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첫 방영된 tvN '댄스가수 유랑단'

지난 25일 첫 방영된 tvN '댄스가수 유랑단' ⓒ CJ ENM

 
데뷔 연차 합계 129년. 관록의 댄스가수 5인방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25일 첫 방영된 tvN <댄스가수 유랑단>은 1980~1990년대, 그리고 2000~2010년대 이후 시대를 초월한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 김완선-엄정화-이효리-보아-화사의 출연,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21년말 티빙 오리지널 예능 <서울 체크인>을 통해 모임을 갖게 된 이들은 이효리가 농담처럼 내뱉었던 전국 각지를 찾아다니는 '유랑단' 형식 신규 프로그램으로 1년 반 만에 의기 투합하게 되었다. 앞서 2020년 MBC <놀면 뭐하니?> '싹쓸이' 프로젝트 당시 거론했던 '환불 원정대'가 곧바로 현실로 등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댄스가수 유랑단>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이렇다보니 이들을 사랑한 팬들의 높은 관심과 맞물려 과거 예능의 답습이 아니냐는 우려, 혹은 비판의 시각도 함께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 방송이 시작되면서 <댄스가수 유랑단>은 나름의 틀을 잡고 웃음과 재미, 가슴 뭉클한 이야기로 첫 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도합 129년 차 유랑단의 첫 모임
 
 지난 25일 첫 방영된 tvN '댄스가수 유랑단'

지난 25일 첫 방영된 tvN '댄스가수 유랑단' ⓒ CJ ENM

 
​<댄스가수 유랑단>의 본격 준비에 앞서 5명의 가수들은 어느 허름한 LP바에 모여 모처럼의 회포를 풀었다. 이들이 한창 활동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이라면 잘 알 법한 이승환, 동물원 등의 레코드판이 즐비한 장소의 분위기부터 관록이 쌓인 출연진의 이미지를 상징처럼 보여주는 듯했다.  

​가장 막내 출연자인 화사, 촬영 당시 기준으로 단독 콘서트를 준비중이던 보아를 제외하면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등은 잠시 무대를 벗어난 상태였기 때문에 선곡에서부터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엄정화와 이효리는 예전 MR(반주 음원)을 찾는데 쉽지 않다면서 "저 이효리인데요. MR 있나요?" 전화로 수소문 중이라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맥주 한 잔씩 마시면서 향후 활동과 선곡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이들은 인기곡 뿐만 아니라 각자의 대표곡을 바꿔 불러 색다른 분위기를 마련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자신들의 이력을 모두 꿰차고 있는 개그우먼 홍현희가 유랑단 활동을 도와주기 위해 가세했다. 

진해 군항제 출연 직전 마련한 게릴라 콘서트 
 
 지난 25일 첫 방영된 tvN '댄스가수 유랑단'

지난 25일 첫 방영된 tvN '댄스가수 유랑단' ⓒ CJ ENM

 
각자의 매력을 맘껏 뽐낸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 촬영을 진행하면서 여전한 카리스마를 과시한 <댄스가수 유랑단> 멤버들은 이후 경상남도 창원에 집결해 본격적인 공연 활동에 돌입했다. 이들이 출연하게 된 첫 무대는 매년 4월초마다 열리는 진해 군항제 폐막식 행사였다. 코로나19로 인해 4년 만에 정상 개최되는 만큼 엄청난 인파가 몰릴 예정이어서 경험 많은 5명 가수들조차 긴장감을 드러냈다.  

​게다가 일반적인 공연장이 아니다보니 사전 리허설 등을 충분히 치를 수 없는 여건이어서 출연진들은 일단 인근 해군사관학교 강당을 잠시 빌려 연습을 진행하기로 했다. 가수들의 댄스팀들도 각각 20~30년 가까운 연차를 자랑할 만큼 다양한 조합으로 구성되어 만반의 준비에 돌입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제작진이 미리 준비해둔 게릴라 콘서트의 일환이었다.  

저녁 군항제 행사에 앞서 해군사관학교 생도들 앞에서 첫 공연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남은 시간은 불과 1시간이었다. 이에 놀란 멤버들이었지만 경험 많은 가수들 답게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수백명에 달하는 남녀 해사 생도 앞에서 보아의 'No.1'과 더불어 소박하면서도 멋진 무대를 꾸미기 시작했다

익숙한 구성의 예능... 그래도 빠져들게 만든 출연진들의 자세
 
 지난 25일 첫 방영된 tvN '댄스가수 유랑단'

지난 25일 첫 방영된 tvN '댄스가수 유랑단' ⓒ CJ ENM

 
냉정히 말해 <댄스가수 유랑단>은 분명 신선한 기획이나 조합의 예능은 아니었다. 이미 3년 전 MBC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라는 비슷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한 차례 소화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김태호 PD의 대답은 방송 초반 이효리와 화사, 보아의 이야기 속에 어느 정도 담겨져 있었다.  

​한창 예전 추억담을 꺼내 대화를 나누던 이효리는 "스트레스 받으면서 우린 이거 왜 하는 걸까?"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내뱉었다. 이에 화사는 "행복한데 힘들고... 힘든데 행복하고..."라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표한다. 이에 덧붙여 보아 역시 "그 힘듦이 무대에서 사르르 녹으면서 언제 힘들었냐는 듯 또 뛰고 있는 내 모습에 기가 차"라고 언급한다.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뛰게 만든다는 생각에 선후배 가수들은 공감을 표시했다.  

세대가 다른 5명의 가수들에겐 무대는 즐거움의 장소이자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받는 공간이었다. 그러한 공감대는 결국 <댄스가수 유랑단>이라는 예능을 통해 잠시 억눌렸던 본인들의 끼를 다시 한번 분출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뻔한 구성, 익숙한 형식이라는 단점은 분명 존재하지만 적어도 여기에 참가한 유랑단원들의 자세 만큼은 진심이라는 사실이 담겨 있었다. 우리들에겐 여전히 "넘버 원 가수"로 남아 있는 그들의 맹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첫회이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댄스가수유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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