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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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 뒤에는 좋은 음악이 있다고 믿는다. 특히 <가오갤> 시리즈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유독 크다. 별종들의 스페이스 오페라에 지구의 올드팝이 울려 퍼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레드본의 'Come And Get Your Love', E.L.O의 'Mr Blue Sky', 마빈 게이의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등. 이 영화는 올드팝 없이 성립될 수 없다. 음악은 주인공 '스타로드' 피터 퀼(크리스 프랫 분)의 노스탤지어 그 자체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우주로 끌려온 스타로드는 오로지 어린 시절 본 영화, 그리고 어머니가 물려준 테이프로 자신이 살던 미주리를 추억할 뿐이다.
음악의 멋을 모르고 살았던 가디언즈들 역시 스타로드의 영향을 받아 음악을 좋아하게 된다. 음악은 이들의 유쾌한 캐릭터성을 십분 강조하는 역할을 해 주었다. 가디언즈는 우주의 운명이 걸린 싸움 앞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춤춘다. 매 시리즈마다 등장하는 'Awesome Mix(끝내주는 노래 모음집)'은 수많은 음악 팬들에게도 사랑받는 플레이리스트가 되었다.
<가오갤> 시리즈 외에도 마블은 대중음악을 멋지게 활용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아이언맨을 상징하는 AC/DC의 'Back In Black', 'Shoot To Thrill', <토르: 라그나로크>의 별점을 최소 반 개 이상 높였을 레드 제플린의 'Immigrant Song' 등, 여러 순간이 떠오를 것이다. 마블 영화의 모든 선곡은 단 한 사람이 맡았다. 마블의 '뮤직 슈퍼바이저' 데이브 조던(Dave Jordan)이다. 뮤직 슈퍼바이저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의 제작을 위한 음악을 선택하고, 저작권 문제를 협상하는 직책을 의미한다. 데이브 조던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는 뮤직 슈퍼바이저다.
데이브 조던의 큐레이션은 이번 작품에서도 명불허전이다. 두 전작이 1970년대 팝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했다면, 이번에는 (스타로드가 300곡 이상을 담을 수 있는 mp3 플레이어 '준'을 손에 넣었기 때문) 어스 윈드 앤 파이어 같은 1970년대 소울부터 라디오헤드 등의 1990년대 록, 플로렌스 앤 더 머신 등 2000년대 인디 록까지, 다양한 장르와 시대의 음악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 Creep (Acoustic) ⓒ Radiohead
오프닝에서는 라디오헤드(Radiohead)의 'Creep'이 흘러 나온다. <가오갤> 시리즈 역사상 가장 음울한 오프닝이다. 로켓과 스타로드가 겪고 있는 우울과 결핍을 대변하기 위한 선곡으로 안성맞춤이었다. 흔히 대중에게 알려진 버전이 아니라 어쿠스틱 버전을 활용하면서 서정성을 더욱 강조했다.
'가오갤' 멤버들이 로켓을 구하기 위해 우주 공간으로 뛰어들 때에는 스페이스호그(Spacehog)의 노래 'In The Meantime'이 흘러나온다. 데이비드 보위의 글램록을 추구하면서, 우주와 외계인을 컨셉으로 삼았던 밴드인지라 더욱 절묘하다. 역동적인 전투 장면에서는 백인 랩 그룹 비스티 보이즈(The Beastie Boys)의 공격적인 랩과 기타 리프가 전의를 가다듬게 한다.
극 종반부 모든 서사가 마무리되고, 모든 극중 인물을 위로하는 승리의 찬가 'Dog Days Are Over(플로렌스 앤 더 머신)'의 감동도 가공할만 하다. 가오갤 시리즈의 문을 찬란하게 열었던 레드본의 'Come And Get Your Love(1973)' 역시 관객을 반갑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가오갤3>는 페이즈 4 이후의 마블 영화 중 가장 훌륭한 선곡을 과시한다. 데이브 조던이 선곡한 음악은 관객의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인물의 희로애락을 가깝게 와닿도록 돕는다. 은하계의 수호자들은 이제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관객과 작별하지만, '끝내주는 노래'와는 작별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