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중호가 과정과 실리를 모두 잡으며 '어게인 2019'를 향한 첫 번째 관문인 조별리그를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멘도사 스타디움에서 열린 감비아와 대회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프랑스(2-1 승)과 온두라스(2-2 무)를 상대로 승점 4점을 확보한 상황에서 감비아와의 3차전을 앞두고 이미 16강행을 조기 확정했다. 2경기만에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홈에서 열린 2017년 대회 이후 2번째였다.
 
여기에 한국은 감비아전을 비기며 최종성적 1승 2무(승점 5점)로 1993년 호주 대회(잉글랜드-터키-미국) 이후 무려 30년만에 '조별리그 무패'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다만 호주 대회에서는 3무로 한번도 지지않고도 결국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반면, 이번에는 당당히 16강에 진출했다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한국축구는 1983년 멕시코 대회(4강)에서 최초로 1라운드를 통과한 것을 시작으로 이번이 역대 9번째 16강 진출이다. 2017년 대회(16강)를 시작으로 2019년 폴란드 대회(준우승)에 이어 이번 아르헨티나 대회까지 3개 대회 연속 16강 진출이라는 위업도 이뤘다. 2009년 이집트(8강)-2011년 콜롬비아(16강)-2013년 터키(8강)에 이어 역대 2번째 기록이다. 한국은 최근 7번의 대회 중 6번의 대회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명실상부한 아시아 축구를 대표하여 U-20 월드컵의 강호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한국 남자축구 각급 대표팀으로 범위를 넓혀도 2019년 폴란드 U-20 월드컵(준우승)을 시작으로 2019 브라질 U-17 월드컵(8강), 2021년 도쿄 올림픽(8강), 2022년 카타르 월드컵(16강)에 이어 이번 U-20 월드컵 16강 진출까지 각 연령대별 주요 국제대회(FIFA, IOC 주관 대회 포함)에서 무려 5회 연속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한국과 감비아가 모두 최종전을 치르기 전에 나란히 16강 진출을 확정했다는 것이 큰 변수가 됐다. 대표팀은 감비아전을 앞두고 골키퍼 김준홍(김천 상무)과 중앙 수비수 최석현(단국대)은 각각 경고 누적과 퇴장으로 결장했으며, 또 온두라스전에서 골을 넣었던 박승호(인천)가 발목 골절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기도 했다.
 
만일 한국이 16강을 확정하지 못했다면 한국은 선수들의 체력부담과 부상으로 인한 전력누수 속에서 끝까지 총력전을 펼쳐야했을 것이다. 김은중 감독은 김비아전에서 부분적으로 로테이션을 활용하며 토너먼트를 대비한 체력 안배를 모색할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비아전을 마냥 느슨하게 임할수도 없었다. 자칫 패배라도 해서 3위로 추락한다면 토너먼트에서도 사기 추락은 물론이고, 16강에서 강호 브라질이나 콜롬비아를 만나는 최악의 대진을 맞이할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프랑스(1승 2패, 승점 3점)가 온두라스(1무 2패, 승점 1점)를 잡아준데다, 한국도 감비아전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자력으로 조 2위 자리를 지켜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토너먼트를 대비하여 힘을 아끼면서도 동시에 실리까지 챙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감비아에게 이기지는 못했지만 로테이션을 가동하고도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무실점 경기를 이어가며 조별리그의 상승세를 유지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또한 비록 조1위는 감비아에 내줬지만, 토너먼트 대진표를 감안하면 조 2위가 되어 에콰도르를 만난게 도리어 전화위복이 될수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6강에 오른 토너먼트에서 더 높은 단계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제 '남미의 벽'을 넘어야한다. 한국과 에콰도르는 6월 2일 오전 6시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우니코 마드레 데 시우다데스에서 맞붙는다.

또한 8강 진출에 성공한다면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맞대결 승자와 격돌하는데 개최국이자 대회 최다우승팀(6회)인 아르헨티나가 올라올 가능성이 더 높다. 한국은 U-20월드컵에서 남미팀을 상대로 통산 6승 1무 9패를 기록중이다.
 
U-20 대표팀간 상대 전적에서 한국이 조 3위를 기록했다면 만날 수도 있었던 콜롬비아(C조 1위)에 1무 1패, 브라질(D조 1위)에게는 무려 6전 전패로 굉장히 약했다. 조 1위에 올랐다면 상대했을 우루과이(E조 2위)에게는 1승 1패를 기록했다.
 
세 나라 모두 남미를 대표하는 축구강국들로 피파랭킹과 U-20 월드컵 통산 성적에서 한국보다 앞선다. 여기에 개최지가 아르헨티나이다 보니 인접한 남미국가들은 현지 환경이나 팬들의 동원력에서 사실상 홈팀 수준의 어드밴티지를 누린다는 것도 부담스럽다.
 
특이한 점은 8강에 오른다면 만날 가능성이 유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에게는 오히려 U-20 통산 전적 5승 3무 1패로 극강의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U-20 월드컵 본선에 국한하면 조별리그에서만 3번(1991년, 2017년, 2019년) 맞붙어 모두 전승을 기록했다. 다만 토너먼트에서는 아직 격돌해본 적이 없다.
 
또한 16강에서 만날 에콰도르는 현재 남미팀중에서는 전력상 그나마 한국이 가장 해볼만한 상대로 꼽힌다. 에콰도르는 피파랭킹 41위(한국 29위), U-20월드컵 통산 순위 35위(한국 12위)와 상대전적(한국 3승1패)에서 모두 한국이 우위에 있는 유일한 남미팀이다. 에콰도르 역시 남미팀이지만 대륙 북서부에 위치하여 개최국 아르헨티나와는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서, 홈팀이나 다름없는 브라질이나 우루과이와는 상황이 또 다르다는 것도 한국에겐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한국은 에콰도르와 U-20 월드컵에서는 단 한차레 만났는데 바로 4년 전인 2019년 폴란드 대회 4강전에서 만나 이강인(마요르카)의 침투 패스에 이은 최준(부산)의 결승골로 한국이 1-0으로 승리한바 있다. 한국은 당시 준우승, 에콰도로는 3위를 기록했는데 나란히 두 나라의 역대 U-20월드컵 최고성적이었다.
 
에콰도르는 이번 대회 본선에 나선 24팀 중 최다득점(11골)을 기록했다는 것. 다만 이중 9골이 최약체로 꼽히는 피지와의 최종전에서 몰아친 득점이기에 거품이 끼어있다. 에콰도르는 B조 1위를 차지한 미국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1로 패했으나 슬로바키아(2-1 승)와 피지를 잇달아 잡고 조 2위로 16강행을 따냈다. '어게인 2019'을 꿈꾸는 김은중호의 진정한 도전은 에콰도르전부터가 또다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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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월드컵 김은중호 에쾌도르 남미팀상대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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