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림>에서 열정 없는 외주제작사 피디 이소민을 연기한 아이유.
EDAM 엔터테인먼트
새 드라마 촬영와 새 앨범 준비에 한창 바쁜 와중에도 아이유는 안정돼 보였다. 여기에 더해 26일 개봉하는 영화 <드림> 홍보 일정까지 나섰으니 정신없을 법하지만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제 온몸의 세포가 할 일을 딱딱 맞춰서 움직이는 느낌이다. 어느 때보다 컨디션이 좋다"며 힘 있게 화답하는 모습이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한 2010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림>에서 아이유는 열정 없는 외주 제작사 PD 역을 맡았다. 그간 드라마나 영화에서 제법 무겁거나 신비감 있는 캐릭터를 맡아와서였는지 아이유는 "뭔가 사연 있는 캐릭터가 아닌 걸 해보고 싶던 차에 4년 전 <드림>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며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한 배경부터 전했다. 분량이나 역할 비중으로 치면 이소민 PD는 개성 강한 다른 캐릭터에 비해 적어 보이지만 오히려 아이유는 그런 점에 끌린 셈.
특별했던 열정
"소민은 팀원들을 모으고 관찰자가 된다. 영화 중반부부터 홈리스 멤버들 이야기가 다뤄지기 때문인데 전 그럴수록 완벽한 관찰자가 되고자 했다. 열정 없어 보이지만 점점 그들에 동화돼 가며 소민도 힘을 얻게 된다. 시나리오상 소민은 없던 희망이 생기는 그 과정의 증인이었다.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각 개인들이 드러나야 가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역할의 크고작음에 아쉬움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완성된 영화를 보고 제가 생각한 것보다 소민이 중요하게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병헌 감독님 현장 자체가 좀 빠르게 흘러갔고, 다른 선배님들은 이미 같이 축구를 하면서 호흡이 맞더라. 초반에 부지런히 따라가려고 했다. 제가 사람과 가까워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인데 <드림>이 역대 최단기간으로 친해진 게 아닌가 싶다(웃음). 선배님들이 마음 열고 대해주신 덕인 것 같다."
나름의 노력이라는 게 틈틈이 쉴 때 서로 같이 게임을 하는 식이었다. 야외 스포츠인 만큼 날씨에 따라 촬영 휴차가 종종 있었고, 그때마다 아이유는 다른 선후배 배우들 틈에 껴서 물병 뒤집기, 웃음 참기 등 소소한 게임에 참여했다고 한다. "승부욕이 강해서 게임에 잘 참여 안 하는데, 이미 제 성격이 파악당한 기분이었다"며 아이유가 웃어 보였다.
10년 전부터 기획됐고, 촬영 중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몇 차례 중단되는 등 지난한 과정을 겪었기에 참여하는 배우 입장에서도 남다른 감회가 있었다. 아이유는 "제가 스물아홉 전까지 볼살이 많다가 이후에 쭉 빠졌는데 영화 후반에 보면 제 볼살이 빠져 있는 게 그런 이유"라며 말을 이었다.
"한국에서 많이 찍어놓고 촬영이 중단돼 다행이었다. 초반엔 소민이 가식적이고, 마음을 열지 않은 상태로 사람을 대하는데 열정이 없어서라기보다 자기 열정에 비해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것에 방어기제처럼 느껴졌다. 후반엔 감독님도 원하셨고 말투부터 좀 다르게 하려고 했다. 사실 현장이 매우 더웠다. 특히 헝가리 촬영 때는 햇빛이 너무 강해서 선배님들 중에 화상을 입은 분도 계셨다. 코로나19도 직면했고, 배우들도 서로 다른 작품을 찍다가 헤쳐 모이며 완성해야 했다. 그 진심과 하나 된 마음이 개봉이라는 선물을 안긴 것 같다.
제가 축구를 자주 보는 편이다. 특정 팀을 응원하기보단 대한민국 편이랄까. 왜 영화 속 대사처럼 공 하나 뺏으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한 골 넣으면 뭐 그리 좋다고 방방 뛰는 스포츠인데 사람들 이목을 끌잖나. 국가대표 경기처럼 박진감 넘치진 않지만 홈리스 월드컵에도 골 하나에 눈물 나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우리 영화에 그런 게 담겨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