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외출 시에도 봄이는 꼬리가 축 처진 상태에서 불안감을 표출했다. 몸을 제대로 못 가누며 초조하게 걸었다. 동물병원에 도착한 봄이는 입구부터 완강히 거부했다. 언니 보호자는 2년 전 봄이가 유해 조수용 덫에 걸려 큰 상처를 입었다며, 당시 통제가 어려워 전신마취 후 치료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심장 사상충 양성 판정까지 받아 많은 치료에 두려움이 더 커진 듯했다.
언니 보호자는 평소 꾸준한 훈련을 통해 산책은 수월해졌지만, 돌발상황을 만나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그 돌발상황이란 목줄 없는 개나 고양이, 닭 등의 동물을 발견했을 때였다. 봄이는 이웃집의 반려견 루키를 보고 격하게 반응했다. 통제가 힘들 정도로 힘이 세졌다. 봄이는 목줄이 풀린 개만 보면 줄을 당기며 달려들었다. 심지어 차 안에서도 목줄 없는 개를 보면 공격성을 드러냈다.
"저건 싸우는 게 아니에요. 포획하려고 하는 거예요." (강형욱)
강형욱은 봄이가 사냥 본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봄이는 언니 보호자가 줄을 놓치는 바람에 눈앞에서 고양이를 죽여버린 적도 있었다. 오빠 보호자는 봄이의 공격을 막는 도중에 물려서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강형욱은 "타 동물에 대한 공격성이 있다면 미취학 아동에 대한 공격성이 있겠다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된다"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1999년부터 훈련사 일을 시작했는데, 바로 오늘 결실을 맺는 날인 것 같다며 호언장담했다. 경험과 데이터에 의한 자신감이었다. 언니 보호자는 봄이의 사연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큰 화물차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임신 및 출산 경험도 있으며, 뱀에게 물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또, 목줄이 풀려 있는 진돗개 2마리에게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봄이에게 트라우마가 있을 거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강형욱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평소의 지론대로 오직 한 가지 요인(트라움)으로 행동이 전부가 결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성격은 경험, 기질,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므로 트라우마라는 한 가지 후천적 요인이 결정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어렸을 때는 잠재되어 있던 본성이 성장하면서 뚜렷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언니 보호자는 그동안 둔감화 교육을 통해 점진적이고 세심한 접근을 해왔지만, 강형욱은 오히려 홍수법(불안을 일으키는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해 불안을 제거하는 행동 치료 기법)을 제안했다. 전한 상황에서는 좀 더 과감하게 훈련함으로써 경험에 의한 해소가 필요하다는 의도였다. 강형욱은 봄이의 교육을 위해 보호자들의 태도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봄이에게 자유보다 더 필요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