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은 타이거즈 역사상 최고의 좌투수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35‧좌투좌타)은 타이거즈 역사에서 특별한 존재다. 선동렬, 조계현, 이강철, 이대진, 윤석민 등 우완에이스 역사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타이거즈 출신 첫 좌완 에이스라는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다. 해태 시절 '가을 까치'로 불리던 김정수가 있기는 했으나 그는 꾸준히 잘했다기보다는 큰 경기에 강한 승부사 기질을 갖춘 단기전 킬러였다. 정규시즌부터 꾸준하게 잘하는 에이스 유형과는 거리가 있었다.
최근들어 확 달라지기는 했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타이거즈 역사에서 왼손은 귀한 존재였다. 좌투수, 좌타자 모두 귀했다. 특히 좌투수는 '천연기념물'이라는 말이 나왔을 만큼 이상할 정도로 1군급 전력이 드물었다. 김성한 감독시절 검증되지 않은 왼손 불펜 방동민을 데려오기 위해 거포 유망주 김상현을 준 것을 비롯 이후에도 단지 왼손이라는 이유로 대접받았던 투수들이 한둘이 아니다.
기대치가 높았던만큼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박경테러리스트(박경태)', '진해수소폭탄(진해수)' 등의 불명예스런 별명이 붙으며 과도한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만큼 타이거즈에게 왼손투수는 간절하고 또 간절한 존재였다. 그런 의미에서 리그 전체를 통틀어 역대급 좌완투수로 자리매김한 양현종은 타이거즈에게 더욱 의미깊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파워피칭에 노련미까지... 타이거즈 역대 최고 좌투수
타이거즈 역사상 최고 우투수가 선동렬이라면 최고 좌투수는 단연 양현종이다. 2007시즌부터 현재까지 459경기에서 2155 1/3이닝을 소화하면서 160승 102패, 9홀드, 평균자책점 3.82, 탈삼진 1840개를 기록중이다. 올시즌에는 우천으로 인해 등판이 잇달아 취소되는 가운데 4경기 24이닝, 1승 평균자책점 2.63의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양현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묵직한 직구다. 힘있는 타자들을 윽박지를 수있는 구위가 있는지라 대부분 타자들은 양현종과 상대할시 직구 타이밍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런 상황에서 낙차 큰 체인지업을 던지면 속수무책으로 방망이가 헛돌기 일쑤다. 특히 양현종은 바깥쪽 승부에 능한지라, 직구가 바깥쪽 꽉찬 코스로 제구가 잘되는 날은 공략이 매우 어렵다.
눈에서 먼 방향으로 들어오는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구분해 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몸쪽으로 허를 찌르면 바깥 쪽을 대비하고있는 타자들은 꼼짝못하고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체인지업 등 변화구 타이밍을 읽히는 경우 고전하기도 한다.
타자들이 짧은 스윙으로 바깥쪽 변화구를 걷어내며 물고 늘어지는 대응을 하게 될 때 양현종은 투구수와 피안타가 늘어나며 힘겨워하는 모습도 종종 노출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한창때같이 알고도 못 치는 직구는 던지기 쉽지 않은지라 변화구까지 예전만큼의 위력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양현종은 노련미로 이를 커버한다. 강속구로 윽박지르다가도 상대가 이에 대처를 잘해나가면 레퍼토리를 바꿔서 흐름을 끊어버린다. 타이밍을 맞춰나간다 싶은 타자에게 몸쪽 깊은 곳에 느린 커브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만들어 낸 후 다음 공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내는가하면 이를 지켜보고있던 다음 타자에게는 직구 위주로 패턴을 바꿔 땅볼 아웃을 시켜버리는 등 수싸움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어떤 명선수도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다. 양현종도 이제 30대 중반이다. 한창 때는 스트라이크존 인근으로 직구가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타자들이 위압감을 느낄 정도로 알고도 때리기 힘든 구위를 자랑했으나 이제는 제구가 잘 된 공도 맞아나갈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수싸움과 더욱 노련해진 경기운영능력을 과시하며 여전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예전만큼 다승왕, 방어율 1위 후보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10승은 기대할 수 있는 평가를 유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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