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처드 샤프 BBC 회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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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BBC의 이 같은 결정은 공영방송이 정부의 편을 든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고 말았다.
제1야당 노동당은 BBC가 정부와 집권 보수당의 압력에 굴복했다면서 BBC와 정부 인사 간의 접촉 여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동료 진행자들도 리네커의 편을 들며 방송을 보이콧하고 나섰다. 역시 축구스타 출신 해설가인 이안 라이트는 "만약 BBC가 리네커를 해고한다면 나도 그만둘 것"이라고 BBC를 압박했다.
기자 출신 방송인 피어스 모건도 "영국이 자기 의견을 말하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은 정말 미친 짓"이라며 "언론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고 보호하지 않는다면 중국이나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정권보다 나을 것이 없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영국언론노조(NUJ)는 "리네커에 대한 BBC의 조치는 엄청난 자책골"이라며 "이런 식으로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는 것은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이라고 항의했다.
한편에서는 리네커가 BBC 정식 직원이 아니라 프리랜서 신분이고, 뉴스나 정치 프로그램 진행자가 아니기 때문에 BBC의 소셜미디어 규정을 엄격하게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반론도 있다.
더 나아가 이번 사태는 리처드 샤프 BBC 회장의 거취에도 불똥이 튀었다. 샤프 회장은 취임 전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대출 보증을 돕고, 보수당에 거액을 기부해 회장직을 얻었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으며 사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BBC가 샤프 회장과 리네커에게 이중 잣대를 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에 정부는 BBC를 옹호했다. 헌트 장관은 "BBC가 리네커의 출연을 정지한 것은 독립성과 공평성에 대한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내놓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다만, 리시 수낵 총리는 "정부가 아니라 BBC 내부의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회장·사장이 친정부 인사... 시험대 오른 BBC의 '공정성'