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유튜브 채널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youngji_boxmedia
 
술을 마셔야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남의 속마음 듣겠다고 알코올 중독에 걸리게 생겼다. 유독 술에 관대한 한국 문화에는 취중진담이라는 어른들의 통과의례가 있었지만, 이 또한 옛날 옛적이다. 모든 곳에서 외치는 'MZ다움'의 특징이 '회식 기피'다!
 
회식 싫어하는 MZ 세대에게도 열광하는 술자리가 있다. 차린 건 쥐뿔도 없다는데 이곳에 나오면 다들 집에 가기 싫다고 떼쓰게 된다. 술자리의 호스트는 바로 이영지, 누군가는 래퍼, MZ 아이콘 혹은 '이도 저도 아닌' 셀럽이라 칭하지만, 오늘만은 합법적 망나니 중에 1등 망나니다.
 
이제 슬슬... 집에 갈까?
 
 이영지 유튜브 채널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이영지 유튜브 채널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유튜브 채널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아래 차쥐뿔)'은 생쥐뿔도 없는 이영지의 1:1 취중진담 쇼다. 갈대발로 에워싼 촬영 장소는 대학가에서 흔히 볼 법한 좁은 술집을 연상시킨다. 게스트가 오기 전에 이영지는 긴장을 달래고자 먼저 한 잔 마시는데 그의 나이는 아직 만 20살, 마셔본 술보다 안 마셔본 게 많은 나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고량주를 마시자 '목이 타들어 간다'고 말하고 고급 진의 맛은 '스티커 뒷면을 핥는 느낌'이라고 답한다. 억지로 술을 잘 마시는 척하거나 그럴 듯한 시음평을 말하기보다 "이거 생각보다 맛없는데요?"라는 그의 솔직함에 주로 20대인 시청자들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게스트가 오면 주량부터 확인한다. 말만 '목젖 열고 드링킹'을 외칠 뿐, 술에 약한 게스트에게 무알콜 음료를 권하거나 촬영 중간마다 취했는지 물어보는 세심한 호스트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고 본격적으로 달려볼까 생각할 때 이영지는 갑자기 "이제 슬슬 집에 갈까?" 하고 엔딩 멘트를 꺼낸다.

아쉬운 마음에 게스트들이 저마다 퇴근을 거부하는 모습이 채널의 숨은 재미다. 방송 분량을 걱정하거나 자신이 질린 거냐며 토라진 척하는 게스트에게 이영지는 단호한 목소리로 퇴근을 외친다. 유명 아이돌이 이영지와 실랑이하는 풍경은 마치 집에 가는 친구를 붙잡는 평범한 대학생처럼 현실감이 있어서 팬들에게 유독 사랑받는 장면이기도 하다.
 
"데뷔하고 이렇게 편한 거 처음이야!"
 
 <차쥐뿔> 화면 갈무리
<차쥐뿔> 화면 갈무리youngji_boxmedia
 
일부러 술을 마셔서 텐션을 높이거나 억지로 이야깃거리를 뽑아내는 것도 아닌데 '차쥐뿔'의 게스트들은 저마다 진심을 털어놓는다. 게스트를 향한 이영지의 질문은 무겁지만, 내미는 방식은 유쾌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특정 게스트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지 않는 신선한 질문만을 던진다.
 
여자 아이돌에게는 뷰티나 다이어트 비법이 아닌 어떻게 유명세를 견디고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며 성장하는지 묻는다. 연차가 많은 아이돌에게는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받은 이유를 물으며 후배 연예인으로서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눈앞의 게스트를 가십거리나 유명한 스타가 아닌 사람이자 아티스트로서 존중하며 건넨 질문이기에 돌아오는 답변 또한 진심 어리다.

반대로 게스트가 이영지에게 고민거리를 던지거나 자기 자신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할 때는 이영지와 스태프가 합심해 그를 칭찬 감옥에 가둔다. 50대가 되어서도 아이돌을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하거나 그저 건강하면 충분하다고 다독이고 언제나 노력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라고 응원한다. '차쥐뿔'만의 분위기에 '데뷔 이래 가장 편안했던 촬영'이라며 소감을 밝히는 게스트들이 많다.

술을 마시면 누구나 드러나게 되는 약한 모습이 있다. 게다가 요즘 시대는 악의적인 편집으로 연예인을 가십거리로 소모하기 쉬워졌다. 그러나 이영지와 '차쥐뿔'은 따뜻하게 감싼다. 술의 힘을 빌려 어렵게 꺼낸 말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진중하게 들어주는 이영지와 함께 리액션하는 스태프. 요즘 유튜브에 술방 채널이 빼곡하여도 여전히 '차쥐뿔'이 그만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다.
 
알코올 프리라도 통했을 이영지의 '차쥐뿔'
 
 <쇼미더머니 11> 속 이영지
<쇼미더머니 11> 속 이영지CJ ENM
 
음주로 말썽을 앓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알코올이라면 철저히 경계하는 태도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영지의 '차쥐뿔'을 단지 음주 방송이기에 평가 절하하거나 '술을 마셔서 성공한 프로그램'이라 논할 수는 없다. 이영지의 입담과 그가 가진 진중함이라면 알코올 없이도 대중의 흥미를 꺼냈을 것이다.
 
작은 소녀의 발전을 기대하라던 이영지는 '차쥐뿔'로 벌써 260만 구독자수를 기록하였다. 이렇게 멋있는 여성이 우리가 속한 세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라니, 오늘 저녁은 '차쥐뿔' 너머의 이영지에게 한 잔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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