는 또 어떤가, 변호사라는데 알고보니 풍비박산이 난 집안의 외아들이다. 사업을 하다 하루 아침에 망한 아버지도, 그리고 어머니도 그의 곁을 떠났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여주인공은 자신의 부모를 죽였다는 혐의로 지난 10년간 감방에서 지냈는데 김동욱이 분한 한무영이 여주인공 이로움의 복수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겠다고 나선다.
이 복잡다단하고, 얽히고설킨 서사들의 중심에 김동욱이 있다. 그러고 보면 그는 늘 사연 있는 아이였다. 드라마의 주인공치고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김동욱이 분한 사연은 늘 짠하다.
김동욱이라는 장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